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3월, 학생들만큼이나 선생님들도 그 시작에 맞춰 설렘을 감출 수 없을 텐데요. 처음으로 학교 현장으로 나가는 예술 강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2014 아르떼 아카데미에서는 새내기 예술 강사들을 위해 예술 강사들의 역할에 대한 이해는 물론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위기상황에 따른 대처방안 등 그 동안 꼭 필요했던 연수 프로그램을 준비했는데요. 상반기 학교 의무연수 프로그램의 첫 날, 현장에선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 설렘 가득한 예술 강사들의 이야기, 만나러 가보실까요?

 

 

3월이면 처음으로 문화예술교육 현장으로 나가는 학교 예술강사의 의무연수가 양평 현대블룸비스타에서 지난 2월 12일에서 16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열렸다. 아이들과 만날 시간이 가까워짐에 따라 불안 반, 설렘 반이라는 신규 예술강사들. 대부분의 신규 예술강사들에게 생소하게 다가올 학교 환경이나 학생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한 연수들이 올해 대폭 강화되었다. 이번 기사에서는 신규강사라면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는 예술강사의 역할 이해와 교실에서 위기상황 대응방안 교과목을 차례대로 만나보았다.

 

첫 시간에 아이들과 마음으로 약속을 하자.
예술강사의 자세

 


예술강사의 역할 이해 수업 현장

예술을 가르치는 교육가? 교육을 하는 예술가? 예술강사로서 나의 역할과 정체성이 무엇인지 점검해보는 연수 첫날 첫 강의. 길게는 10여년 이상 현장경험이 있는 각 분야 선배 강사들이 직접 후배들에게 예술강사의 역할을 소개하는 강의를 진행하였다. 특히 국악분야 신규예술강사 대상 수업 현장에서는 최현주 예술강사를 만날 수 있었다. 최현주 강사는 국내에서 펼쳐지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의미와 더불어 뉴욕 링컨아트센터, 베네수엘라 엘시스테마 등 해외의 유사한 예술강사 활동 사례를 소개했다. 또, 예술가로서의 ‘전문성’과 함께 아이들과의 소통능력, 과정 중심적 관점, 모범이 되는 행동과 태도 등 학습자의 눈높이를 고려한 ‘전달력’을 예술강사가 갖추어야 하는 핵심적인 역량으로 꼽았다. 이와 함께 Teaching Artist Journal이 예술강사(Teaching Artist, 교육활동을 하는 예술가)를 ‘교육자로서의 기술과 섬세함을 겸비한 예술가로서 대상들로 하여금 예술 속에서, 예술을 통해, 혹은 예술에 대해 배움의 체험을 이끌어내는 역할’로 설명하는 내용 등을 소개하여 신규강사 스스로가 예술강사로서 자신의 역할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예술강사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건 바로 아이들의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술강사들은 아이들과 교감할 수 있도록 늘 준비해야 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어려움이 있는 만큼 정신적 보상이 따라와요. 저는 아이들과 함께 성장했어요. 그러므로 예술과 교육의 화학작용이 이뤄지는 과정 속에 예술강사로서 의미와 열정을 가져야 합니다. -최현주 예술강사

 


(c) 최현주 예술강사

 

첫 현장에서 모두가 마주할 생소한 상황을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도록 선배 강사로서의 경험이 묻어나는 조언들도 아끼지 않았다. 아이들과 대면하는 첫 시간에 어떻게 입을 뗄 것인가? 학교현장에 나갈 때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미리 고민하지 않았다면 적잖이 당황했을 질문들을 던져보면서 어떤 모습으로 처음 아이들을 만나야 하는지 상황을 그려보고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다.

 

학교와의 관계나 교육환경 가운데 마주할 수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외부로부터 요구 받는 예술강사의 역할에서 자유로워지려면, 먼저 예술강사로서의 정체성과 사명감을 스스로 고민하고, 목표를 세우고, 동료나 선배 예술강사들과 상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학교에 가기 전이라 솔직하게 두려운 점도 많고 걱정도 많았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직접 현장에서 강사로서 가져야 할 역할이나 아이들과의 관계에 대해 알려줘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또 여기 연수 와서 알게 된 게 있어요. 예전에 하던 대로 혼자서 수업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과 동료 예술강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미 현장에서 활동중인 선배 강사들에게서 필요한 조언을 듣고 물어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 -소혜령 강사(공예)

 

공감의 기술이 아이들 마음을 열게 한다

 


교실에서 위기상황 대응방안 수업현장

 

이제 첫발을 내딛는 신규강사들. 예술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별개로 낯선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일들 앞에서 처음에는 누구나 당황스럽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교실에서 위기상황 대응방안 교과목은 특히 가정이나 학교안팎에서 위기상황 속에 있는 아이들의 내면을 이해하고 신규강사들이 현장에서 만나는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도움을 주기 위해 올해 새롭게 기획된 강의이다.

 

“학교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안전사고보다 더 무서운 사고로 작용하는 게 있어요. 바로 요즘 아이들이 자주 상처 입는 도구는 흉기가 아니라 언어라는 것입니다.”

 

이날 강의를 맡은 박미라 센터장(서울서부교육지원청 Wee 센터)은 학교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안전사고 발생 시 대처요령과 자세에 대한 설명과 함께 어떤 흉기보다 뾰족할 수 있고, 날카로울 수 있는 것이 바로 ‘언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이를 잘 보여주는 동영상을 함께 살펴보았다. 동영상 속에서 엄마와 아이는 다투며 대화를 한다. 엄마는 아이의 옷과 머리에 대해 나무라고 아이는 그걸 들으며 계속 자신의 생각과 의사를 설명하지만 엄마는 계속해서 아이의 잘못을 지적한다. 이 때 엄마의 스트레스 지수가 상대적으로 낮고 감정상태가 안정적인 반면 아이는 불안정한 감정상태와 높은 스트레스 지수를 보였다. 박미라 센터장은 이 동영상을 통해 일방적인 가르침이나 훈육이 얼마나 아이에게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설명하였다. 어른들의 입장이나 기준과 다른 행동과 이야기를 할지라도, 아이들을 감정상태를 존중하고 먼저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한 소통의 시작임을 강조했다.

 

아이의 상태를 먼저 이해하고, 눈과 마음을 마주하기

 


강사들이 그린 ‘가족관계 그리기’

아무리 우수한 예술강사가 아이들에게 예술을 가르치려고 해도 아이들이 관계를 단절하려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지금 소통의 단절을 겪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업에 참여한 강사들은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확인할 때 자주 활용되는 ‘가족관계 그리기’를 직접 해보고, 그림 속에 표현된 인물의 표정, 크기, 배치 등이 어떠한 마음 상태를 대변하는지 간략한 해설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박미라 센터장은 다년간의 상담을 진행해본 결과 아이가 무심코 그림을 그릴 때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아이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대상을 묘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하였다. 실제 현장에서 아이들이 예술활동을 통해 표현하는 것들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이 아이들의 마음과 상태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달라지는 몰입도와 감정상태를 직접 체험해보는 짧은 실험이 이어졌다. 방법은 우선 두 명씩 짝을 지어 대화를 하는 것이다. 첫 번째 대화에서는 한 명이 이야기 할 때 상대방은 무반응을 보이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 다음 차례에는 이전과 반대로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반응을 보이게 했다. 동일한 시간을 배분해 대화를 진행했지만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호응을 했을때 시간이 더 금방 지나간다는 것을 쉽게 체감할 수 있었다. 강사가 아이들에게 집중하고, 함께하는 활동에 몰입할 때 동일하게 주어진 수업시간을 전혀 다른 경험으로 이끌어낼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학교로 나가기 전, 아이들을 만나기 앞서 조금은 불안한 마음과 설레는 마음으로 참여한 의무연수의 첫 날. 신규 예술강사로서 새롭게 부여된 역할을 이해하고 교육 현장에 대한 막연한 고민을 풀어보는 강의들에 이어, 연수 둘째 날부터는 선배 강사들이 직접 들려주는 생생한 교실 속 상황을 만나고 역할극을 통해 고민해보는 ‘사례기반 교육 대상의 이해’ 수업이 분야별로 이루어졌다. 사이코드라마를 통해 각 분야별 수업현장을 구체적 사례와 직접 만나고 대처방법을 선배들과 함께 나누어 본 ‘사례기반 교육 대상의 이해’ 수업 현장 이야기는 다음주에 목요일에 이어 소개될 예정이다.

 

글 : 송혜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