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일이 다 그렇듯,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는 없는 일. 그런데 대구에는 꿈꿔왔던 일, 하고 싶은 일에 망설임 없이 도전해보는 5명의 여자 친구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바로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동네책방 ‘더 폴락’의 주인장들인데요. 혼자서는 두렵지만 함께라면 무엇이든 실행에 옮긴다는 ‘더 폴락’ 주인장들과의 즐거운 인터뷰, 함께 들어볼까요?

 
 

5명의 친구들, 동네책방을 시작하다

 

독립출판 책방 더 폴락
이날 인터뷰에 응해준 더 폴락의 (왼쪽부터) 허선윤, 김수정, 김인혜 님

 

Q, 더 폴락의 주인장들을 소개해 주세요.

최성(큐레이터), 허선윤(아르떼 영화 예술강사), 김수정(프리랜서), 김인혜(프리랜서), 손지희(프리랜서) 이렇게 5명이 공동 운영하고 있어요. 대학 동창이자 대구가 고향으로, 친한 친구들이죠.

 

Q. 독립출판 책방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누구의 아이디어인가요?

김인혜 주인장이 전부터 책을 내고 싶어 했는데, 그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어요. 저희들은 함께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우리만의 아지트를 만들자고 했거든요. 모여서 독립출판물을 다루거나 영화를 제작하는 시도를 해보기로 정했죠. 그래서 독립출판물을 다루기 시작했는데, 마침 대구에는 독립출판 책방이 없어서 우리가 허브 역할을 하고자 결심했어요. 서울의 대표적인 독립출판 유어마인드에 가보기도 하고, 싱클레어의 피터 선생님을 찾아가 독립출판 시장에 대한 얘기를 듣고 조언을 구하기도 했어요.

 

더 폴락 명태
더 폴락의 주인인 (왼쪽부터) 허선윤, 손지희, 김인혜, 김수정, 최성 님

 

Q. 책방 이름을 ‘더 폴락’으로 지은 까닭은 무엇인가요?

대구에 살고 있고 사투리를 사랑해서 여러 이름이 후보로 거론되었어요. 또 이미지화하기 쉬운 물고기 이름 중에 고르면 좋겠다고 하다가, 명태로 정했죠. 명태는 대구과의 물고기로 우리가 사는 ‘대구’와 이름이 같죠. 또 명태는 가공 상태에 따라서 황태, 동태 등 이름이 달라지잖아요.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우리들과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해, 가게 이름이 명태가 되었죠. 그런데 ‘명태’로 막상 부르니 어색하기도 하고, 웹에서 검색하면 생선 명태에 관련된 것들만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명태’의 영문 이름인 ‘더 폴락’으로 책방 이름을 지었어요. 저희들 모임 이름은 여전히 명태로 부르고 있어요.

 
 

‘더 폴락’ 살림 이야기를 들려주다

 

더 폴락 공사
책방의 의자부터 선반까지 주인장들이 손수 꾸미는 모습

 

Q. 현업을 가지고 계신 주인장들도 있는데 운영하시는데 어려운 점은 없나요?

작년 10월에 개점해 운영한 기간은 아직 1년이 안되었어요. 친구들끼리 한 사람당 얼마나 투자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함께 어울려 노는데 들어가는 비용 셈 쳐서 십시일반해서 모았고, 예산에 맞춰 이곳을 찾았어요. 계명대학교가 다른 동네로 이전하고 이곳 대명동에는 예술대학만 남아있어서 임대료가 저렴해졌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이 쓰는 연습실, 작업실, 극단 등이 자리하고 있어요. 책을 팔아서 남는 금액은 사실 적은 편이라 월세, 세금 등을 내기 위해 오히려 매달 돈을 나눠서 내고 있어요. 돈을 목적으로 차린 것은 아니라서, 일종의 취미 생활이나 친구들 모임처럼 생각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책방이 카페처럼 무척 예쁜데, 어떻게 공간을 꾸몄는지요?

저희가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꾸민 공간이에요. 여기는 예전에 분식집이어서, 페인트칠과 바닥공사, 조명을 다는 것도 직접 했어요. 여자들만 있으니 남동생을 불러 싱크대를 설치하고 전기, 가스문제를 해결하기도 했어요. 작년 초여름에 가게를 얻자마자 다들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도, 퇴근해서 밤이 늦도록 회의도 하고 주말마다 모여서 꾸몄어요. 저희가 매일 여기서 살다시피 공사를 하니, 동네 주민 분들도 저희가 뭐하는 지 궁금해 하시면서 삶은 달걀이나 식혜, 커피도 갖다 주셨어요.

 

대구 대명동 더 폴락
대명동의 명물로 자리잡은 더 폴락의 외관

 

Q. 독립출판 책방이라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더 폴락은 만들어진 책을 판매하기만 하고 직접 책을 내지는 않아요. 책을 들여오는 경로는 예전에는 섭외하고 싶은 작가 분들에게 직접 연락을 했고, 지금은 입고를 희망하시는 작가 분들의 연락이 오면 책을 받고 있어요. 더 폴락에는 여행, 사진 관련 책이 가장 많고 드로잉 등 개인 작품집, 잡지와 같은 정기 간행물도 많아요. 또 개인이 디자인해서 만든 수첩, 필기구, 앨범, 휴대폰 액세서리 등의 제품도 판매하고 있죠. 사실 더 폴락에서 다루고 있는 출판물은 직접 볼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을 뿐이지, 생각보다 우리나라에 독립출판 책은 많이 나와 있어요. 그래서 책을 구하는데 어려움은 별로 없어요. 저희가 새로운 출판물을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나와 있는 출판물을 가져오는 셈이죠.

 

Q. 독립출판 책방 운영으로 수입이 괜찮은지요?

더 폴락에는 드로잉집이나 사진집도 많아서 시각디자인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 많은데, 대학 바로 옆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이 잘 오지 않아요. 요즘에는 대학생들이 무엇이든 호기심을 가지고 주변에 관심을 가지기보다, 취업 준비 등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더 폴락에는 20~30대의 구매력이 있는 여성들이 와서 책을 사가는 편이에요. 이 주변에 카페가 많아서 길 가다 보면 커피를 마시고 있는 대학생들이 많이 보여요. 커피 한잔 값이면 얼마든지 책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기도 하고, 와서 꼭 사지 않아도 구경을 하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죠. 책은 직접 보는 맛이 있잖아요. 그런 이유도 있고, 이미 온라인 독립출판 서점은 많이 있어서 저희는 온라인으로는 판매하지 않아요. 보통 신간은 정기간행물까지 포함하여 한 달에 20권정도 들어와요.

 
 

책방이지만 동네 문화예술 공간을 꿈꾸다

 

대구예술발전소
대구예술발전소 제1회 북성로 페스티벌 워크숍 참여 모습

 

Q. 동네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손님들은 주로 어떤 분들이신가요?

더 폴락이 뭐하는 곳인지 잘 모르고 들어오는 분들께는 “개인들이 낸 작품집이나 직접 쓴 책을 소규모로 판매하고 있는 책방” 정도로만 설명하고, 직접 책을 보고 고를 수 있게 하고 있어요. 신기하게 대구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자주 찾아오는데, 한 번에 책을 10만원이 넘게 많이 사가기도 하세요. 아마도 계명대학교의 외국인 강사가 만든 한 잡지에 소개되어서 그런 것 같아요. 또 실험음악하시는 분들이 자주 찾기도 하고, 이곳에서 공연을 열기도 한답니다.

 

대부분 이 동네에 사시는 분들은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이라 직접적인 교류나 관련 프로그램은 아직 없어요. 대신 이 거리에 대학생들이나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실, 소극장 등이 많은데, 대명공연문화거리 운영위원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다양한 예술가들과 함께한 적은 있어요.

 

동네책방 더 폴락
책, 간행물, 음악앨범, 문구 등 다양한 물품을 판매하는 더 폴락

 

Q. 책방을 시작하고 주인장들에게 찾아온 개인적인 변화는 어떤 점이 있나요?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은데 혼자 하기에는 두렵고 난감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친구들과 함께하면 시도하는데 있어 거리낌이 없어지더라고요. 책방을 시작하면서 더욱 하고 싶은 일에 선뜻 도전해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더 폴락을 통해 재미있는 분들이나 독립출판에 관심이 있는 다양한 분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도전 과제 등을 말해주세요.

우리만의 개성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다른 독립출판 책방과 비교했을 때 차별점이 필요하고, 대구의 독립출판 책방이라는 우리만의 방향을 찾기 위한 고민을 하는 중이죠. 저희가 3년 전에 이집트 여행을 40일간 다녀왔는데, 다양한 사건사고가 있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고, 글이나 사진 기록이 많아서 이를 여행책으로 낼 준비를 하고 있어요. 아마도 올 가을에 나오지 않을까 해요. 또 영화제에 도전해보고 싶어서 대구의 작은 예술극장에서 열리는 ‘올빼미 영화제’에 참여해보고 싶어요. (김인혜 주인장) 제 개인적으로는 아르떼 프로그램과 관련된 ‘예술문화단체 연구’가 재미있어서 이곳 대명동과 관련된 잡지를 출판해보고 싶어요.

 

“더 폴락이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같이 얘기도 나누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주인장들. 보통 문화예술가들은 개인 작업만으로도 바쁘거나, 공간이 없어서 네트워크를 이루기 어려운데, 더 폴락이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습니다. 굳이 지역성을 띠려고 하지 않아도 이름에서부터 대구를 대표하는 독립출판 동네책방 더 폴락! 이곳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이러한 소규모 문화예술 공간이 많아지면 우리의 문화적인 색채도 더 다양해지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ㅡ7월 5일 오후, 대구시 남구 대명동 ‘더 폴락’에서 인터뷰 하였습니다.
 

아르떼 사업 소개 특별한 하루 ‘이제는 만드는 시간’

더 폴락(명태)에서 김원 명예교사(더 페이퍼 편집장)와 함께 한 달에 한번 이곳에 모여 자신만의 책을 만드는 ‘이제는 만드는 시간’이 7월 5일부터 10월 11일까지 열리고 있는데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하신분들은 문화예술 명예교사 ‘특별한 하루’ 블로그를 방문해보세요!

 

특별한 하루 ‘이제는 만드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