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과 문화예술교육은 단순한 개인의 취미, 여가 활동을 넘어, 사회적 가치가 전수되고, 사회 계층이 융합하며, 공동체의 정체성이 형성되는 중요한 사회적 장이다. 사실 문화예술의 긍정적인 효과, 지역과 사회의 상징성과 매력의 원천이며, 시민의 창의성, 정체성, 소속감 등을 불어넣고, 사회·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동하는 점에 대해서는 크게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문화예술교육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 글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본다.
문화예술교육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나 일자리 창출의 도구가 아니라, 개인의 창조적 역량을 형성하고 사회적 관계 능력을 기르는 전인적 교육이다.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은 단순히 예술적 기능이나 기술을 습득하는 데 있지 않고, 예술을 통한 전인적 인격 형성 과정이며, 개인의 창의성과 감수성을 발달시키고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적인 활동이다. 특히 경제적 합리성과 총량적 효용 극대화를 강조한 공리주의에 함몰된 모더니즘의 시대가 지나가고, 상징성과 정체성, 표출성을 강조하는 시대에 문화예술은 다수결의 원칙과 객관적인 검증 너머에 있는 다양한 삶의 경험을 제공하며, 인간의 창조적 자유를 통해 개인을 해방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문화예술교육은 미적 체험을 통해 자기 삶과 존재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으로, 자기 존재에 대해 성찰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개인적 상상력을 넘어서 사회적 상상력을 증진한다. 사회(학)적 상상력이란 개인의 삶과 더 넓은 사회 사이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정신적 역량’이며, 개인의 내면적 삶과 외면적 경력이 역사적 흐름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는 능력이다. 사회(학)적 상상력의 핵심은 ‘사적인 문제(personal problems)’를 ‘공적인 쟁점(public issues)’과 연결하는 데 있다.
이처럼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예술 작품의 감상과 해석, 문화 창작의 과정에 참여하거나 체험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더 넓은 사회적 세계 사이를 오가며 사유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상상력과 비전을 개발할 기회를 제공하며, 개인의 경험을 넘어선 세계를 상상하는 데 필요한 원천이 된다. 나아가 문화예술은 깊이 있는 자아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여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되돌아보는 것으로 확장될 수 있다. 여기서 성찰이란 반성이 아니라 자신과 세계를 거울에 비추어 보듯이(reflection)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과정을 의미한다.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작품을 창작하고 해석하는 과정은 문제 해결 능력, 비판적 사고, 그리고 이질적인 요소들을 연결하는 능력을 함양시켜, 대상에 대한 실용적 가치나 즉각적인 감정적 만족에서 더 나아가 형식, 구조, 맥락을 성찰하여 자신, 주변, 커뮤니티에 대한 사회(학)적 상상력을 증진한다.
현대 사회 시민성(citizenship)의 의미는 단순히 공동체에서 부여한 권리와 의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는 실천이자 역량으로 이해된다. 시민으로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향유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현대의 민주적 시민성은 비판적 사고 능력, 합리적 토론과 숙의에 참여하는 능력,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 그리고 사회 정의와 공동선에 대한 헌신과 같은 구체적인 역량들이 요구된다. 문화예술교육의 실천은 이러한 시민적 역량을 함양하는 과정과 연결된다. 문화예술교육은 참여자들이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경험을 통해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지향하도록 이끈다. 또한 문화예술이 가진 자유와 다양성의 가치를 통해 정치적·사회적 자유를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창작과 참여의 과정이 협력적인 예술 활동은 자연스럽게 사회적 기술과 공동체 의식을 발전시킨다.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는 빈곤과 범죄 위험에 노출된 아동·청소년들을 클래식 음악 교육을 통해 꿈을 심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국가 지원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협동심, 책임감, 공동체 의식을 함양함으로써 공감과 시민성을 증진하는 효과를 보여주었다. 우리나라의 ‘꿈의 오케스트라’는 엘 시스테마를 모델로 하여 지역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영국의 ‘창의적 파트너십’은 학교에 예술가와 창의적 전문가들을 파견하여 학생들의 창의성, 비판적 사고, 시민성을 함양하고자 했던 대규모 정부 주도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상상력, 비판적 성찰, 책임감 있는 주체성(시민성) 개발에 명확히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이 문화예술교육은 하향식 지식 전달 모델에서 벗어나, 공동 창작과 비판적 대화를 중심으로 교육 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참여자들이 평등하게 발언하고 상호작용하는 미시 공론장으로 설계해야 한다. 나아가 교육 과정 안에서 문화예술 작품의 주제를 동시대의 사회적 쟁점과 연결하도록 나아가야 한다. 이를 통해 학습자들이 사회(학)적 상상력을 훈련하고, 문화예술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고, 예술 작품 속 인물과 사건을 둘러싼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탐구하며, 타인의 경험을 구조적 차원에서 이해하는 구조적 공감 능력을 배양하는 역량을 확충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은 시민 모두가 자기 삶과 공동체의 문제를 문화예술적 실천과 사회적 상상력을 통해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문화적 시민성(Cultural Citizenship)’을 함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문화예술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는 도시, 진정한 의미의 문화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사회로 나아가는 기반이 될 것이다.

- 남기범
- 대학에서 도시사회학, 문화산업론, 사회지리학 등을 강의하고 있고, 대학 밖에서는 문화정책, 도시문화예술 비평, 도시문화산업, 장소만들기 등의 주제에 대하여 강연, 심사, 계획 등에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 『헤리티지 다시보기』 『서울의 공간경제학』 『창조도시를 넘어서』 등이 있고, 역서는 『문화공간의 생산과 소비』 『현대 경제지리학 강의』 『큰 꿈을 키우는 작은 도시들』 『경제지리학: 제도주의적 접근』 등이 있다.
nahm@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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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하고 실천하는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문화예술교육과 사회적 상상력
공감이 갑니다
성찰하고 실천하는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문화예술교육과 사회적 상상력
기대만점이네요
문화예술교육이 개인의 창의성과 사회적 상상력을 키우는 중요한 역할을 깊이 공감합니다.
창의성과 상상력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역량, 덕목 중의 하나이지요
그중에서도 집단 창의성, 그룹창의성에 저는 관심이 높은데, 이렇게 시민으로서 성찰하고 반추하는 사회적 상상력에 대해 논의해 주셔서 반가웠습니다.
개인에 그치지 않고 사회 속에서의 개인의 상상력이 사회적 맥락 속에 녹아들어가게 하는 것은 우리 문화예술 교육자들의 몫인 거 같습니다! 기사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