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미 알고리즘의 세계 속에 살고 있다. 자신이 알고리즘의 지배를 벗어나서 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당신은 인터넷, 스마트폰, 컴퓨터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취향을 분석하고 행동을 예측하며 볼 콘텐츠부터 읽을 책까지 선택해 준다. 이러한 기술이 제공하는 맞춤형 편리함은 꽤 매력적이다.
하지만 인지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알고리즘은 우리의 인지 편향을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 인간의 뇌는 본래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낯선 정보보다 친숙하고 익숙한 정보를 선호한다. 이를 ‘인지적 구두쇠’라고 칭하는데, 알고리즘은 이 같은 인간의 본성을 이용해 개인의 기존 신념과 습관을 반복적으로 강화한다.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과거 행동과 선택을 기준으로 추천을 제공하므로, 사람들은 점점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콘텐츠에만 노출된다. 이러한 현상은 확증편향을 심화시키고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방해한다. 인지적 편향이 깊어지면 사람들은 다른 관점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거부하고, 사고의 유연성을 잃게 된다. 결국 알고리즘으로 구성된 세상은 우리의 사고를 편협하고 경직된 장벽 안에 가두어 버린다. 그리고 켜켜이 쌓인 알고리즘으로 인해 그 장벽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첨예한 이념적 대립과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 문화도 인지적 편향과 깊은 관련이 있다. 소셜 미디어와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자신과 비슷한 의견만 반복적으로 접하게 하여 서로 다른 집단 간의 소통과 이해를 단절시키고, 서로를 향한 혐오와 불신을 강화한다. 인지적으로 경직된 사고가 사회적 갈등을 증폭하고 공동체의 화합과 통합을 방해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알고리즘의 인지적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은 바로 예술과 예술교육에 있다. 인지과학에서는 예술을 통한 경험이 인간의 사고를 유연하게 만드는 강력한 도구로 본다. 우리의 뇌는 낯선 것, 불확실한 것, 모호한 것을 마주했을 때 적극적으로 활성화되는데, 이런 과정을 유도하는 강력한 도구가 바로 예술이다. 예술은 뇌 가소성(neuroplasticity)을 촉진하여 새로운 연결을 통해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키워준다.
예술교육의 핵심은 바로 이러한 과정에 있다. 예술교육은 정답이나 명확한 결과를 제시하지 않고, 낯선 질문을 던지며 생각을 확장하는 경험을 마련해준다. 작품을 감상하거나 창작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감각, 직관, 감정과 같은 복합적이고 비선형적인 인지 과정을 활용하게 된다. 알고리즘이 제공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체험, 낯설게 헤매는 순간을 통해 우리의 사고는 유연하고 풍부하게 확장한다.
예술교육이 꼭 예술 분야 종사자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알고리즘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예술교육이 필요하다. 알고리즘에 의해 정형화된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며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 모두에게 예술교육이 필요하다. 예술적 경험을 통해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 능력이 높아질 때, 우리는 보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예술교육자는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시대에, 인간의 본질적 인지 능력을 강화하는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이는 단지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이 가진 다양한 인지 능력인 감성적 공감, 직관적 이해, 비판적 사고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알고리즘의 추천에서 벗어나 낯설고 새로운 경험을 적극적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다른 사람과의 공감과 소통을 통해 인지적 경직성을 허물어내는 경험을 마련해줘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을 경험하게 하거나, 타인의 관점에서 작품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을 장려할 수 있다. 또한 창작 활동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고 표현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예술적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공동체적 사고와 협력적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꾸준히 이루어질 때 알고리즘이 만든 인지적 장벽을 넘어서, 더욱 풍요로운 사고의 지평이 열린다.
더 나아가 예술교육은 인간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와 같은 철학적이고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인공지능이나 알고리즘이 제공할 수 없는 본질적 질문과 감정의 깊이를 예술적 활동을 통해 경험할 때, 우리는 인간다움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을 수 있다. 결국,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편리하지만 단조로운 세계에서, 예술교육은 인지적 다양성과 인간다움을 지켜내는 중요한 방패이자 나침반이다. 또한 이는 혐오와 갈등으로 분열된 한국 사회를 치유하고, 알고리즘의 감옥에서 벗어나 모두에게 더욱더 인간다운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준다. 반도체, 데이터, 인공지능은 점점 더 빠르게 확장하고 있으며, 그 속도에 맞춰 더 많은 알고리즘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 예술교육이 그런 기술의 속도를 넘어서길 희망한다. 그래야 알고리즘 시대에 예술이 인간을 지킬 수 있다.

- 김상균
-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정교수. 학부생부터 스타트업 종사자, 기업 경영자와 실무자까지 다양한 층을 지도하는 인공지능, 메타버스, 미래 교육 분야의 선구자로 인간의 마음과 경험을 연구하는 인지과학자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휴머노이드』(2025), 『AI 코리아 2025』(2024), 『기억의 낙원』(SF 장편소설, 부산국제영화제 선정작, 2024), 『AI x 인간지능의 시대』(2024), 『초인류: AI와 함께 인공 진화에 접어든 인류의 미래』(2023), 『메타버스의 유령』(SF 단편소설 모음집, 공저, 2023), 『브레인 투어』(SF 초단편소설 모음집, 2022), 『메타버스 새로운 기회』(2021) 등이 있다.
saviour@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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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또한 알고리즘으로 인해 유투브에서 더 확대되어서 포털사이트에서 조차 맞춰진 정보가 제공되어서 늘 보던 정보만 알게 됩니다. 아무생각없이 보다보면 한시간은 훌쩍 지나버리고… 뇌기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예술활동을 통해서 키워나가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아이들과 미술관 관람등 새로운 경험을 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글입니다.
추천경로를 벗어나 낯선 길을 나설 때
알고리즘 시대, 예술은 어떻게 인간을 지킬까
공감이 갑니다
추천경로를 벗어나 낯선 길을 나설 때
알고리즘 시대, 예술은 어떻게 인간을 지킬까
기대만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