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쉽고, 더 좋게 가르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는 예술강사들. 그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바로 아르떼 아카데미 심화연수 프로그램인 ‘마이크로티칭’ 인데요. 평소 자신이 하는 수업을 재연한 뒤 성장을 위한 피드백을 주고받아, 단점은 개선하고 장점은 강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보다 효과적인 수업을 위한 ‘마이크로티칭’ 연수 현장으로 함께 가볼까요?

 

23명의 예술강사들이 모인 자리. 수업 경력이 어언 30여 년인 유성수 사진 예술강사가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평소 수업을 다른 예술강사들 앞에서 재연한다. 10분 후 수업 재연을 마치고 칠판 앞에 마련된 자리에 앉자마자, 다른 강사들의 따끔한 지적이 이어진다. “목소리가 조금 더 커야할 것 같습니다” 혹은 “소수의 대답에도 귀를 기울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등이다. 우수수 쏟아지는 지적들에 유성수 사진 예술강사, 하고 싶은 말이 많은 표정이다. 하지만 꾹 참고, 묵묵히 수용해야 하는 마이크로티칭 연수 프로그램의 규칙에 따르고 있었다.

 
 

“그 누구도, 자신의 뒷모습은 볼 수 없잖아요” – 유성수 사진 예술강사

 

아르떼 아카데미
예술강사들이 마이크로티칭 강의에 집중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흔히 어머니가 변하면 가정이 바뀌고, 한 교사가 변하면 한 세대가 바뀐다고 한다. 따라서 교사의 영향력은 측정하거나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성이 아무리 높다한들, 전달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한다면 그 교사의 영향력이 제대로 효과를 보았다고 할 수 있을까?

 

7월 29일 현대인재개발원 연수원에 모인 23명의 예술강사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학생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강화하기 위해 아르떼 아카데미 심화연수 프로그램 ‘마이크로티칭’을 만났다.

 

“만약에 선생님이 일주일 간 거울을 보지 않고 산다면, 일주일 후의 모습은 어떨 거 같나요? 엉망이고, 보기에 흉할 것 같지요? 그런데 지금 많은 교사들이 강의하면서 자기 모습을 보지 않은 채, 매일 강의를 하고 있어요.” – 조벽 교수

 

조벽 교수는 마이크로티칭에 대해 “그동안 보지 않았던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면서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는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말이 있듯이 자신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깨달아, 단점은 개선하고 장점은 강화해 나가는 것이 마이크로티칭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아르떼 아카데미
장경희 예술강사가 모의수업을 발표하고, 김미영 예술강사가 피드백을 전해주고 있다

 

이날 마이크로티칭 수업은 몇 가지 지켜야 할 원칙을 세우고 출발했다. 한명씩 평소 자신이 수업하는 모습을 10분간 보여주는데, 발표자는 다른 참여자들의 쓴 소리도 받아들여야 한다. 이 때 다른 참여자들은 목소리, 몸동작, 도구 쓰기, 수업의 구조, 수업의 운영, 인간관계 등 총 6개 부분에서 발표자가 개선해야 할 단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장점도 언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전제로 하는 것은 ‘발표자가 훌륭한 교육자가 될 수 있도록 서로 돕는다’는 마음이다.

 

한편 참가자들은 수업 내용에 대해서는 지적할 수 없었다. 수업 내용에 대한 지적을 지양하는 이유에 대해 조벽 교수는 “10분간의 모의 강의로 수업 전체의 내용을 파악하고, 지적한다는 건 위험할 수밖에 없다”면서 참여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이렇게 진행된 모든 과정은 동영상으로 촬영돼 발표자에게 제공되기에, 자신의 수업을 찬찬히 바라보고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경력이 30년, 이렇게 떨린 적이 없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떨리네요”

 

아르떼 아카데미
유성수 사진 예술강사가 모의수업을 선보이고 있다

 

마이크로티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발표자를 바라보는 참여자들의 뜨거운 열정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유성수 사진 예술강사가 70~80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디카와 필카의 차이’ 모의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참여자들은 마치 학생이 된 듯 대답도 하고 날카로운 눈으로 유성수 강사의 수업 방식을 관찰했다.

 

 

“가끔 많은 분이 물어봅니다. 카메라는 어떤 걸 사야합니까. 항상 대답은 똑같습니다. 아무거나 사시라고. 그 이유가 있겠죠. 왜 그러냐! 카메라는 촬영소자 CCD가 가장 중요한데요. 이걸 만드는 큰 회사는 코닥과 소니뿐입니다. 코닥은 필름회사로서는 영광을 가진 회사였습니다. 근데 코닥이 10년 전 문을 닫게 된 이유는 너무 앞서갔기 때문이었어요. 거기에서 조금만 더 늦게 디지털 쪽으로 눈을 돌렸다면, 아마 모든 카메라에 ‘코닥’ 글자가 붙었을 거예요. 코닥이 너무 일찍 가는 바람에 소니 등에 밀리게 되었지요. 지금 카메라의 종류는 ‘콤팩트 디카’, ‘하이엔드’, ‘DSLR’가 있었는데, 5년 전부터 중간에 ‘미러리스’로 나뉘고 있습니다. 아무튼 ‘난 어떤 걸 선택해야 하느냐’ 고민도 하고, 여유가 있는 분은 ‘비싼 거 사야 돼! 비싼 거 좋은 거야. 옷도 그렇고, 가방도 그렇잖아!’ 근데 그렇지 않습니다. 작은 디카든, DSLR이든, 이 성능과 기능을 이해하고, 활용만 잘 한다면 똑같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빛입니다. 빛이 충분하면 좋은 사진이 됩니다”
 

– 유성수 사진 예술강사의 10분 모의 수업 녹취

 

 

“제가 30년 정도 강의 경력이 있거든요. 사실 이보다 더 많은 숫자의 학생들 앞에서도 떨린 적이 없었는데,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신 선생님들 앞에서 발표한다는 것이 많이 긴장이 되네요” -유성수 사진 예술강사

 

10분간의 발표가 실제 수업에 미치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다고 함께 전하는 유성수 강사. 그의 수업을 지켜본 참가자들의 섬세하고 친절한 피드백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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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정 만화애니메이션 예술강사

“수업을 듣는 사람이 노인이라는 걸 잊을 만큼, 재미있게 몰입해서 들었습니다. 제가 고개를 갸우뚱 했던 점은 움직이는 동선은 좋으신데, 몸이 좀 흔들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듣는데 약간 어지러운 느낌이 들었고요. 좋았던 점은 수업을 할 때, 강사의 외모가 큰 역할을 한다고 알고 있는데요. 포근하신 느낌이고, 연극 대사처럼 중간에 대상자가 돼서 직접 한 말씀씩 하시는 것들이 몰입도를 높이는 장치인 것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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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임 만화애니메이션 예술강사

“대상이 노인 분들이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초반에는 선생님이라기보다 약간은 좀 물건을 팔러 나온 거 같은 그런 느낌에 거부감이 들기도 했어요. 보통은 카메라의 기능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데, 카메라 회사의 속사정이나 왜 이 카메라가 뜨고 졌는지 얘기를 해주신게 더 재미있게 수업을 만들지 않았나 하고, 말의 속도가 따라가기 쉬운 점이 좋았습니다”

 

서로의 수업에 대한 칭찬보다 귀중한 ‘서로의 성장을 위한 건강한 피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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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마이크로티칭 연수에 참여하게 된 동기를 서로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가운데)최현주 예술강사와 (우)김현영 예술강사는 연수에 대한 소감을 전해주었다

 

이날 마이크로티칭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예술강사들 중에는 수년 동안 강의를 반복하며 습관화된 수업방식에 대한 반성으로 참여한 강사도 있었고, 조벽 교수의 명성 때문에 참여하게 된 강사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강사들은 ‘나의 수업을 평생 발전시키고 싶어서’ 마이크로티칭 연수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사람들은 제가 가르치면 항상 ‘다 좋다’며 만족을 하지만, 더 쉽고, 더 좋게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해왔어요. 그런데 이런 수업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틀림없이 내가 모르는 학습 방법이 나올 것이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2학기 때는 더 많이 도입을 해서 좀 더 다른 예술교육을 해보고 싶어요” -유성수 사진 예술강사

 

자신의 수업을 다른 강사들에게 보여주고, 평가를 받고 지적을 받는다는 사실에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서로에게 좋은 말만 하는 것보다 성장을 위한 건강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어 유익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도움이 많이 됨에도 불구하고, 부담감이 너무나 컸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더 성장하는 느낌이에요” – 김현영 만화애니메이션 아르떼 강사

 

“눈이 여럿이면 참 다양하게 볼 수 있구나 싶어요. 학습자 역시, 교사의 내용을 다양한 시점에서 받아들이게 되잖아요. 너무 서로에게 좋은 말만 하는 것보다는 서로의 성장을 위해 건강한 피드백을 주고받게 되어 기대치가 큽니다.” -최현주 국악 아르떼 강사

 

마지막으로 조벽 교수는 “자신의 교수법을 향상시키려고 하는 강사의 의지와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자신의 장점으로 수업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하다보면 더 발전하는 강사가 될 수 있다”며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조벽 교수의 당부대로 아르떼 아카데미의 예술강사들이 이번 연수를 통해 각자의 수업을 다듬고, 하반기에는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예술교육 현장에서 활약하기를 기대한다.

 
 

“마이크로티칭은 강의를 하는 모든 교사들한테 꼭 필요해요”_조벽 교수 인터뷰

 

아르떼 아카데미
조벽 교수가 마이크로티칭의 연수 운영 규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이크로티칭 연수 과정이 끝난 후, 조벽 교수를 만났다. 그의 경험을 통해 느낀 마이크로티칭의 장점과 필요성, 마이크로티칭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현재 학교 교육의 문제점까지, 마이크로티칭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Q. 마이크로티칭을 고안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처음 대학교수가 됐을 때 너무 힘들었어요. 공대 교수로 연구도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했는데, ‘어떻게 가르쳐야 한다는 걸’ 누구도 나에게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강의는 매일 하는데, 수업이 잘 안 되니까 우울해지고 맥이 빠지니 할 짓이 아니었어요. 그러다 ‘강의를 잘 하기 위해서는 강의법을 알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교수법 독학을 시작했지요. 그랬더니 강의 평가 점수가 팍팍 올라가는 거예요. 그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이 마이크로티칭이었어요. 사실 자기 강의하는 모습 비디오로 찍어서 보는 거 쉽지 않아요. 비참해져요. 마이크로티칭은 각 선생님들의 개개인의 차이에 맞춰진 실질적으로 효과가 팍 올라가는 맞춤형이지요. 물론 지적을 받은 대로 실천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Q. 오늘날 학교 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해결을 위해 마이크로티칭이 할 수 있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A.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생과 교사 사이의 관계가 적대적이라는 것입니다. 수업 내용만 왔다갔다 할뿐. 유대관계가 없어요. 예를 들어서 내가 어떤 수업을 받는데, 선생님이 싫어요. 그럼 그 과목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공부하고 싶지 않지요. 교육이라는 것은 교사와 학생의 인간관계를 떠나서 존재하지를 않아요. 우리는 마음을 기억해요. 나를 대하는 마음, 학생을 대하는 마음. 마이크로티칭은 수단을 개선하는 것에 주력하지만 밑바탕에는 그 마음이 깔려있어요. 오늘만 해도 경어 사용 등을 지적하면서 ‘학생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이 나왔잖아요.

 

Q. 좋은 수업은 어떤 수업일까요?
A. 좋은 수업이 갖춰야 할 조건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그 날 그 수업의 학습 목표를 달성했느냐’고요. 둘째는 ‘학습 목표가 적절했느냐’입니다. 즉 학생이 과연 그것을 배우고 싶어 했는지, 배우고 싶지 않은 것임에도 배우고 싶게 했는지, 바로 두 가지입니다. 나머지는 수단이지요. 수단이 좋다고 해도 엉뚱한 학습 목표를 향해 간다면 그건 좋은 수업이 아니지요. 예를 들어 재미있다는 것도 좋은 수단이 되지만, 그날의 학습목표와 전혀 무관한 재미라면 그건 시간낭비고, 코미디인 셈이죠.

 

마지막으로 조벽 교수는 마이크로 교수법도 중요하지만 매크로 교수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매크로는 교육의 바탕이 되는 ‘교육철학’으로 “항상 내가 왜 교육자가 됐는지,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이걸 하는지, 학생이라는 존재는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고민들을 바탕으로 마이크로티칭을 이용하면 훌륭한 강의가 탄생할 수 있다”면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리포터



글 | 문화예술교육 아르떼아카데미 리포터_정혜정

문화예술교육과 여러분 사이에 다리를 놓는 사람입니다.
여러분들이 이 다리를 건너며 생기는 풍성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