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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어서 하나의 숲을 만들 듯,
공생하는 예술

박李창식 문화살롱 공 대표

박李창식은 터와 사람을 만나는 퍼포머(Performer)다. 그의 몸과 일련의 예술 활동은 이런저런 연기적 조건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향해 열려있는 ‘공(空)’과 같아 어느 하나로 고정되지 않은 잠재성이기도 하다. 그는 마치 예술을 통해 무주상보시(無主相布施)를 실천하듯 공동체 안에 이미 내재된 가치와 사랑을 발견하려 애쓰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사람이다. 왜냐하면 지난한 예술의 여정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삶, 가는 곳곳 구구절절한 터의 역사, 그 자체가 커다란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외부인이자 내부인으로 공동체와 뒤섞여 조금 더 나은 삶을 꿈꾸었고 애씀과 실천을 통해 변화를 경험했다. 순례하듯

어서 와, 나의 도시!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도시와 나의 교집합 서울을 떠나 강원도에 터를 잡았을 때 내심 기대했던 건 여유로운 삶과 걷기 좋은 도시였다. 나는 지금, 그렇게 살고 있을까? 현실을 들여다보면, 삶의 속도는 오히려 더 빨라졌다. 나는 여전히 바쁘고, 열심히 운전한다. 1시간여를 이동해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서울 생활에서 10분~20분 이내에 도심과 자연 어디든 갈 수 있는 이 도시의 공간성만으로도 삶의 질이 올라갔지만, 기대했던 삶과는 거리가 있다. 나는 문화도시 사업 담당자이다. 나의 도시 원주에 사는 자부심을 시민들이 느끼고, 문화적 삶이 가능하도록 도시문화생태계를 조성하는 임무가 나에게 주어져 있다. 이 도시와

우리 집 책장에서 시작하는 유쾌한 혁명

일상을 지키고 바꾸는 성찰과 실험

동네, 마을에 누가 사는지 굳이 몰라도 사는데 큰 지장이 없다고 느끼는 시대이지만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공동체적 감각이 무뎌지고 사라져감에 대하여 경각심을 일으키는 말과 글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한편으론 공동체적 감각을 깨우고, 시대에 맞는 공동체성을 복원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관점에 대해 이해되고 공감되는 제안과 해결책, 대안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공동체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과 공동체의 고유한 특성이 담기지 않은 ‘찍어낸 듯한’ 단기적인 사업들 중에는 안 하느니만 못한 것들도 많아 보였다. “세계적으로 상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고 말한 자크 엘륄(Jacques Ellul)의 다른 말

주인 된 마음, 자유롭고자 하는 의지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

‘지역화’ ‘지역 중심’ ‘주민 주체’라는 화두가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진정한 지역 중심 문화예술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그리고 그 노력을 지속하기 위한 힘은 무엇일까?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는 온화하지만 강단 있는 눈빛으로 이 생태계의 ‘주인’으로서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천 배다리 마을 한가운데 무심한 듯 아담하게 자리 잡은 생태공원을 지나 골목을 돌면 깡통 로봇이 반기는 스페이스 빔이 보인다. 2007년 이곳에 자리 잡은 후 진정한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예술적 매개와 촉매, 중재 역할을 고민하면서 서울 중심의 자기장, 제도와 관행, 관리와

이웃과 동네에 주파수를 맞춰라

주민이 직접 만드는 마을미디어

영화 속 한물간 가수 ‘최곤’은 강원도 영월 지역 라디오 디제이(DJ)가 된다. 그저 그런 방송이 될 뻔했지만, 우연히 출연한 동네 다방에서 일하는 ‘김양’의 감동적인 사연에 주민들의 호응을 얻기 시작한다. 이후 여러 주민의 이야기가 송출되면서 방송의 인기는 날로 높아진다. 영화에서 그린 것처럼 지역 라디오 방송에는 우리 이웃과 동네 이야기만이 가진 낭만이 있다. 지역 주민들이 출연은 물론,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는 동네 라디오 방송을 통해 지역 이야기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살펴본다. 세대도 언어도 장애도 넘어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관악, 마포, 분당, 공주, 성서, 영주, 광주 등

환대와 응원을 보내는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재미난협동조합 생활문화시설 인문프로그램

“인간은 거대한 에너지이다. 고로 인간을 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에게 열정을 불러일으킬 만한 과업들이 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적절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우리에게는 타인이 늘 필요한데, 그들이 스스로의 생활을 변화시킨 사례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바이블 – 호세마리아 신부의 생각』 중 재미난협동조합은 생기 있는 마을의 인문생태계 조성을 위해 지역 청년들이 지역 인문강사로 자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생활문화시설 인문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 청년은 재미난협동조합의 든든한 지원을 얻어 ‘인문협업자’로서 자신들이 삶의 목표로 삼고 있는 자연과 하나 되는 활동을 아무런 부담

오늘도 예술로 말을 건네는

문화집단 너느로

문화집단 너느로는 ‘왜 전통연희는 대중화되지 못할까’라는 질문을 통해 만났다. 전통연희를 기반으로 연극, 미술,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모여, 원형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재미있는 우리만의 창작을 해보기로 했다. 2016년 21세기 굿 음악 프로젝트 ‘너른 오늘(다시 보고 다시 듣는 경기도 도당굿)’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현재는 은평뉴타운에 예술공간 ‘나무가 모인 숲’을 조성, 은평구를 거점으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예술하기를 지향하고 있다. 우리가 서로를 알 수 있다면 다둥이 가정, 실버세대가 많은 장기전세 주택. 요즘처럼 아이가 귀한 시대에 다둥이들이 모여 있는 단지라니 과연 대한민국 아이들이 여기

그동안 예술가는 동네에 머문다

낯설게 헤매는 예술가의 항해일지

“왜 안 하던 거를? 이해 못 했죠?” “그런데 도와줄 수 있잖아요, 재밌을 것 같아요.” 그는 전화로 질문하는 나를 강릉영상미디어센터 미디어 교육실로 불러서 직접 시연을 하며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사람 – 녹색 스크린 – 카메라 – 컴퓨터 – 스위처 – 출력 스크린 – 사람’ 낯선 장비들의 개념과 시스템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나의 머릿속 상상들이 날아갈까 봐 걱정되어 얼른 작업실로 돌아와 이 낯선 사이를 들락거리고 있다. “도대체 뭐 하려고?” 영화 만드는 이 사람은 매번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들고 찾아가는 나를 동네로 불러 언니들 사이에서

영감을 찾아 떠나는 공간

예술가의 책방

예술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 특별한 영감을 준다. 그렇다면 예술을 하는 예술가는 어디에서 영감을 받을까? 예술가가 읽는 책과 그 공간에서 영감의 원천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은 일상에 특별한 영감이 필요할 때 갈 수 있는 다양한 예술가의 공간을 찾아보자. 커피와 함께 여유로운 독서를 즐기고 싶을 때, 특이한 취향을 엿보고 싶을 때, 지역 역사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등 취향이나 관심에 따라 방문할 수 있는 예술가의 책방을 소개한다. [이미지출처] 책과 밤,낮 인스타그램 [이미지출처] 헤세처럼 인스타그램 감성과 낭만 사이 책과 함께 고요한 밤낮을

지금 여기, 건강한 욕망의 조화를 위하여

조미자 진접문화의집 관장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쉽게 구분이 안 된다고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사실은, ‘생활문화’라는 개념이 정책에서 전면화되면서 생기는 혼란이 상당하다. 자칫 생활문화가 동아리와 집단성만을 강조하는 것으로 오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 공동체의 결속을 이끌어내면서도 개인을 지우지 않는 강력한 모델이 있다. 얼핏 모순되는 말처럼 느껴지지만, 조미자 관장과 진접문화의집이 오랫동안 견지하고 지켜온 태도다. 진접문화의집을 전국구 스타로 만든 ‘나와유’ 축제에서 보여준, 부침개 한 장을 나누는 과정에서 개인의 선택과 움직일 공간을 보장하면서도 커뮤니티의 조화를 잊지 않는 균형감각은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을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두루 탐구대상이 될만하다.

스스로 만드는 삶의 터전
‘여기서 나답게 잘살기’

(사)강원살이

강원도 청년들의 지역 이탈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5년간 강원도 내 전·출입 인구 현황을 보면 20~39세의 순 유출 규모(전출인구-전입인구)는 2만여 명에 달한다. 청년들의 지역 이탈 가속화는 강원도의 산업, 경제, 문화 전반에 있어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년들이 지역에 남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를 확인하고 대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강원살이’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지역에 청년들이 넘치고 그들의 활력을 바탕으로 지역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해가는 것이야말로 지역 존립의 가장 큰

지역과 공간의 기억을 담다

문화예술교육과 기록

기록과 아카이빙은 사라지거나 잊혀가는 위기의 상황에서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기도 하고, 우연한 기록이 가치와 의미를 갖게 되어 아카이브로 구축되고 새롭게 해석하고 활용되기도 한다. 지역은 지역민의 삶이 계속되고 수집해야 할 대상도 계속 생산되는 의미에서 ‘리빙 랩(Living Lab)’이기도 하다. 사라지는 것을 기록하기 위해 또는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통된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이고 협력하며 실행하는 ‘생활 속 실험실’로서의 지역과 공간의 기록을 살펴본다. [아마추어 서울] vol.7 <조은영의 장사동>[사진제공] 아마추어 서울 ‘서울의 OO’을 주제로 한 전시[사진제공] 아마추어 서울 도시를 기록하다 ‘아마추어 서울(AMATEUR SEOUL)’은 서울

자연 속에서 사색하며 예술 누리기

도시를 벗어난 문화예술공간

최근 아웃도어 매출이 크게 오를 정도로 등산과 캠핑이 인기를 얻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실내 활동과 모임을 자제하면서 인적이 드문 자연으로 향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등산과 캠핑 이외에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다른 활동은 없을까?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에 자리 잡은 서점, 미술관, 박물관 등 문화예술 공간을 소개해본다. 전원 속에서 즐기는 책방 스테이 경기도 양평 용문산으로 가는 길목, 자가용 없이는 가기 어려운 전원주택 단지 속에 한 서점이 있다. 누가 이곳까지 책을 사러 올까 싶지만, 예약제로 운영하는 책방은 8월까지 이용 예약이

지구 서식자로서, 서로 의존하며 질문하기

김성원 Play AT-생활기술과 놀이멋짓 연구소장

물이 부족할 것이고 지구 온난화가 생길 것이라 했던 지난날의 예측은 이미 우리의 삶 안으로 들어와 놀랍도록 가속화되고 있다. 반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던 호주 산불, 40도를 웃도는 시베리아의 기온은 우리네 삶이 원인이자 결과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가 없다. 기후 변화, 에너지 위기, 자원의 고갈에 더해 코로나19까지 곁으로 바짝 다가와 안전한 삶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직면한다. 예술과 교육에 있던 예술교육자의 사유 범주도 생태계 내적 존재로서의 고민이 추가되고 있다. 피할 수 없다. 우리가 어떻게 믿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재난 이후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면 어떤

예술과 기술의 최전선에서 공명하는 따뜻한 소리

편집위원이 만나다⑥ 권병준 미디어 아티스트

마이크를 통해 입속의 노래를 내뱉던 뮤지션 권병준이 이제는 마이크의 지향을 밖으로 돌려 세상의 소리를 담아내는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약 중이다. 권병준의 사운드는 우리 사회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거나 속도에 매몰된 기계문명의 허를 찔러왔다. 인간을 사색과 휴식으로 이끌며 서로 공명하는 기술을 발굴해온 것이다. 온갖 새로운 악기들이 태어나 숨 쉬고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예술의 기술적 구현을 함께 궁리했다. 작업마다 새로운 기술을 실험하고 개척해왔다. 예술적 영감을 기술로 구현하다 보면 물리적 한계에 부딪힐 때도 있겠지만, 기술 덕택에 예술적 영감이 애초 예측을 넘어 확장되었던 경우도 만날 듯하다.

예측불가능한 미래를 질문하는 예술의 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드림아트랩4.0 토탈미술관 ‘벙커 465-16’

“어느 날, 인류가 사라진 미래로부터 편지가 도착한다. 지구의 유일한 생존자가 보낸 구조 신호! 이상기후, 환경오염, 질병 등으로 인간이 살아갈 수 없게 된 미래의 지구를 구해달라는 절박한 구조요청이 모스 신호로 끊어질 듯 이어지고, 메시지를 받은 아이들이 ‘벙커 465-16’에 모여 지구의 미래를 구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과연 아이들은 미래 지구를 아름답게 지켜낼 수 있을까?”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와 인간이 그 미래를 구할 수 있다는 유토피아적 소망을 담은 무수한 영화들처럼, ‘만약에 우리라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지난해 토탈미술관이 개발·운영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드림아트랩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