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두려움과 마주하는 것이다

데이비드 베일즈, 테드 올랜드 지음 | 임경아 옮김
루비박스 | 2012.11.25

 

 

 

이 시대에 예술을 한다는 것은 불확실성에 맞선다는 의미이다. 그 삶은 회의와 모순으로 점철되어 있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뿐더러, 청중도 보상도 없을지 모르는 무언가를 무모하게 행하는 삶이다. … 지금은 신앙의 세기도, 진리와 확실성의 세기도 아니기 때문이다. p.18

 

두려움은 불확실함의 표출이다.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대상을 두려워한다. 나와 미래, 나와 성취, 나와 다른 사람들의 모든 관계가 불확실하다. 삶의 방향성을 놓고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무모하거나 무심한 사람일 뿐이다. 누구나 예외 없이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하물며 남이 가본 적이 없는 길을 가려는 예술가는 더 두려울 수 밖에 없다. ‘창조적’이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는 남달라야 하고 그만큼 불확실성의 수위를 누구보다 높게 잡아야 한다. 일부는 일부러 부조리의 극치에 자신을 던져 보기도 한다. 두려움에 맞설 용기가 부족하다면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 나를 던져 넣어 발버둥이라도 쳐 보려는 것이다. 결국 예술가의 길을 걷는 것은 끊임없이 두려움에 맞서는 일이 된다.

 

예술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대개 선배들의 운명을 되돌아보며 창작을 시작하고, 그들 중 대다수는 중도에서 포기하고 만다. 이것은 정말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더욱 비참한 것은 이것이 불필요한 비극이라는 점이다. 어차피 계속해 나가는 예술가들과 도중하차하는 예술가들은 공통된 감정적 기반 위에 서있기 때문이다. p.28

 

‘계속해 나가는 예술가들과 도중하차하는 예술가들의 공통된 감정적 기반’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두려움이다. 이 두려움을 어떻게 대처했는가에 따라 예술가의 길을 포기하거나, 지속할 수 있는 것이라고 책은 말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누구도 이 대처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해 준 선배 예술가들은 없었다. 그저 용기를 잃지 말고 묵묵히 자기 소리를 내면 된다 정도의 조언이 있었을 뿐이다

 

이 책에는 예술가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구체적인 조언이 담겨있다. 분석적인 사고로 예술가의 고뇌를 쪼개어 본다는 것에 저항감을 느낀다면 별로 권할 만하지 못하다. 하지만 예술과 두려움이 결국 하나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보길 강권한다.

 

누가 평탄하고 양지바른 삶을 마다할까.
인생 내내 태풍 부는 바다를 항해할 만한 내구력이 있는 사람이 그리 흔할까.
우리 삶이 불확실한 만큼 내가 의지할 만한 가이드라인 하나 정도는 있어도 좋지 않을까.

 

예술과 두려움, 아니 인생과 두려움은 결국 Fear Management의 문제이다. 바로 이 책이 현실에 발 딛고 사는 진지한 예술가들에게 두려움과 어울려 사는 법을 알려 주는 처방전이 되리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