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대중음악계에 종사하는 그 어떤 전문가들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를 이토록 강타할 줄은 몰랐다. 혹자는 테크놀로지의 힘, 유튜브의 위력에 대해 말하고, 누군가는 특이하게 생긴 아시아인의 웃기는 몸짓이 인기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본질적인 문제를 한번 생각해 보자. 당신은 이 노래를 왜 좋아하는가?
“지금/부터 갈 데까지 가볼/까——- /ㅂ! 오빤, 강남스타일”
이 노래의 절정은 여기에 있다. 가슴 털기가 끝나는 지점, 잠깐 숨이 멎는 그 순간에 있다. 그리고는 그 모든 사람들이 살짝 비껴간 약박을 놓치지 않고 일제히 ‘읍! 오빤 강남스타일’을 외치고 미친 듯이 말춤을 춘다. 읍!(숨 멎음)-오빤 강남스타일(외침)-말춤, 이 세 가지의 시리즈가 전 세계인을 약 5초간 황홀경에 빠지게 하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순식간에 사로잡는 리듬과 그에 연결된 춤이 만들어내는 마술이다. 리듬에 맞춰 춤을 따라 하는 것을 왜 사람들은 이토록 좋아하는가?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웬만큼 다 아는 공식이지만 누구나 따라 하기 쉬운 춤과 연결된 음악의 파워는 그냥 좋은 노래가 따라잡기 힘들다. 1930년대의 스윙이 그랬고 2011년의 셔플댄스가 그랬고, 국내에서는 원더걸스의 〈노바디〉가 그랬다. 필자는 이에 대해 두 가지, 서로 다르지만 그러나 연관된 설명을 하고자 한다.
하나는 거울 뉴런에 관한 이야기이다. 얼마 전 〈미러링 피플〉이라는 책이 우리나라에 번역되었다. 이 책은 세계적 신경과학자 마르코 야코보니가 거울 뉴런과 관련된 최근 20년간의 학계 연구를 정리한 책이다. 갓난아기들 앞에서 우리가 웃거나 특이한 행동을 하면 따라 하라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금방 똑같이 따라 한다. 거울 뉴런 때문이다. 거울 뉴런은 모방하고 싶어하는 본능과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거울 뉴런은 감정에도 관여한다. 야코보니는 fMRI를 통해 ‘거울 뉴런-대뇌피질의 섬-변연계’로 이어지는 해부학적 연결망을 발견했다. 이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우리가 모방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다른 사람이 괴로워하면 거울 뉴런은 우리를 도와 우리가 그의 표정을 읽고 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느끼게 한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게 된다.
신경과학자들은 이 거울 뉴런이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의식적으로 작동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신경구조가 그렇게 발달하도록 이미 조작되어 있다는 것이다. 콜라를 꿀꺽꿀꺽 마시고 있는 모델을 보면 갑자기 나도 콜라를 마시고 싶어진다. 어떤 광고를 보면, 또는 어떤 광고음악을 들으면 그 모델처럼 나도 그 상품을 갖고 싶어진다. 지금까지는 이것을 사회에 의해서 조작된 사회적 현상으로만 설명해왔다. 그러나 이것의 신경과학적 기초가 설명된 셈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거울 뉴런이 더 격렬하게 활동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야코보니는 이와 관련된 간단한 찻잔 실험을 했다. 찻잔을 쥔 손의 단순한 동작이 찍힌 동영상들을 실험대상자들에게 보여준다. 첫 번째 영상은 행위를 위한 맥락은 전혀 없고 단지 손과 컵만 보인다. 두 번째 영상은 식탁 위에 과자 부스러기와 더러운 냅킨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세 번째 영상은 다과회를 준비하는 듯한 깔끔하게 정돈된 식탁이 보인다. 세 영상 모두에서, 한 손이 다가와 찻잔을 집어 든다. 놀랍게도 실험 대상자들의 거울 뉴런들이 세 영상의 미묘한 맥락의 차이를 감지했다. 아무런 맥락도 없는 첫 번째 영상을 볼 때 거울 뉴런은 가장 적게 활동한다. 그리고 깔끔한 세 번째 영상을 보고 있을 때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 치우기보다는 마시기가 더 기초적인 의도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강남스타일〉을 그냥 들을 때보다 수만의 관중이 함께 그 춤을 따라 추고 있는 동영상을 볼 때 당신의 가슴이 더 벅차올랐을 것이다. 당신의 거울 뉴런이 그 맥락을 읽어내고는 더 활발히 활동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더 설명해야 할 것이 있다. 본능적으로 타인의 행위를 따라 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고 그러면서 타인과 공감하게 되는 것은 알겠는데, 왜 사람들은 강한 리듬에 맞춰 춤추는 일에 그 어느 때보다도 큰 기쁨을 느끼는 걸까? 생각해 보라. 2002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월드컵의 현장에서 온 국민을 하나 되게 만들었던 것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짜짝 짜 짝짝’, 리듬과 손동작이었다.
트레이너 박사는 음악적 리듬이 우리의 운동, 숨쉬기, 심장 뛰기 등을 조절하는 운동적 리듬(motor rhythm)에 기원한다고 말한다. 엄마가 아기를 안고 노래 불러줄 때 아기의 몸을 박자마다 때리는 등의 경험으로부터 소리와 운동을 상관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들로부터 움직임과 청각적 표현들을 함께 이해하는 체계가 우리 뇌에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는 움직임이 (음악적 리듬 인지보다) 먼저 진화하였고 그 후에 우리 뇌에서 운동 영역과 청각 영역 간의 복합 감각 연결(multi-sensory connections)이 생겼을 것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반복되는 6박 리듬 패턴(액센트 없는)을 들을 때 이것을 3박으로 묶어서 듣는가, 2박으로 묶어서 듣는가를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만약 그 사람이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운동을 2박으로 하고 있는 경우면 2박씩 묶어서 세 그룹으로 느끼고, 세 박 단위로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운동을 하고 있는 경우면 세 박씩 묶어서 두 그룹으로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리듬 처리의 신경계를 연구해 온 타우트 박사도 리듬을 인지하는 뇌 영상 사진을 연구하면서, 리듬에 관한 정보를 처리하는 청각적 신경계가 운동을 관장하는 조직에 곧바로 투사되는 것 같다는 추측을 하고 있다. 마치 하나의 현을 진동시키면 다른 현이 함께 진동하는 것과 유사하게 말이다. 이것은 인간이 운동을 리드미컬하게 한다는 의미도 되지만 리듬을 들으면 저절로 운동하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반복적이고 힘든 일을 해야 할 때 노래의 리듬에 맞춰 움직이면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듯 수월해진다.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하는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적절한 리듬이 있는 음악을 들려주면 기적처럼 그들이 움직인다! 그러므로 싸이의 노래를 들으면서 저절로 몸이 들썩이는 것을 참기 어려웠다거나 따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당신 역시, 음악이 만들어내는 이 기적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글 | 음악학자 이미경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이론전공, 동대학원 음악학과를 졸업한 후, 독일 프랑크푸르트 예술대학에서 음악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내 한국예술영재교육연구원에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연구센터에서 일하였으며, 현재는 전남대학교에 재직 중이다. 관심분야는 음악철학, 음악 미학적 분석과 음악적 창의성, 음악영재교육 등 다양하다. 다수의 음악미학과 한국작곡가들에 대한 작품 분석에 관한 논문이 있으며, 저서로는 『도전, 혹은 스밈(작곡가 이건용과의 대담)』,『철학, 예술을 읽다(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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