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경제연구소가 신년마다 경제 흐름에 대한 예측을 내놓는 것에도 역사가 있다. 대중을 대상으로 한 출판으로는 ‘노무라종합연구소’가 가장 앞섰고, 국내에서는 ‘삼성경제연구소’가 가장 빨랐다. 해외 유수의 컨설팅 기관들이 하는 일 중 가장 비중을 두는 것이 ‘현재를 분석’하여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사회의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미래를 미리 볼 수 있는 힘은 더욱 중요해진다.
하지만 이들이 제시하는 것은 수학적 정확성이 아니라 인문학적인 수준의 경향 예측이다. 크게 보아 이런 방향이 될 것이므로 이런 관점으로 변화에 대응하면 큰 낭패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정도이다. 미지의 시간으로 여행하기 위한 가이드북이랄까.
최근 사회, 문화 전반의 트렌드 예측을 내놓는 보고서 형태의 책이 많이 출판되고 있다. 이들 책은 객관적 정확성 보다는 전문가의 오랜 노하우와 세상을 읽는 혜안으로 풀어가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문화예술 분야와 밀접한 신년 예측들을 잘 정리한 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문화와 대중 심리를 읽다
라이프 트렌드 2013 -좀 놀아 본 오빠들의 귀환
김용섭 지음 |
부키 | 2012.12.14
이 책은 우리 사회에 가장 밀접하게 닿아있는 현실을 중심으로 미래를 예측한다. 따라서 설득력이 높다. 주목할 점은 이 책이 제시하는 많은 주제어들이 그다지 새롭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많은 책들이 비슷하거나 동일한 주제를 다루었는데, 그 천편일률 적인 키워드 속에서도 이 책의 저자는 이것들을 우리의 현실로 끌어내고 구체화 시키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괄목할 만하다.
이 책은 한국인이 아니면 읽기 어렵다. 철저하게 한국화된 라이프 스타일 예측이기 때문이다. ‘왜 요즘 주변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팔팔한 사람들이 많을까?’ 혹은 ‘나이 들어 보이는 사람은 왜 많을까?’와 같이 구체화 된 사회 현상 속에서 트렌드를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
문화예술에 있어서 한국사회 구성원의 의식 변화는 어떻게 흡수되어야 할까 궁금하다면 이 책을 참고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점점 서로 닮아가는 여성과 남성이 택하는 즐거운 문화체험이나 스마트폰에 맞는 예술의 형태 고민 등 이 책이 던지는 숙제를 차근차근 해나가다 보면 2013년을 통째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를 지배할 트렌드를 읽다
트렌드 코리아 2013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 센터의 2013 전망
김난도, 이준영, 전미영, 이향은, 김서영 지음
미래의 창 | 2012.11.21
문화예술은 함께하고, 나누면서 소유보다 향유를 택하는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다가서야 할까? 1인 가구의 증가는 혼자서 고품격 휴식을 취하는 라운징 트렌드를 이끌고, 온갖 물질적ㆍ정신적 독소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디톡스 열풍이 분다면 문화예술 서비스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
이와 같은 문화예술을 향한 호기심을 가졌다면 참고할만한 책이다. 김난도 교수는 이 책을 2010년부터 계속 발간해왔다. 책은 크게 2012년의 분석과 2013년의 전망을 예측하는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목적은 소비자가 트렌드를 예측해보자는 것인 것 읽다 보면 누구나 참고할만한 설득력이 있다. 올해를 살아가는 자신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 같은 면이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도 ‘소비’되어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참고할만한 부분이 많다.
신인류의 미래를 읽다
미래가 보이는 25가지 트렌드 -10년 후 세상을 읽는 기술
크리스토퍼 바넷 지음 | 손진형 옮김
더난출판사 | 2012.11.21
이 책은 올해가 아니라 조금 더 먼 미래를 내다본다. 인류가 자원을 흥청망청 소모할 수 있는 풍요의 시기는 이미 지났고, 이를 보완할 기술과 첨단 기술의 현실화가 우리 사회에 가져다 줄 변동에 대해 담담하게 적어나가고 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분이 많아 읽기 재미있다.
스마트폰을 당연하게 여기고 무선 네트워크 중심의 유비쿼터스 시대가 완성 될 것이라고 10년 전,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마찬가지로 로봇, 유전자 조작에 의한 신인류, 수명연장과 같은 개념 역시 10년 이내에 당연시 될 것이라고 이 책은 주장한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에 기반한 사회 변화를 예측하는 것과 문화예술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궁금하다면, 사진의 발명과 함께 표현주의가 주목 받게 된 점, 모바일 디바이스가 보편화 되면서 누구나 현장의 동영상을 찍어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공유할 수 있게 된 사실을 생각해보라. 기술과 문화예술은 불가분의 관계다.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문화예술에 가장 먼저 영향을 주어왔다.
문화예술에 특별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앞서 소개한 세가지 책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발행한 〈2013 문화예술트렌드 분석 및 전망〉도 읽어보기를 권한다. 사전 리서치부터 분야별 전문가군 인터뷰 결과를 토대로 올 해 문화예술의 10가지 트렌드를 엮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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