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을 온전히 지배할 때 저마다 가진 가능성을 최고로 꽃피운다”고 한다. 이러한 생각은 개인뿐만이 아니라 지역에도 적용된다. ‘각 지역이 자율적으로 다양한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지역의 문제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각성은 꽤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 1949년 「지방자치법」 제정, 1952년 시·읍·면의회의원과 시·도의회의원 선거 실시, 1956년 시·읍·면장 선거 실시, 1960년 시장·도지사 선거 실시, 1961년 지방자치제 전면 중단, 1991년 임명제 단체장 체제가 존속하는 지방자치제 부활, 1995년 4대 지방선거를 통한 새로운 출발로 이어지는 지방자치의 지난한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참여와 자치의 기반
지역문화 활동 주체들이 문화의 다양성과 자율성, 창의성에 주목하여 2001년을 ‘지역문화의 해’로 선포하고 백가쟁명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것도 분권과 자치에 대한 각성과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각성은 쉽게 포기되거나 각성 이전으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느리더라도 계속해서 나아가게 되고, 꾸준한 토론과 실천의 결과는 2006년 5월 「지역문화진흥법」 최초 발의, 문화헌장 작성과 공표로 이어지고, 2013년 12월 「문화기본법」 제정, 2014년 1월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으로 법적인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하지만 “지역문화를 가꾸어 나가는 일은 주민의 자주적 참여와 주민 자치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문화헌장 선언은 주민의 전면적인 직접 참여에 따른 자치를 요구하고 있는 점에서 여전히 우리에게 과제를 던지고 있다.
「지역문화진흥법」이 “지역문화진흥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지역 간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별로 특색 있는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킴으로써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문화국가를 실현하는 것”에 머물러 목적을 이루기 위한 주체와 방식이 제시되지 않은 점과 하향식 지역문화진흥 기본계획 수립 절차, 경쟁방식의 문화도시 지정 등 해소되지 않은 중앙 중심의 관점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이는 지역의 문화 활동 주체가 ‘분권을 넘어 자치로 나아가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하는 지점이다. “다양한 문화주체가 문화정책에 참여하여 자유롭고 창의적인 문화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경기도민의 삶과 지역사회에 문화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것을 그 기본이념”으로 최근에 제정된 「경기도 문화자치 기본조례」(2021.7.14. 제정)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일성(全一性)의 추구는 자치(自治)의 전제(前提)다. 그러므로 문화 자치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당연시되어 온 특성화 기반의 지역발전 논리를 벗어나 생활권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보편성으로 균형을 잡는 입체적인 인식과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행정영역에서 기초자치단체는 지역의 특수성에 따른 정책을 추진하고, 광역자치단체는 보편성에 따른 정책을 추진하여 다양성과 보편적 가치가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단순화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책임을 감당하기 위하여
분권은 자치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분권에 따른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자치역량 확충, 중앙정부-광역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 관계의 재구성 등이 추진되어야 한다. 분권 정책에 따라 중앙정부의 자원과 권한 등이 지역으로 이양되는 크기만큼 지역의 책임도 당연히 커진다. 이에 따라 지역이 커지는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지역문화 관련 조사·통계의 강화’ ‘문화 정보화 시스템 구축’ ‘지역문화 인력양성 및 일자리 창출’ ‘지역문화 자산의 보전과 활용을 위한 연구 강화’ ‘지역문화 정책 연구 및 정책 네트워크 활성화’ 등 문화자치역량 강화를 위한 제반 여건의 개선과 보완이 요구된다.
또한 광역에서 기초로의 분권 이양 과정에서 긴 지체 현상을 겪을 수도 있다. 중앙정부의 자원과 권한이 광역시·도로 넘어오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기초 시·군·구로 다시 분권이 되지 않으면 자치는 요원해질 것이다. 광역은 과도기를 설정하여 기초로의 분권을 염두에 두고 정책과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문화재단은 광역문화재단과 기초문화재단의 위상을 설정하고, 역할을 나누고, 협력관계를 일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는 중앙정부-광역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의 관계를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재구성해야 한다. ‘지역의 자율과 책임’에 따라 모든 우선권을 기초에 두고, 기초에서 처리될 수 없고 책임질 수 없는 사항에 한해서 광역-중앙의 순서로 보충적으로 개입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경쟁과 갈등을 조장하는 공모방식을 개선하고, 협력적 관점에서 새로운 사업 추진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
문화교육은 “개인의 발전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감과 참여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사회통합의 핵심요소”로 자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지역문화의 기반을 확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자치분권 시대의 문화예술교육은 개인의 창의성을 사회적 창의성으로 확장하고, 공동체와 지역의 문제 해결에 기여하기 위한 길을 모색해야 한다. 즉, 기후위기 등의 환경문제와 차별과 혐오 문제, 정체성의 혼란 등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이슈를 발견하고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속가능성, 문화 다양성 등 인류 보편의 가치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미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스스로 키울 수 있도록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지나치게 포괄적인 문화예술교육의 사업영역을 ‘문화교육’과 ‘예술교육’으로 구분하여 추진하는 것이 한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 보편적인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지역사회 문제 해결 및 치유에 기여하는 등 예술을 매개로 통합적·민주적인 인간상을 구현하는 ‘문화교육’과 개인의 창조력과 상상력을 키우고 여가생활 등 미적 체험을 통해 인간의 성숙을 추구하는 ‘예술교육’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목적을 명확히 하여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환기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물론 법적으로도 정의가 혼재되어 있는 문화교육, 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 등의 가치, 개념, 범주를 명확히 정리하기 위한 연구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 손동혁
- 인천문화재단 정책협력실장. 문화비전 2030 등 문화정책 수립에 참여했다. 다르게 상상하고 행동하며, 관성 대신 새로운 생각을 나누고 보완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sdhyeok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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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교육과 예술교육을 구분한다? 기존 예술교육과 차별화를 두면서(예술을 창작하고 소비하기 위한 교육에 머물지 않기 위해) 문화교육의 개념을 포괄하는 것이 문화예술교육이라고 알고 있는데 굳이 구별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양성과 보편성, 존중과 균형
정말 너무나도 공감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