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과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이하 협회)가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을 협력하여 진행한지 7년차로, 그동안 무엇보다 사업의 주 대상인 장애인 당사자에게 초점을 맞춰 왔다. 기본적으로는 한분 한분의 욕구를 고려한 문화예술교육이 다양한 분야에서 “매우 충분” 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수요를 맞출 수 있도록 규모를 확대하는 것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양적인 증가 못지않게, 프로그램이 현장에서 질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협회와 진흥원이 파견하는 예술강사와 장애인복지시설 담당자와의 협조와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그간 예술강사와 실무자의 관계와 협력 기회를 높이기 위해, 간담회도 여러 차례 시도하고, 오리엔테이션 때 서로가 곤란하거나 힘들어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사례나 해결법 등을 공유했었지만, 매년 사업을 운영해오면서 서로의 관계와 역할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과 고충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곤 했다.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담당자 필수요건에 대한 고민
이 사업의 실무를 7년째 해오고 있는 운영기관의 담당자로서, 늘 하게 되는 고민이 있다. 장애인 복지시설의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는 실무자가 꼭 가져야 하는 태도 혹은 필수 요건은 무엇일까?
물론 대다수 사회복지사는 전문 인력으로서 대상(장애인)에 대한 존중과 애정, 업무의 전문성을 기본적으로 담보한다. 특히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하는 담당자라면 무엇보다 “예술을 좋아하고, 예술가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무언가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좋아하기란 쉽지 않고, 장애인복지시설의 사회복지사들에게 문화예술교육의 경험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해에 처음으로 자유로운 기획을 바탕으로 한 6개 분야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실무자 참여워크숍을 기획하게 되었다.
이번 워크숍을 준비할 때, 무엇보다도 올해 선발되어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강사들과 함께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예술강사들은 현장, 시설 담당자, 교육 대상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었다.
서울, 경기, 대전, 부산, 광주 등 지역별로 분야를 안배하여, 그 지역의 예술강사들을 1차로 섭외했고, 각 분야별 사전회의를 통해 이번 워크숍을 통해 참여하게 될 대상이 어떤 것을 느끼고 얻어가길 원하는지를 강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분야별로 2명의 강사들이 섭외가 되어, 워크숍의 주제와 프로그램에 활용할 소재들을 확정하면, 다시 워크숍 때 어떻게 그 소재들이 활용되는지를 공유하고, 필요한 재료들을 하나하나 준비해나갔다. 이번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협회 담당자 개인적으로도 각 분야별로 낯선 도구나 소재, 재료들에 대해서 새롭게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또한 그동안 사업을 운영하면서 이렇게 예술강사들과 많이 얘기하고, 소통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나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어떻게 하면 사업을 드러내지 않고, 예술을 즐겁게 경험하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채울 것인가
예술강사들과 첫 사전회의를 할 때 대부분의 강사들이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은 ‘장애인복지시설에 가서 하는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것인지?’ 혹은 ‘말 그대로 실무자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번 워크숍의 취지는 우선적으로는 실무자들의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맞지만, 분야별 워크숍의 주제와 내용에서는 예술 본연의 즐거움과 의미를 경험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또한 워크숍을 진행하는 장소를 섭외하는 작업에도 꽤나 많은 고심을 하고 결정했다.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하는 데 있어, 교육 공간과 환경이 주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기에, 각기 해당 분야와 워크숍 각각의 주제를 잘 살릴 수 있는 곳들을 찾았고, 그 결과 뮤지컬 연습실, 독립 영화 상영을 위한 카페, 댄스 연습실, 북카페 등에서 워크숍을 진행하게 되었다.
<6개 분야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실무자 참여워크숍 주제 및 내용>

분야 일정 지역 주제 및 내용
국악 11월 7일(화) 서울 같이 만드는 가치의 즐거움, 그리고 문화예술교육과의 연결
– 함께하는 즐거움, 전래놀이
– 함께하는 즐거움, 난타
영화 11월 9일(목) 서울 상상은 현실이 된다.-장애인 영화 교육 엿보기
– 퍼니페이스를 통한 아이스 브레이킹 및 스톱모션 체험
– 상상이 현실로! 여긴 어디? (쉽게하는 크로마키 체험)
음악 11월 14일(화) 경기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실무자를 위한 음악 감성 놀이터
– 악기를 활용한 음악감성 깨우기/참여자가 되어 음악 본연의 즐거움 느껴보기
– 교구를 활용한 모아음악체험/장애모아수업을 몸으로 느껴보기
연극 11월 16일(목) 대전 무대에서 움직이는 이야기-문화예술”연극”프로그램의 이해와 체험
– 관계 형성과 소통을 위한 연극 놀이
– 이야기로 창의적인 연극만들기
무용 11월 7일(금) 부산 우리 몸의 감각을 깨우는 하나되는 몸짓이야기
– 일상의 재료를 메테리얼로 활용한 몸풀기 놀이수업/움직임으로 놀아보자!
– 라인 댄스를 통한 그룹무용수업/움직임으로 즐겨보자!
미술 11월 21일(화) 광주 장애인복지시설 실무자를 위한 “우리만의 비밀 미술작업실”
– 나를 알고 집중하는 힐링의 시간/스토리텔링과 네임택을 활용한 자아존중 미술수업
– 너와 함께 소통하는 즐거움의 시간/그룹 활동을 통한 벽화만들기 수업
영화워크숍
-상상을 통해 한계를 벗어나 즐거움을 느끼는 시간
이번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직접 느꼈던 현장의 분위기나, 설문지를 통해 확인한 참여자의 만족도는 6개분야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다 좋았지만, 접근하기 가장 낯선 영화분야와 다소 친근한 미술분야 워크숍을 보다 중점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영화라는 장르는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매우 대중적인 장르일수 있으나, 제작자가 된다는 관점에서 볼 때는 실무자들에게 낯선 장르일 수 있다. 워크숍에 참여한 실무자들은 사전에 공지한 주제만으로는 워크숍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확히 예상하기 힘들어 했다. 영화 워크숍은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진행했던 프로그램의 사례를 제작하는 과정과 결과물을 함께 공유하는 시간으로 시작되어, 참여자들의 적응도와 참여 연차에 따라서 CF패러디, 영화포스터 따라하기 등의 비교적 쉬운 프로그램부터, 자신의 이야기로 시나리오를 만들어 단편 영화를 제작한 사례까지, 여러 난이도의 내용들이 소개되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최종 편집이 된 결과물을 보고, “우리 기관에 계신 분들이 이런 프로그램들을 할 수 있을까요?” 혹은 “우리 기관에는 장애 정도가 심한 분들이 많은데, 영화 수업을 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던 실무자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문화예술교육 사업 담당자이면서도 장애인복지 업무를 하는 실무자들의 시선이 오히려 “무엇이든 어떤 것이든 정답 없이 할 수 있다”는 예술가의 시선보다 더 한계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을 맡고 있는 담당자로서 더 많은 숙제거리를 안고 가는 느낌이었다. 그런 점에서 영화라는 장르는 그 한계를 과감하게 벗어날 수 있는 매력적인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

  • 퍼니페이스를 활용한 스톱모션 프로그램
  • 크로마키를 활용한 상상속 연기 프로그램
본격적인 실습워크숍이 시작되었다. 오전에는 조별 모둠을 구성하여, 다양한 표정의 눈, 코, 입으로 구성된 ‘퍼니페이스(funny face)’라는 재료를 통해, 제비뽑기로 주어진 여러 상황을 재현하는 표정을 구성하고, 얼굴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수행했다. 그 다음, 그것을 수십 컷으로 촬영하여, 스톱모션 영상을 제작하였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과 눈, 코, 입 각각의 이동을 맡은 구성원들이 집중을 통해 영상을 만드는 과정에 묘한 긴장감과 재미를 느꼈다. 짤막한 사진들이 연결되어 스톱모션 영상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을 확인할 때는 짧은 시간의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모둠 안에서 협업의 결과물이었기에 성취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스톱모션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참여자들의 아이스 브레이킹의 역할을 하며, 이어지는 다른 과정들에서 참여자들이 더욱더 적극성을 띠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다음으로 진행된 크로마키 활동에서는 추후 편집을 통해 덧입혀질 공간이나 배경을 사전에 설정한 후에, 그 곳에 있다는 상상을 하고, 참여자들이 직접 스토리를 짜고 연기를 하며 촬영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놀라운 것은 사전에 예고 없이 바로 주어진 상황 속에서도 빠르게 스토리가 짜여지고, 대사까지 만들어졌다는 것이었다. 워크숍에 참여한 실무자들은 능숙하게 연기와 애드립까지 해내면서 흐름과 상황에 자연스럽게 동화되었고, 어느 순간 워크숍에 왜 오게 되었는지를 굳이 되묻지 않아도 될 만큼 표정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촬영된 영상이 편집되는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과연 어떤 영상이 나올 것인가’ 기대하는 표정들을 보면서 워크숍을 기획한 입장으로서 설레고 흥분되는 시간이었다.
영화 워크숍은 영화라는 장르가 단순히 영상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라는 인식을 벗어나, 시나리오 작업, 연기, 소품 제작, 영상 편집 등의 요소가 음악, 미술 등 여러 장르를 통합하는 매력적인 장르이면서, 개인의 취향과 적성에 따라 여러 역할을 설정하여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을 명확하게 어필할 수 있었다. 또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진행되는 영화 프로그램들을 아주 세세히 소개하지 않더라도, 이미 실무자들의 머릿속에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고, 불가능한 현실이 없는”, 장애인이라고 해서 접근하기 어렵거나, 잘하고 못하고의 구분이 없는 무한의 장르라는 영화의 특성을 알릴 수 있었다.
미술워크숍
-관계의 홍수 속에서 지칠 수 있는 사회복지사라는 대상에 대한 고민의 반영
미술 워크숍은 미술이라는 장르가 현재 장애인 분야에서 하고 있는 6개 분야 중에서 실무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장르라는 전제와 사회복지사라는 직업군이 관계의 홍수 속에 놓여져 있기 때문에 오히려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없을 것이라는 고민에서 “혼자하는 작업이 전체의 작품으로 완성되는 과정”으로 프로그램이 기획되었다.

  • 벽화의 날개를 만드는 과정
  • 완성된 벽화앞에서 사진촬영시간
‘네임택 만들기 수업’은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이름 또는 별명, 애칭 등을 정하고, 그것을 꾸미는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과정 내내 작은 가위질 소리만 들릴 뿐 적막한 시간이 이어졌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강사가 일부 참여자들의 과정을 도와주기 위해 던지는 멘트를 제외하고는 워크숍 전에 참여자 간에 소개 시간조차 없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더더욱 본인의 작품에만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워크숍을 진행하는 입장에서도 이 적막은 굉장히 낯선 시간이기도 했고, 과연 참여자들이 이 시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만들어진 네임택을 보여주고, 각자 어떤 이름을 부여했고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와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이 함께 이루어졌다. 많은 사람들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는 ‘온돌’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애칭을 ‘온돌’로 정하고 만든 참여자도 있었고, 평소 촌스럽다고 느꼈던 자신의 본명을 예쁘게 꾸미고, 자신의 이름에 좀 더 애정을 갖고 살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참여자도 있었다. 워크숍이 끝난 후에 받은 설문지에는 “장애인 당사자에게 사랑과 관심을 쏟아야 할 사회복지사! 본인이 행복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는 좋은 시간, 나부터 사랑하자! 라고 다시 느끼는 좋은 시간이었다” 는 멘트가 적혀있었다.
오후 프로그램은 천사의 날개라는 벽화 제작을 위해 아크릴 물감을 찍어 날개 하나하나를 만드는 시간으로 짜여졌다. 어떤 정답도, 샘플도 없이 마음껏 생각하고, 모두가 다 옳다는 ‘대 전제’를 갖고, 참여자 한명 한명이 자유롭게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했고, 본인이 붙이고 싶은 위치에 붙이면서 전체 작품을 만들어갔다.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 속에서 예술강사가 여러 장르의 배경 음악을 틀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춤을 추기도 하면서 활동을 병행했다. 그리고 완성된 벽화 앞에서 모든 참여자들이 혼자서, 혹은 다른 참여자와 같이 사진 촬영을 하면서 워크숍을 마무리했다.
미술워크숍에서 진행한 수업내용과 재료들은 한편으로는 특별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수업이었다. 하지만 참여대상(장애인)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면서 정답이 없는 자유로운 수업을 표방하고 있는 워크숍 분위기가 참여자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마침내 예술가에 대한 시선이 바뀌는 시간
총 6번의 워크숍을 진행하고 마무리하면서, 참여자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한 것은 “내년에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프로그램으로 다시 만나고 싶다”였다. 현재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담당자도 있고, 한 번도 참여해보지 않은 담당자들도 있었지만, 이번 워크숍 참여 경험을 통해 보다 문화예술과 친숙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워크숍을 진행한 예술강사를 다시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론은 장애인복지시설의 운영실무자로서, ‘우리 시설의 이용자들도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바람으로 끝이 났다. 낯선 용어나 수업재료에 보다 친숙해졌다는 참여자도 있었고, 예술강사들이 수업에 필요로 하는 물품들을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는 참여자도 있었다. 어떤 것을 좋아하고 잘 하라고 강요하기에 앞서, 무언가에 대해서 잘 알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서 실무자들이 예술강사를 대하는 시선과 태도도 충분히 바뀌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가져본다.

임은경
임은경_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대리
2011년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협력하여 추진 중인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장애인 분야 실무 담당자로서 사업기획 및 운영을 맡고 있다.
eekkli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