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은 많은 사람에게 낯설고 어려운 분야다. 왜 그럴까? 무용이란 몸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하는데, 우리가 몸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말은 우리 사회가 마음에 대해 외면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이 몸과 마음에 대한 무지로 인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요즘 뉴스에서 접하는 우울한 사건들은 마음의 문제로부터 기인한 것이 많아 보인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로부터 다양한 범죄가 잇따르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안게 되는 트라우마는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안긴다.
추언아 예술치료사는 이런 마음의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몸을 통해 치료하는 사람이다.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몸을 쓰는 방법을 알려주고, 스스로 자신의 몸을 발견하게 돕는다. 이런 치료를 ‘무용치료’ 혹은 ‘동작치료’라 하는데, 신체의 각 부위를 예술치료사와 함께 늘이고 두드리고 움직이면서 그동안 무지했던 자신의 몸에 대한 자각이 이루어진다. 어깨를 구부리고 있지 않은지, 목이 경직되어 있지는 않은지, 허리를 굽은 채로 지내지는 않은지 등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몸의 문제들을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몸을 움직임으로써 몸과 마음의 병을 일으키던 문제들이 표출되며 마음의 치유가 일어난다. 그렇게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예술치료사와 함께 움직이면서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무용으로 치료받고, 무용으로 치료하다
추언아 예술치료사는 초등학교 때 무용을 시작, 예술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하는 전형적 코스를 밟아 무용수가 되었다. 하지만 ‘나만의 색’, ‘나의 춤’이라고 느낄 만한 것을 찾지 못해 방황한다. 그런 그녀에게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한 안무가가 이런 말을 했어요. 자신의 몸의 소리를 듣고 나서 느끼는 대로 움직여보라고. 그런데 몸이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어요. 그때까지 저는 한 번도 제 몸에 귀를 기울인 적이 없었던 거죠.”
힘든 시기를 보내다가, 순천향대학교 무용치료 과정에 진학, 한국의 무용치료 창시자인 그녀의 스승인 류분순 교수를 만난다. 추언아 예술치료사는 예술치유 공부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알게 되었고, 또한 춤이 가진 놀라운 영향력을 경험하게 되었다고 한다.
“데면데면하던 사람이 먼저 다가와 인사를 하고, 산만하던 아이들이 자기 공간을 지키고, 무기력한 아이들이 일어나 춤을 추고… 모든 게 기적 같았죠.”
그녀 말대로 기적이 아닐 수 없다. 무용치료를 통해 마음의 병을 극복한 그녀가 예술치료사가 되어 다른 사람의 마음의 병을 낫게 했으니. 그런 그녀에게 무용치료는 삶의 새로운 목표가 되었다. 그 이후, 그녀의 무용 인생은 달라진다. ‘테크닉’을 위한 무용이 아니라 ‘마음’을 위한 무용이 시작되었다. 이전의 춤이 자기만족을 위한 춤이었다면, 현재의 춤은 다른 사람과 함께 추는 춤이다. 추언아 예술치료사는 무용치료 대상자들이 스스로의 몸을 통해 마음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데 기쁨을 느끼고 있다. 그녀는 각 대상에 맞게, 그 사람의 상태에 맞게 몸을 통해 내면으로 접근한다. 이런 과정에서 대상자들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충분히 표현함으로써 해방감과 편안함, 안정감 등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며 치유를 경험한다. 그러나 누구보다 치유되는 것은 그녀 자신이다. 추언아 예술치료사는 무용치료를 통해 타인을 치료하고 교육하면서 여전히 자기 자신을 치료하고 있다.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가장 나다운 사람
추언아 예술치료사는 사람의 마음에 다가가기 위해 심리학을 비롯한 다른 예술치료(미술, 음악, 연극), 심리검사, 동작 관찰분석 등도 공부하고 있다. 현재 그녀는 한국댄스테라피협회의 사무국 차장으로 재직 중이기도 하다. 협회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물었다.
“무용치료는 현재 매우 다양한 대상에게 적용이 되고 있고, 그 효과가 학교, 병원, 센터 등 여러 곳에서 입증되고 있어요. 한국댄스테라피협회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지원 사업을 3년째 운영하고 있어요.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피해자들, 도박 중독자 및 도박 중독자 가족,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들 등 심리 치료와 정서적 치유가 꼭 필요한 대상들이 아주 많아요.”
이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지원 사업에 대한 그녀의 애정은 남다르다. 지난 2년간은 문화예술치유 사업 기획·행정을 맡았고, 올해는 예술치료사로 참여하고 있다. 기획행정인력으로 참여할 때는 사업의 전반을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았고, 예술치료사로 참여하고 있는 요즘은 현장의 세세한 부분을 알아가는 게 좋다고 한다.
“대상자의 특성에 맞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무용 치료 프로그램의 개선할 만한 점은 어떤 것인지 배우는 중이에요. 대상자와의 관계 못지않게 같이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보조 예술치료사, 슈퍼바이저, 기관 담당자와의 소통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이런 과정들이 힘들지만, 무용치료를 통해 변화해 가는 대상자들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올해 그녀가 치료사로서 맡은 대상은 소년원학교의 청소년들이다. 그 얘기를 하는 추언아 예술치료사의 얼굴에 애정의 기운이 느껴졌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처음엔 아이들을 대할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고 걱정이 많았다. 아이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무용치료를 행할지 고민하던 중 그녀의 지도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창의적으로 아름답게 생각해야 한다’라는 말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아름다움’이란 뭘까? 추언아 예술치료사가 말하는 아름다움이란, 미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아름다움’의 어원은 ‘나다움’으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가장 나다운 사람이라 해석할 수 있죠. 그래서 무용치료는 가장 힘든 순간에 몸을 통해 잠재적인 긍정성을 일깨우며, 창의적으로 아름답게 나를 깨우고 이해하며 알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참여자의 부정적인 문제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닌, 긍정적인 자원을 이끌어내어 몸의 기억이 일으키는 감정 또는 상태에서 시작, 그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긍정이 에너지를 만든다
이런 방식은 그녀가 스승과 선배들로부터 배운 것이기도 하다. 상대의 단점이나 약점을 지적하는 대신 남들보다 잘하는 것을 찾아서 격려하고 부족한 가운데서도 긍정적인 부분을 찾고자 노력한다. 이런 노력을 추언아 예술치료사는 자신에게도 하고 있다. 자신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려고 하고,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과거, 그녀는 이런 행동으로부터 힘을 얻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무용치료를 하기에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아주 작은 것부터 자신의 장점을 하나씩 적어 내려간 적이 있다. 잘 웃는 것, 내담자를 편안하게 대하는 것, 내담자의 긍정성을 잘 발견하는 것,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몸의 움직임을 잘 관찰하는 것 등. 이것들을 적어내려 가면서 그녀는 자존감이 회복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내담자를 편견 없이, 그리고 일관되게 대하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담자의 감정과 내 감정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하고요. 이러한 기본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면, 나의 가치관이나 방식대로 상대를 판단하지 않고, 그 사람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그렇게 되면, 내담자들의 새로운 면이 발견되고, 긍정적인 면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추언아 무용치료사는 항상 야단을 맞는 아이에게 작은 것이라도 칭찬을 해줄 때 아이는 달라진다고 예를 들었다. 아이 스스로 자신에게도 긍정적인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그 긍정성을 더 확장시키고, 그 긍정이 에너지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긍정적인 보상이 되는 ‘말’은 ‘몸’에 경험을 남기고 변화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 갑니다. 이렇듯 무용치료는 자신의 내면을 몸을 통해 경험하고, 경험한 몸의 느낌을 다시 언어화하고, 그 언어화된 것을 또 다시 몸의 느낌으로 되돌려주는 끊임없는 상호작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녀에게서 들었던 말들이 계속해서 마음을 두드린다. 우리의 마음을 몸으로 경험한다는 것, 몸이 경험한 다양한 움직임들은 닫힌 마음을 열기도 한다는 것, 그럼으로써 긍정적인 에너지들을 만들게 된다는 것. 우리가 몸이 하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스스로 몸의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인다면 우리의 마음은 한층 더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지원 사업
국방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경찰청 등과 협력하여 경미․재활 단계 대상을 치유합니다. 상담․심리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참여자 마음 속 갈등을 읽고, 미술, 음악, 연극, 무용 등 예술활동을 통해 표현하게 함으로써 마음을 치유하는 소규모 그룹 프로그램입니다.


추언아

추언아

무용·동작치료사(RDT·Registrated Dance Therapist)이자 무용·동작 심리치료 상담사다. 2015, 2016년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지원 사업 기획·행정을 맡았고, 2017년에는 소년원학교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주 예술치료사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사단법인 한국댄스테라피협회 사무국 차장, ATA-한국예술심리치료원 연구원으로 지내고 있으며, 순천향대학교대학원 예술심리치료 박사과정 중에 있다. 2015년 4월부터 현재까지 소년원학교, 지역아동센터, 취약계층아동(그룹) 등을 대상으로 무용동작 주치료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1년 12월부터 2016년 2월까지는 서울강남성모병원에서 소아암 환아를 대상으로 무용동작 주치료사로 활동한 바 있다.

김미영_편집장
김미영_<몸> 편집장
무용월간지 ‘몸’ 편집장이자 유무브아트힐링프로젝트 대표. 무용공연 소식과 무용인들의 목소리를 전하며 더 나은 무용계를 열망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사)한국댄스테라피협회 공인 무용·동작치료사, 무용/동작심리상담사, 한양대 무용학 박사과정을 지내면서 다양한 대상들을 위한 무용치료 프로그램 개발 및 연구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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