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는 통섭과 융합을 실천하다

경계를 넘는 통섭과 융합을 실천하다

2015 아티언스 캠프를 마치며

전문성의 이데올로기를 넘어
사람의 내면에서는 매번 다양한 이율배반들이 대립한다. 이성-감성, 주체성-관계성, 현실성-초월성……. 어느 것이든 한 쪽 특성만 가져서는 온전한 사람일 수 없다. 시시때때로 바뀌는 이들의 조합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특정한 경험과 역량을 갖추도록 훈련된 이들을 ‘전문가’라 부르며 존중해 왔다. 그리고 이들의 역할에 힘입어 현대사회는 빠른 발전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전문성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근래 들어 통섭과 융합의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는 이유다. 최근에는 인문학의 중요성 또한 강조되는 추세이다.
“모든 전문직은 일반인에 반하는 음모다.” 독설과 비평으로 유명했던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말이다. 적절한 교양수준과 합리적 판단력을 갖춘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배타적 전문성이란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문제제기이다.
여타의 동물들과 구분되는 사람의 중요한 특징들 중 하나가 바로 문화의 축적과 전수이다. 정치·경제·과학 등을 따로 구분해 내기도 하지만, 사실 이들도 인류사에 걸쳐 쌓아온 문화의 각 부분들이다. 그리고 이런 문화의 각 요소들은 인류 전체는 물론 개개인의 내면에도 각자의 방식으로 자리 잡는다. 정치가 정치인들만의 전유물일 수 없듯, 과학과 예술도 각각의 전문가들에게만 예속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삶 속에서 긴밀하게 서로 얽혀든다.

  • 2015 아티언스 오픈랩 공식 포스터
    2015 아티언스 오픈랩 공식 포스터
  • 2014 아티언스 대전’
    《2014 아티언스 대전》 전시 중 작품 <누군가의 시계, 누군가의 창문>과 김희원 작가
    (사진 _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과학과 예술의 만남, 사람을 향하다
대전에서 개최되는 아티언스(ARTIENCE) 행사가 올해로 5회를 맞는다. 아트(Art), 사이언스(Science), 오디언스(Audience)의 의미를 결합한 아티언스는 과학과 예술, 전문가와 일반인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양한 상황과 조건에서도 법칙적으로 반복되는 원리를 추구하는 과학과, 동일한 조건에서도 서로 다른 표현을 추구하는 예술. 이들은 어떤 면에서는 서로 극단적 차이를 가지면서도, 또한 어떤 면에서는 많은 점들이 닮았다. 상상력에 기반한 본질에 대한 탐색과 사유, 창의성에 기반한 끝없는 시도와 도전이 그러하다. 위대한 과학적 발견의 이면에는 합리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직관이 존재했고, 위대한 예술작품의 이면에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다. 20세기 초의 사상-과학-예술의 상호발전이 그러했듯, 과학과 예술은 서로에게 영감을 줌으로써 세상을 더욱 풍요롭게 변화시켜 왔다. 아티언스 프로젝트를 통한 과학자와 예술가의 만남과 협업 또한 서로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경험을 통해 과학예술뿐 아니라 과학과 예술 각각의 영역에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창조적인 성과들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과학과 예술은 근본적으로 사람을 향한다. 순수주의 경향성이 간혹 드러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원리는 활용을, 표현은 감상을 전제로 한다. 여기에 사용자 혹은 관람객, 즉 수용자의 주체성과 만나는 접점이 드러난다. 아티언스 작품, 즉 과학예술이 염두에 두는 수용자는 예술작품에 대한 해석 주체로서의 관람객뿐만이 아니다. 과학예술을 수용하고 향유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경험에 기반을 두어 과학문화를 확산시키는 역할로 나아가는 새로운 주체가 그 안에서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 2015 아티언스 캠프
    ‘2015 아티언스 캠프’ 참여자와 멘토들의 토론 모습

융합의 경험을 쌓고 이어가면서
본인이 활동하고 있는 시민참여연구센터는 올해 아티언스 프로젝트 중 ‘아티언스 캠프’를 진행하였다. 중·고등학생들이 과학자 및 예술가들과 함께 과학예술 작품 제작에 참여하는 청소년 과학문화 체험 프로그램이다. ‘탄소’라는 아티언스 프로젝트의 전체 주제 아래 아티언스 캠프에 제시된 주제는 ‘순환, 재생’이었다. 막연하게 여겨질 수 있는 주제를 대신해서 제시된 캠프 세부주제는 ‘유기체가 누는 보석, 똥’. 더럽고 우스꽝스러운 이미지이면서도 친근감이 가는 똥을 매개로 세부 프로그램들이 운영되었다. 똥에 직접 관련된 내용뿐 아니라 생명·물질·에너지·자원의 순환, 물질의 탄생까지 연결되는 강의를 통해 청소년들의 상상력을 자극한 후 과학자, 예술가 멘토들과 함께 토론을 거쳐 주제와 내용을 발굴하고 과학예술 작품을 만들어가는 12강 일정이었다. 멘토와 청소년들의 협업과정 결과는 미술·설치예술·음악·뮤지컬 작품으로 제작되었다.
올해 아티언스 캠프의 목표에는 청소년 체험을 넘어서는 또 다른 측면도 고려되었다. 참여 멘토들을 모두 대전 및 인근지역에서 선발하여 멘토들의 과학예술 융합 경험이 축적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하고자 한 것이다. 물론 한해의 시도만으로 가능하지는 않겠지만, 매년 이어질 행사를 통해 더욱 탄탄한 과학문화 기반이 형성되어 갈 것을 기대한다.
끝으로 간략한 일정 소개를 덧붙이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아티언스 캠프를 통해 제작된 결과물은 여타의 아티언스 프로젝트 결과물들과 함께 9월 17일부터 10월 3일까지 대전 시내 옛 충남도청 청사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개막행사는 첫날 저녁 7시 30분부터 시작된다. 참고로 옛 충남도청 청사는 대전지역의 대표적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문화제 제18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영화와 드라마 제작 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김민수
김민수
물리학 박사 학위 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빛의 특성을 이용한 정보통신 소자를 연구하고 있다. 시민참여연구센터 운영위원장으로서 과학기술의 공공적 활용과 과학기술 및 과학문화 영역에 대한 시민참여 활성화,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위한 교류활동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leinad.kms이메일 leinad.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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