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문화예술 공동체 활동가들의 첫 소통의 장

 

 

수원 문화예술 공동체 활동가들의 첫 소통의 장



수원지역 문화공동체 씨앗들의 네트워크가 시작됐다.


지난 24일 저녁7시, 수원 행궁 옆 레지던시 1층, ‘행복한 공동체를 위한 네트워크 인 수원’ 파티장. 수원지역에서 문화예술 공동체를 엮어가고 있는 이들 70여명이 모였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청소년인권활동가, 동네문화잡지를 준비하는 사람들, 예술가들, 문화기획집단, 환경운동가, 인권운동가, 경기문화재단과 행궁동 주민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수원에서 문화예술 공동체를 꿈꾸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파티가 열린 레지던시는 문화예술 공동체를 꿈꾸는 상징적인 건물이다. 당초 이 건물은 철거될 운명이었다. 수원시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화성의 성역화작업으로, 행궁 주위의 건물을 모두 철거하기로 했다. 2008년 한창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행궁동 주민들은 지방정부에 건의했다.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까지만 작가들의 작업실로 철거예정건물을 운영하자는 것이었다. 2009년 지하 1층, 지상3층 건물 한 채와 2층짜리 단독주택은 그렇게 살아남아, 작가들의 창작공간이 되었다. 다행히, 수원시는 올해 지역의 창작공간인 레지던시를 지원하기로 했고, 지난 3월말 지하에 시민소극장도 마련했다. 레지던시를 중심으로 예술가, 동네 주민들, 문화기획자들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지금 성 안 마을엔 아름다운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문화예술 공동체 네트워크 파티 장소로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었다.


제3세계 음악이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전시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저녁 7시15분, 네트워크 파티를 기획한 한문희씨가 이번 파티의 취지를 설명했다.

“수원의 경우 문화예술교육을 전문적으로 고민하는 단체나 네트워크가 거의 없습니다. 문화예술교육과 공동체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소통할 수 있는 꺼리를 만들고 싶었고, 이번 모임이 그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수원에서 어떤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는지 서로 알아가는 자리가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여기 계신 분들이 계속 관계를 맺어 가면 좋겠습니다.”


소통의 첫 만남은 열매의 오카리나 연주로 시작되었다. 수원 칠보산 자락에 위치한 대안학교 자유학교에서 오카리나를 가르쳤던 열매는 이날 ‘over the rainbow’와 ‘새소리’, ‘수평선 저 너머’ 등 세 곡을 연주했다. 이어 바이올린니스트 강재선씨의 영화 ‘여인의 향기’ 주제곡이 아름다운 선율로 울려 퍼졌다. 두 연주자는 성 안 동네 사람들과 함께 하는 축제에서 재능 나눔으로 이미 여러 차례 공연을 하면서 나름 팬클럽도 있다. 와인파티가 다소 낯선 이들에게 이들의 연주가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이날 파티는 공연 이외에 프로그램을 따로 두지 않았다. 소통의 첫 단계로, 서로서로 편하게 인사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와인잔을 기울이며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자연스레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경미씨는“수원에 이렇게 많은 이들이 문화운동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면서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수원 자생적인 ‘동화를 읽는 어른들의 모임’으로 시작된 어린이도서연구회는 올해로 17년째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는“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의 아이들이 걸어서 올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면서 파티에 참석한 이들에게 열심히 활동 소개 및 후원에 대해 설명했다. 그녀는“오늘 특히 청소년인권활동가 난다를 만나 청소년문화,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고 했다. 현재 이들은 수원 지동에 ‘햇님달님작은도서관’을 준비 중에 있다.

        

1985년부터 수원에서 연극을 하고 있는 이제룡씨는 유쾌한 목소리로 파티장 안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녔다. 현재 수원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지역극단 「성」에서 연출과 교육을 맡고 있는 그는 러시아 유학파다. 배우 박신양이 다녔다는 그 러시아 연극학교에서 공부했다는 말에 다들 첫 마디가“그런데, 왜 수원지역에 있어요?”였다. 그 정도의 스펙이면 당연 서울, 중앙에서 놀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수원이 고향인데, 가긴 어딜 가요?”허허허 웃는 말투가 이런 질문을 받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닌 듯 했다.

“수원의 경우 예전에 비해 문화적 환경이 더 안 좋아졌어요. 지역 극단도 하나밖에 안 남았고, 소극장도 다 문 닫았어요. 고향이기도 하지만, 지역의 문화가 살아야 합니다. 저는 지역에서 연극운동을 하고 싶어요. 연극을 매개로 지역의 이야기를 하고,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요.”

현재 장애인극단 ‘난다’에서 연극 연출을 맡아 바쁘지만, 또 생계 걱정에 불안한 그림자를 늘 끌고 다니지만, 연극으로 지역 주민들과 만나겠다는 그의 열정은 파티장 열기만큼 강했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온 안병주씨는 동네 주민이자 인권활동가이다. 작년 초 성남 분당의 기득권을 버리고 대형마트 하나 없는 성 안 동네로 이사를 왔다. 성적과 경쟁논리에서 벗어나 아이가 자유롭게 맘껏 뛰어놀며 유년시절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 하나뿐이었다. 아들의 학교는 수원 도심 한복판에 있음에도 전교생이 100명 남짓, 올해 학부모운영위에 참여하면서 아이들이 문화예술과 소통할 수 있는 교육을 고민하고 있다.“지역에서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활동가들과 만나 아이 학교에서의 교육에 대해 논의하고 싶었는데, 때마침 이런 모임이 열려 정말 좋네요. 이 자리에서 만난 분들과 함께 제 고민들을 나누고 계속 관계를 가져가면 좋겠어요.”든든한 언덕을 만난 기분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각자의 활동 공간 울타리 너머에 같은 고민을 하며 움직이는 ‘동지’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랍고, 힘이 되었다고 이구동성 말했다.

 

 

파티의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강재선씨의 바이올린 선율이 흘러나왔다. 한창 필 받은 그가 다시 활을 잡고 연주를 시작했다. 한쪽에선 이야기하는 모둠들로 북적댔고, 그 반대쪽에선 음악을 듣기 위해 하나둘 모였다. 발라드에서 트로트까지, 팝에서 클래식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흥겨운 바이올린 선율이 울려 퍼졌다. 열매가 오카리나로 가세해 잼공연(즉흥연주)이 시작됐다. 두엣 즉흥연주에 다들 리듬을 타며, 오랜만에 몸과 마음을 풀어놓았다. 


2시간 넘게 진행된 네트워크 파티는 막판 잼공연으로 마무리되었다. 송은지작가가 만든 재활용연필꽂이 선물에 다들 즐거워하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 네트워크모임이 지속되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참석한 이들은 수원지역 곳곳에서 문화적 토양을 만들어 가고 있는 든든한 ‘동지’들을 만났다. 자본을 넘어선 공동체문화로 건강한 지역문화의 자양분을 다져가는 사람들을.



글. 사진: 아르떼진 경기 통신원 노영란  pacemda@hanmail.net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비밀번호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