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속에서 읽는 반 고흐의 편지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꼭 둘러보아야할 곳이 있다면, 반 고흐 미술관은 아마도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네덜란드의 국민화가, 반 고흐(1853-1890). 그의 이름을 내걸고 1973년에 문을 연 이곳은 명실상부하게 네덜란드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반 고흐 미술관은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반 고흐에 관심이 있는 모든 관람자들에게 아이폰 어플리케이션(iPhone application)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 다.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이란 핸드폰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반 고흐가 남긴 편지들을 열람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는 아이폰이나 아이포드를 통해, 굳이 박물관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집에서나, 혹은 여행 중에 반 고흐에 접근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을 제공한다는 기획에서 비롯된 것이다.
반 고흐 미술관에 있는 중요한 전시 목록 중 하나가 반 고흐의 편지가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이것은 획기적인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네덜란드 문화에서 편지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지금까지도 여타의 유럽 국가들에 비해 현저하게 높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지금도 네덜란드의 주요 관공서에서는 이메일이 아닌 일반 편지를 공신력을 지닌 의사소통 수단으로 생각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번 서비스가 가지는 의미는 보다 각별해진다.
네덜란드에는 반 고흐의 편지 전문가들이 따로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권위자가 Jan Hulsker 박사라고 한다. 그에 따르면, 고흐의 편지는 ‘작업에 대한 기록’이자, ‘인간에 대한 논평’이라고 봐도 좋을 만큼 중요성을 지닌다. 반 고흐는 살아생전, 가족과 지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자주 썼다. 인근 지역을 여행하거나, 회화에 대한 어떤 예술적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그는 편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그렇기에 그의 편지에는 그림을 통한 절대적 구원에의 열망, 그리고 예술혼의 절망, 좌절 등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고흐의 편지를 본다는 것은 그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이해하는 것과 동궤로 이해된다. 이러한 반 고흐 미술관의 온라인 서비스는 네덜란드의 국민화가인 반 고흐에 대한 관람객들의 수요와 관심을 증진시키기 위한 소산인 셈이다.
이와 같은 온라인 서비스의 명칭은이다. 이는 반 고흐가 편지의 말미에 남긴 서명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다. 관람객들은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편지를 토대로 한, 그의 그림, 편지 등을 오디오와 비디오 같은 시청각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주요 언어는 네덜란드어와 영어이다. 여기에는 네덜란드어로 씌어진 600여 통의 편지와 프랑스어로 씌어진 300여 통의 편지가 전문가들의 손에 의해 번역 되고 그림에 대한 이해를 돕는 각주가 첨가되었다. 반 고흐 박물관의 이러한 ‘아이포드 어플리케이션’ 온라인 서비스는 유럽의 저명한 박물관 가운데서 최초로 시도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누구나 반 고흐의 그림과 생애에 대해 손쉽게 접근하고자 시행되고 있는 이 같은 기획은 정부의 지원이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네덜란드 정부와 네덜란드의 주요 예술펀드라 할 수 있는 몬드리안 기금에서 이번 사업을 적극 지원했다. (이것은 ‘반 고흐의 편지 프로젝트’라는 사업명으로 시행되었다.) 이는 세계화에 맞춰, 여기에 문화 예술적 인프라를 구축하여 문화적 다양성과 분배에 기여하겠다는 취지가 함께 포함되어있는 것이다. 즉 이번 서비스는 E-Culture 에 대한 육성을 정부가 직접 나서서 지원한 사례로 평가될 수 있는 셈이다. 대중과 함께 소통하고자 하는 이번 온라인 기획은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가지로 시도되고 있다.
멀티 미디어 투어
이 투어로 반 고흐의 대표작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아를의 반고흐의 방>, <별헤는 밤에> 등과 같은 주옥같은 작품을 감상한다. 반 고흐의 편지를 중심으로 그의 생애와 그의 작품들이 어떤 식으로 발전되어 나가는지에 대한 설명은 물론, 대표작 소개가 이루어진다. 고흐가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를 오디오 서비스를 통해 직접 들을 수도 있으며, 반고흐의 편지 전문가들의 비디오 인터뷰도 마련되어 있다. 영어, 불어, 네덜란드어로 진행된다. 영어나 불어로 프리뷰를 먼저 들어볼 수도 있다.
반 고흐의 블로그
블로그 주소는www.vangoghsblog.com이다. 이것은 영어와 네덜란드어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는 ‘박물관 기행’, ‘런던 여행’ 등과 같은 제목으로 구성되어, 반 고흐의 일상생활과 문학, 미술에 대한 견해 등이 다뤄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멀티미디어 투어는 중고등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교육 프로그램과도 연계가 되어 있다. 멀티미디어 투어가 시작되기 전, 학생들은 박물관의 큐레이터로부터 반 고흐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짤막한 설명을 듣는다. 그러고 난후, 학생들은 자유롭게 박물관의 전시품들을 관람하는데, 이 과정에서 멀티 미디어 투어는 이들에게 부가적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멀티미디어 투어가 끝난 다음, 학생들은 과제를 부여받는다. 이는 학교 자체에서 교사들이 준비를 해온 것일 수도 있고, 박물관에서 제공을 하기도 한다. 학생들에게 부여되는 과제는 주로 이런 것들이다. <감자 먹는 사람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반 고흐의 편지의 시기별 차이점은 무엇인가, 반 고흐의 그림을 자신의 느낌과 단어로 묘사해 볼 것, 반 고흐가 살았던 19세기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은 어떠했는가 등의 과제가 주어지면, 학생들은 박물관 전시와 멀티미디어 투어를 통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보고서로 작성하여 이를 제출한다. 이는 반 고흐의 작품에 대한 거시적 미시적 눈을 키워주게 하는 생생한 현장 교육인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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