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 사고 전략(VST) 교육과정을 제안하는 보스턴 미술관의 교사 워크숍

글_황순예(아르떼 미국 통신원)

**참가자들이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림

교사: 자, 잠시 시간을 갖고 그림을 보세요. 이 그림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죠?
제인: 한 가난한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있고 왼쪽에는 창문이 있는지 빛이 들어오고 있어요. 화가 머리 뒤쪽에서요. 머리가 빛나고 큰 그림 뒤에는 그림자가 생겼어요.

교사: 네. 그림에서의 빛과 그림자를 보고 빛이 들어오는 방향을 얘기해 주었네요. 그런데 가난한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는데요, 어떤 것을 보고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죠?
제인: 왜냐하면 우선 방이 아주 작은 것 같아요. 오른쪽에 보면 침대 옆으로 벽의 모서리가 보이는데 큰 그림의 한쪽 모서리가 침대에 걸쳐져 있는 걸 보면 그걸 놓아둘 충분한 공간이 없는 것 같아서 가난한 화가라고 생각했어요.

교사: 제인은 벽 모서리와 방안의 가구, 물건들의 배치를 보았을 때 그림 속의 남자가 가난한 화가인 것 같다고 생각한답니다. 또 다른 것은 뭐가 있을까요?
스캇: 제 생각에 저 화가는 별로 그림에 집중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화가의 오른팔을 한쪽 의자에 기대고 있으니까요. 정말 집중한다면 몸을 앞으로 숙일 테니까요.

교사: 다른 사람은?
존: 제 생각에는 저 화가는 지금 앞에 놓인 작은 그림을 보면서 지금 그리고 있는 그림과의 색깔을 비교하기 위해 비스듬히 있는 것이지 집중을 안 하는 건 아니에요. 방이 좁으니까 멀리서 보긴 힘들죠. 하지만 그림을 그릴 때는 원래 저렇게 서로 색깔을 비교해보기도 해요.

교사: 존은 화가가 좁은 방에 있다는 제인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스캇의 의견과는 약간 다른 의견을 제시했네요. 
존의 사전지식에 비추어 보아 그리고 화가가 두 그림을 일직선상에 놓고 몸을 뒤로 기울인 점을 보아 집중을 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색깔을 비교하고 있는 것이라고 얘기했어요.  또 이 그림에서 찾을 수 있는 다른 것이 있나요?

시각적 사고 전략 교육과정
지난 11월 5일과 12월 3일, 보스턴 미술관( Museum of Fine Arts, Boston)에서 열린 교사를 위한 워크숍 “시각적 사고 전략(Visual Thinking Strategies(VTS)) 교육과정을 위한 교사 훈련”에서 오고 간 대화들의 한 장면이다. 위의 대화에서 볼 수 있듯이, VTS에서 교사는 그림이나 화가에 대한 정보를 일체 주지 않는다. 교사는 단 3가지 질문-이 그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무엇을 보고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가?, 또 찾아볼 수 있는 다른 것들이 있는가?-만 사용하며, 학생들의 답에 대해 일체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다. 대신 교사는 아이들이 그림을 주의 깊게 보도록 안내하고, 그 그림을 보고 나름의 의견을 낼 때 그 근거가 무엇인지를 그림 안에서 찾을 수 있도록 격려한다. 만일 그것이 개인의 사전 지식이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것을 그림 안에서 볼 수 있는 근거와 분리하여 정리해주고, 아이들 각자가 내는 의견들은 서로 어떻게 같고 또 어떻게 다른지 각각의 의견들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한 달 간격을 두고 이틀씩 진행된 이번 워크숍에는 20여명의 초중고 교사들과 3명의 교육 대학원 학생들이 참여했다. 참여한 교사들은 미술교사부터 작문교사, 언어학습부진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 자폐성이 있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까지 다양하였다. 첫째 날은 먼저 큰 모둠으로 학생의 입장이 되어 직접 VTS 수업을 체험해봄으로써 이 교육과정의 철학과 기본 원리, 중심적인 3가지 질문이 무엇인지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 다음 모둠별로 미술관을 돌며 각자 교사의 역할을 실습해보았다. 그 후 한달 동안 각자의 현장에서 VTS를 이용한 수업을 직접 학생들과 해본 뒤에, 두 번째 모임에서는 실제 적용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려웠던 점, 놀라웠던 점, 보완할 점 등을 공유하고 다시 한번 작은 모둠으로 미술관의 실제 작품들을 이용하여 교사의 역할을 실습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VTS를 활용한 수업 장면

간단하지만 깊이 있는 질문의 힘
사실 VTS에서 사용하는 단 3가지 질문만큼이나 이 워크숍의 과정은 정말 단순하고 간단하다. 단 3가지 질문을 던지는 약 세 번의 실습이 전부였으며, 실습을 할 때마다 반복해서 우리의 느낌과 어려운 점을 나누었다. 하지만 이러한 반복적이며 단순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한 장의 그림, 하나의 조각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는지, 또 모둠으로 하는 것이 혼자서 그림을 볼 때에 비해 얼마나 다양한 시각으로 풍부하게 그림을 볼 수 있도록 만드는지에 감탄하게 되었다. 그림에 대한 정보 없이 그림을 오랫동안 천천히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또한 그 그림과 화가에 대해 더 탐구해 보고싶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한 달 동안 학교에서 직접 실습을 해 본 교사들의 체험담도 들을 수 있었다. 한 교사는 자폐 경향이 있고 평소에는 말도 잘 하지 않았던 아이가 그림을 통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였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특히 그 아이가, 보통 아이들이 그림을 볼 때 주목하는 주인공의 특징 보다는 인물 외의 배경 무늬 혹은 그림 속 포즈의 느낌 등을 먼저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이 아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한 작문 교사는 각각의 문단을 어떻게 쓰는 것인가에 대해 아이들에게 적절하게 설명하기가 참 힘들었는데, VTS의 3가지 질문 자체가 각각의 주장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어, 아이들이 쉽게 그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했다.

교사들이 원하는 것을 만든다
간단한 만큼 더 깊이 있게 이루어진 이 워크숍은 보스턴 미술관의 학교 및 교사와의 파트너십에 관여하고 있는 담당자들의 진행으로 이루어졌다. 워크숍이 끝난 후, VTS 워크숍의 전체 진행을 맡았으며 ‘학교와 교사 파트너십’의 매니저인 쥬디스 킹(Judith King)을 만나 VTS 및 다른 교사 워크숍 등에 대해서도 더 들어보았다.

아르떼: VTS 교육과정 워크숍에 대해서 더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이 프로젝트는 이제 10년 정도 되었는데 끊임없이 발전해 왔죠. 우리 미술관은 6개의 보스턴 공립학교와 파트너십을 이루고 있으며 VTS를 활용해 초등학교의 3-5학년 아이들의 교육과정에 깊이 관여하고 있어요. VTS는 연령에 따라 공통적인 인지발달단계를 거친다는 피아제(Piaget)의 인지발달단계이론뿐 아니라 비고츠키(Vygotsky)의 근접발달지대(Zone of Proximal Development)의 개념에도 영향을 받았어요. 아이들은 교사 및 좀 더 성숙한 또래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문화적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것이 인지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우선 이미지 선택에 있어서도 우린 아이들의 발달단계를 고려해요. 어린아이들은 가족, 친구와 같은 주제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을 것이고 중학교 학생들은 관계, 지위, 권력 등에 관심이 많겠죠. 그리고 고등학교 학생들은 무언가 존재에 대한 주제나 좀더 복잡한 것들에 관심이 많을 거고요.
VTS는 또 학생들의 언어 발달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데요, 모둠으로 이루어지는 수업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단어 수준은 또래들이 말하는 언어를 통해서 뿐만 아니라 교사의 재언급을 통해서도 높아지죠. 예를 들면 이집트의 냉동 미라에 관한 수업에서 한 학생이 “ 저 왕이 쥐고 있는 거요” 라고 말했을 때 교사나 다른 아이가 “아 staff (단장) 말하는 거니?” 하고 말한다면, 그 다음부터는 그 반의 다른 모든 아이들이 그 단어를 쓰기 시작하는 거예요. 곧 그 단어에 대해서 배우게 된 거죠.
우리는 주로 보스턴 공립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VTS 교육을 해왔어요, 2년 전 겨울에는 하버드 의대에서도 온 적이 있었어요. VTS를 통해 더 날카롭게 관찰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면, 환자들의 상태를 더 잘 진찰할 수 있겠다는 이유에서였죠. 뉴욕에서도 이런 식의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경찰들이 참여해 관찰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했었고, 지금은 FBI 사무직 범죄담당부서를 위한 트레이닝도 하고 있답니다. 예술 프로그램으로서 VTS는 미술을 매개수단으로 활용해서 생각하고 관찰하고 명확한 표현능력을 발달시키기 위한 것에 관한 것이에요. 이 기술이 어떻게 세상에 퍼지고 있는가를 보면 흥미롭죠.

보스턴 미술관의 학교와 교사 파트너십 매니저인 쥬디스 킹

아르떼: 워크숍 이외에도 교사들이 서로 만나고 미술관과 대화할 수 있는 모임이 또 따로 있나요?
교육 자문위원회가 있어요. 보스턴 시 지역의 미술 교육자들과 일반 교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모임인데, 우리는 그들과 1년에 네 번의 일반 모임에서 만나고, 또 부설위원회하고도 함께 일을 하죠. 예를 들면 저도 부설위원회와 함께 일했었는데, 언어, 미술, 역사, 사회학 등에서 보스턴 학교들과 우리 교섭그룹이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 테마를 찾는 일이었죠. 만일 둘 사이의 공통적인 주제를 찾는다면, 그것을 더 많은 교사들을 위한 워크숍을 만드는데 쓸 수 있으니까요. 즉, 이 교육 자문위원회를 통해서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교사들의 경험을 토대로 교사들이 정말 원하고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거예요.
교사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도록 위원회와 함께 일하는 동시에 VTS와 같은 워크숍을 통해 교사들이 실제 어떻게 해가고 있는지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또 지난 두 해 동안의 설문조사를 통해 미술관에서 교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한 결과로 더 저렴한 전문교사 회원제를 만들었어요. 지금은 굉장히 인기가 많죠. 교사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고 기록할 수 있다면, 좀 어렵더라도 실제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게 우리가 적절히 도울 수 있어요.

아르떼: 이런 워크숍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네. 왜냐하면 그건 다른 공동체에 있는 교사들이 서로 만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이죠. 또 우리는 교사들이 교실 수업을 위한 한 부분으로 우리 미술관의 작품들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기를 원해요. 미술관 방문은 다른 어떤 곳에서도 얻을 수 없는 것을 배울 수 있게 해주는 교육과정이니까요.
웹사이트를 통해 작품을 본다면 그건 보기 전에 미리 준비 할 때나, 보고 나서 무엇을 보았는지 상기시켜주는 데 좋죠. 하지만 그건 작품을 직접 보는 것과는 아주 달라요. 그것이 정말 얼마나 큰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정말 그게 어떤 색깔인지, 어떻게 빛이 드리워지는지, 시대와 문화에 따라서 사물들과 개인의 관계는 얼마나 다른지를 볼 수 있는 건 정말 강력한 힘을 가지죠.
그 오래된 사물들과 때로는 이미 죽은 것들과 대화를 하는 거예요! 역사가 실제적인 것이 되죠. 누군가가 의자, 숟가락, 그림, 조각들을 만들었는데, 도대체 그들은 저 가구를 가지고 무엇을 했을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예를 들어 보스턴 티 세트를 보면 그 찻잔은 아주 작고 손잡이도 없이 우습게 생겼어요. 15명의 사람들이 아주 작은 테이블에 둘러앉은 걸 상상해보세요.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이런 걸 직접 본 적이 없죠. 그들은 물리적인 전시작품을 통해서 각기 다른 현실세계로 끌려 들어가는 거예요.
또 제 생각에는 학생들을 데리고 와서 이런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은 아이들이 자기 자신의 삶을 반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건 의자네. 나도 의자를 갖고 있지만 내 의자는 이렇게 생기지 않았는데….’ 하면서 자신의 삶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문화의 공통성, 일반성에 대해서도요. 각각 다른 모양의 그림, 꽃병, 조각 등을 볼 때 우리는 거기에 인간 문화의 강한 공통성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이 얼마나 여러 가지 인지도 알 수 있죠. 그래서 실제 전시 작품을 보면서 하는 교육은 정말 중요해요.

아르떼: 교사 및 학생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어떻게 변화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교사들은 두려워해서는 안돼요. VTS 워크숍을 시작 전에 교사들에게, 자신이 미술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어보면, 보통은 ‘별로’라고 대답해요. 과정을 마치고 나면 적어도 한 단계 정도 알고있다고 생각하는 정도로 올라가죠. 한편 교사들에게 미술을 (혹은 미술을 가지고) 가르치는 일에 대해 얼마나 편하게 느끼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보는데, VTS 전에는 ‘어느 정도’ 혹은 ‘별로’ 라고 하는 답이 많이 나와요. 하지만 VTS를 마치고 다시 한번 물어보면, 편안하다고 느끼는 정도가 강해지죠. 왜냐하면 교사들은 이제 그들이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거든요.
그보다는 이건 ‘탐색의 과정’이죠. 그냥 자신의 방법으로 이야기를 하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전시 작품을 활용한 수업은 교사들에게 힘을 주어요. 그들 자신을 특정 지식에 제한되지 않게 함으로써 학생들을 더욱 집중하고 즐기게 하는 거죠. 이게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적어도 미국의 경우에는, 어른으로서 미술관에 가느냐 가지 않느냐는 어린시절의 경험에 의해서 좌우되는 경우가 매우 많거든요. 그래서 우리의 프로그램이 미래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가능한 가장 많은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가장 좋은 훌륭한 교육을 받길, 그래서 계속 미술관에 오게 되기를 바래요.

VTS (Visual Thinking Strategies) 교육과정에 대한 소개http://www.vue.org/
보스턴 미술관(Museum of Fine Arts, Boston)http://www.mfa.org/
Judith King(보스턴 미술관 학교와 교사 파트너쉽 매니저)jking@mfa.org

 

**참가자들이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림  

  John Singer Sargent, 미국, 1856-1925
  <스튜디오안의 예술가> 1904년 작
   캔버스에 유화, 56.2*72.07cm
   보스턴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