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리뷰]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예술인 창작지원 프로그램(Artist-in-Residence) : 일본 아오모리 국제예술센터

김지우|웹진컨텐츠팀|arte13@hanmail.net

아오모리 국제예술센터http://www.acac-aomori.jp
아오모리 artist-in-residence supporterhttp://airsaomori.fc2web.com

일본 아오모리현(靑森縣)은 도쿄에서 비행기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지방 도시이다. 지리적으로도 기후적으로도 고립된 오래된 역사를 지닌 아오모리는 다른 지방과는 또 다른 다양한 모습의 고유의 전통을 소중히 보호하고 있는 도시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웅대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도시가 가진 자연유산을 활용하여 아오모리 국제예술센터(Aomori Contemporary Art Centre)는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새로운 창조의 장소를 목표로 2001년 12월에 개관하였다. 센터는 봄과 가을 2회, 각 2-3개월에 걸쳐 하는 Artist-in-Residence(이하 AIR)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하여 예술 창작이나 감상의 기회를 제공함과 함께 예술작품의 제작자인 예술가와 지역 주민과의 다양한 교류를 꾀하면서 아오모리 市의 독자적인 새로운 예술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센터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AIR 프로그램은 간단하게 말하면 예술인을 지역에 거주시켜 예술가의 창작활동과 지역 주민과의 교류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예술 분야에서 활약하는 아티스트를 초빙하여 기간 중의 체재, 창작과 전람회를 지원함과 함께 지역 주민과의 워크숍, 지도 등의 교류 프로그램을 개최하여 지역 주민의 다양한 예술 체험을 다각화하고, 예술을 통한 국제 교류 추진을 목적으로 한다. 예술가에게 제작 지원을 실시하는 것만이 아니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예술을 통한 교육활동을 하는 것이다. 예술가와 지역 주민의 만남과 상호작용에 의해 새로운 창작형태와 공간 활용, 교육효과를 창출해낼 수 있다.

04년 가을 AIR 프로그램을 가지고 자세히 살펴보면, 이번 프로그램의 테마는 ‘DI/STANCE 두개의 위치’ 이다. ‘distance’는 현재와 과거, 혹은 미래와의 격차이다. 나와 당신, 혹은 제 삼자와의 거리이기도 하다. 거리는 시간이며 공간이고, 그리고 그 사이를 묻는 정보이다. 두 개체간의 사이에 대해 생각하고 거리를 측정하는 것은 두 관계를 아는 것과 같다. 04년 가을 AIR 프로그램에서 이 ‘거리’를 관객과 무대의 거리, 그리고 일상과 비일상(예술과 현실), 아오모리와 또 하나의 장소의 거리를 설정하고 생각하고자 하는 것이다. 거리의 인식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상황이나 관계의 방식에 의해 변화하는 것이다. 어떻게 거리를 측정할 수 있을까. 그것이 바로 예술의 표현이라고 설정하고 있다. 작가와 관객의 거리가 점점 줄어들어 위치가 역전되기도 하고, 예술의 주제도 점점 일상에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AIR 가을 프로그램에서는 이러한 거리를 둘러싼 고찰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가을 프로그램 사업 기간은 04년 9월 16일부터 11월 26일까지이고, 예술가 모집인원은 국외 3명, 국내 2명 아오모리 거주자 또는 출신자 1명이다. 현대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라면 누구라도 응모가능하고, 사업 기간 중 2/3 이상 체재 가능해야 한다. 체재와 관련한 생활비, 창작지원금은 모두 지자체에서 출연하고, 창작을 위한 스튜디오 및 숙박시설을 제공한다. 각 장르별 창작활동이 가능한 스튜디오와 전시실, 숙박시설 등을 센터 안에 마련해 놓고 있다. 그리고 체재하는 동안 지역 주민을 상대로 한 워크숍과 작품설명, 스튜디오 공개, 갤러리/작가와의 대화의 시간 등의 교류 프로그램은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이렇게 아오모리市에서 예술가에 대한 지원을 하는 것은, 예술가 활동을 지원하여 지역 주민을 상대로 워크숍 등을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함으로써 문화향수 수준을 높이는 등 교육/교류 프로그램을 위한 것과, 아오모리市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예술가가 앞으로 명성을 얻었을 때 지역을 알릴 수 있다는 계산이 함께 한다. 지원 예술가를 일본 국내로 한정짓지 않고 세계 예술가를 상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의 예술을 지역 주민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각 체험/교육 프로그램은 무료이거나, 약간의 입장료를 받으며 일정은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다.

아오모리 AIR 프로그램에서 특히 주목하고 싶은 것은 Artist-in-Residence Supporters(이하 AIRS, 아오모리 국제예술센터의 Volunteer Supporter) 이다. 市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자원 활동가를 모집하고, 운영위원회까지 만들어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활동가들은 통역을 비롯하여 AIR 프로그램으로 아오모리에 체재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예술가와 지역주민간의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예술을 통한 지역 주민의 체험, 교류를 보조한다. 나아가 지역 주민들 간의 교류까지도 추진하고 있다. 이 활동은 자발적으로 참여의사를 밝힌 사람들에 의해 진행하고 있으며, 그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사이트에 AIRS 활동 내용을 보고하는 페이지를 개설하여(아직 안정적이진 않지만)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 그들의 활동은 결코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일상에서,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고 도와줄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다.

Stephen Wilks 作. 세계 각지에서 2000년부터 진행 중의 프로젝트. 「여행하는 로바들(traveling donkeys)」로 아오모리에서 활동 중. 실물 크기의 당나귀 봉제인형을 가지고 각각의 토지의 다양한 집에 홈스테이 하거나 학교에 방문하는 등의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를 전개한다.

지자체가 중심이 되서 사업을 꾸려나가지만, 사업의 중심에는 지역 주민이 있다. 예술가 창작지원 활동에도 지역 주민과의 교류 프로그램이 빠지지 않으며, 그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매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고, 직접 대화하고 교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는 일본 아오모리 市 주민들은 어떤 향기를 뿜고 있을까.

김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