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것에 머물지 않는 체험과 참여의 현장!

 

 

미타카는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지브리 미술관이 있는 도시이댜. 그 지브리 미술관 옆 이노카시라 공원에서는 매년 가을 국제교류 페스티벌이 열린다. 미타카 인근 주민의 즐거움인 이 페스티벌이 올해 20주년을 맞이하였다. 페스티벌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메인 스테이지에서는 세계의 춤이나 음악 등의 다양한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텐트 숍 에서는 세계 각 지역의 대사관이나 NGO/NPO 등의 단체들이 음식과 민속공예품을 판매한다. 이국적인 행사와 공공무역(Fair Trade) 소개 코너도 준비되어 있다. 미타카국제교류협회(MISHOP) 코너에서는 협회의 활동 소개와 더불어 NGO 소개를, 지역교류 코너에서는 보이스카웃, 소방서, 경찰서 등 지역단체들에 의한 텐트숍이 마련되어 방재체험 코너등 행사가 열린다.

 

먼저 스테이지를 살펴보면, 시립 초등학교 학생들의 악기연주, 하와이의 훌라춤, 일본 전통 북인 와다이코의 공연 외에도 삼바, 룸마, 비틀즈 밴드의 연주, 라틴 재즈등 다양한 공연이 30, 40분 간격으로 펼쳐진다. 내가 찾아간 2시경에는 라틴 재즈의 연주가 한창이었다. 처음에는 잔디에 앉아서 감상하던 사람들이 후반에서는 일어나서 몸을 흔들며 무대쪽으로 몰려들었다. 가을의 청명한 하늘 아래 흥에 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엉덩이가 절로 들썩거렸다.

 

이 페스티벌의 주역은 뭐니뭐니 해도 텐트 숍이다. 세계 각국의 요리가 200엔에서 500엔 사이로 비교적 저렴하게 맛 볼 수 있는 오늘을 위해 일년을 기다렸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다. 동경외국어대학에 근무하는 일본인 친구가 그러하다. 접시와 젖가락 등을 개인이 각자 지참하여 가면, 양이 추가되거나 가격 할인의 혜택까지. 가족, 친구들끼리 잔디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마음에 드는 나라의 전통 요리를 사들고 와서 피크닉을 즐기는 것이 이 페스티벌의 묘미이다. 점심 후에는 세계의 공예품을 구경하거나 전통의상 입어보기, 전통악기 배우기, 페르시아 문자로 이름 쓰기 체험 등에 참가한다. 물론 그 중에는 삼바 음악이 연주되는 가운데 낮잠을 즐기는 소수파도 있었고, 함께 데리고 나온 애완견의 친구 만들기라는 즉석 이벤트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동남아시아 텐트 숍에서는 상하이 가위바위보 배우기. 발리 섬의 손놀이, 필리핀 민족 의상 입어보기와 타악기 연주 등이 있었고, 무엇보다 한국의 태권도 시범이 있었다. 한국 유행가에 맞춰 태권도를 하는 초.중학생 어린이들의 진지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한국 유행가를 흥얼흥얼 따라 부르며 자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에 여념이 없는 학부모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국 마당은 태권도 외에도 오전에 윷놀이 체험이 열렸으며, 떡볶이와 잡채, 육개장의 판매와 함께 옥수수차도 마실 수 있었다. 세계 각국의 전통차 코너에서는 옥수수차가 한국의 전통차로 판매되고 있었다. 옥수수는 일본에서는 차로 마시지 않으므로 꽤 인기가 높다고한다.

 

페스티벌에서 물 만난 물고기는 당연 어린이들이다. 어린이를 위한 행사의 다양함 중에서도 특히 자랑거리로는 빙고렐리를 꼽을 수 있다. 퀴즈를 풀며 회장을 돌아 세계 일주를 하는 프로그램으로, 초등학생이하 선착순 600명만이 참여 가능하다. 오후 2시 무렵에는 이미 배포 완료로, 일주한 후 정답 대조 중인 소녀가 쉽게 눈에 띌 정도로 인기가 높다. 회장 곳곳에서 노란 종이를 들고 문제를 찾아 달음질치는 아이들과 정답을 두고 고심하는 부모를 볼 수 있었다. 문제가 적힌 곳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으나 문제 자체도 꽤 난이도가 높았다. 빙고렐리 외에도 아보지니 점묘화 체험, 부메랑 만들기에 열중하는 아이들과 그 옆 텐트에서 우즈베키스탄 전통 춤을 배우는 어른들이 눈길을 끌었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이 끌렸던 것은 아프리카의 텐트였다. 케냐의 시 낭송. 페이스 페인팅. 드럼 연주와 춤은 물론이거니와 콩고 인과 일본어로 대화한 것도 처음있는 일이었다.

 

신종 인플루엔자에 대한 뉴스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올해도 페스티벌에은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사람이 사람에게 옮기는 것은 인플루엔자 균 만이 아니다. 그 보다 감염력이 높은 것이 웃음과 따스하고 넉넉한 마음이 아닌가 싶다. 두려움보다 교류를 선택한 사람들과 일본의 가을 하늘 아래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세계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