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이 예술가 “직접 만든 악기로 앙상블 연주도 해요”

 

지난 11월28일 아이들이 3개월 동안 만들고 연습했던 실력을 최종적으로 선보이는 ‘창작악기 예술캠프’가 열렸다.아이들은 직접 악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소리가 나는지, 원하는 더 좋은 소리를 찾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거치며 소리와 음악의 관계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를 스스로 터득했다.

 

낙엽이 켜켜이 쌓인 경기 양평의 깊은 산속. 유럽풍 통나무 펜션 ‘작은 알프스’에 때 아닌 어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구슬처럼 쏟아진다. 깔깔, 하하하, 킥킥킥. 웃음소리도 참 다양하다. 얼굴 생김새 또한 면면이 다르고 성격 또한 제각각이다. 하지만 뭐가 그리 즐거운지 모두들 조잘조잘 거리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악기가 만들어지기까지 모든 과정을 아이들 스스로 하다

 

지난 11월 28일 ‘아르떼 어린이예술창작학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 9월부터 ‘창작악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아이들이 3개월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짓는 ‘창작악기 예술캠프’를 찾았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주최하고 뮤뮤스쿨이 주관하는 ‘예술창작학교’는 문화적 혜택이 부족한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아이들의 음악교육에 창의성과 다양성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그 곳을 찾았을 때는 마침 아이들이 만든 악기를 이용해 한창 소리를 찾아내고 있던 시간이었다. 저마다 직접 만든 악기 소리가 특별하다며 자랑이 한창이다.

 

행사를 기획한 뮤뮤스쿨 대표 예민은 “아이들 각자가 낸 아이디어로 직접 악기를 만들었다”며 “재료, 크기, 어떤 소리를 내는 악기를 만들기까지 모든 과정을 아이들 스스로 해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이들이 직접 악기를 만듦으로써 음악이 이야기가 되고 예술행위가 될 수 있음을 체험했다”고 덧붙였다.

 

뮤뮤스쿨 대표 예민은 ‘어느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로 유명한 가수. 그는 이미 매년 100여 곳의 농어촌 분교를 돌면서 음악회를 진행한 것을 바탕으로 어린이 창작악기 예술학교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그는 “처음 만났을 때 밝고 명랑한 모습 대신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처음에는 의견을 내놓는 것조차 어려워하던 아이들이 점점 자신감이 생기고 의욕적으로 악기를 만들어 소리를 찾아내는 것을 보고 음악활동이 아이들의 감성교육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 지 경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직접 악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소리가 나는지, 원하는 더 좋은 소리를 찾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거치며 소리와 음악의 관계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를 스스로 터득했다. 때문에 음악을 타는 것이, 느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저절로 느낄 수 있게 됐다고.

 

독창성과 창의력이 저절로 키워지는 제대로 된 EQ교육

 

이날 아이들은 3개월간 만들고 연습했던 실력을 최종적으로 선보였다. 여자아이들과 남자 아이들 두 팀으로 나뉘어 대결을 펼치기로 했다. 남자 아이들은 뮤뮤스쿨의 예민 대표가, 여자 아이들은 이날 특별 초빙된 피아니스트 박종훈이 맡아 가이드 역할을 했다.

 

커더란 콘서트홀에 남은 여자 아이들은 특유의 감수성이 발휘된 아기자기하고 형형색색의 예쁜 악기들을 통통 두드리며 나름의 악기 실력을 뽐냈다. 피아니스트 박종훈과 한참을 실갱이(?) 한 끝에 소품곡 ‘엘리제를 위하여’에 맞춰 반주하기로 했다. 늘상 듣던 ‘엘리제를 위하여’는 박종훈의 손끝에서 잔잔하면서도 발랄하게 변형됐으며, 악기를 만드는 동안 음악에 대한 귀가 트인 아이들은 저마다 리듬에 맞춰 반주를 했다.

일일이 아이들에게 박자와 리듬 맞추는 법을 설명하는 피아니스트 박종훈은 “초등학생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바를 여과없이 털어 놓는다. 순수한 마음이 그대로 녹아나기 때문에 어른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표현해 깜짝 놀라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성격에 따라 다양한 악기와 음악이 나오기 때문에 가슴 속에 들어있던 것들을 끄집어내는 훈련이 저절로 되며, 독창성과 창의력이 저절로 키워지는 제대로 된 EQ교육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자 아이들에 비해 쿵탕쿵탕 요란한 소리의 악기를 만든 남자 아이들은 예민의 진두지휘(?) 아래 직접 만든 창작 동화에 음악을 집어 넣은 동화극을 만들었다. 때론 우렁찬 야수의 소리에서부터 때론 잔잔한 새소리까지 장난꾸러기일 것만 같은 남자 아이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섬세한 감수성이 가슴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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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연대회(?) 시간.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아이들은 지난 3개월간 흘린 땀과 노력을 짧은 연주에 담아 들려주었다. 그 어느때보다 진지하게 연주에 임한 아이들의 공연은 최고의 오케스트라보다도 더 감명 깊었으며, 브로드웨이의 유명 뮤지컬 보다도 더 흥미진진했다.

 

행사를 마친 뮤뮤스쿨 예민대표는 “지난 3개월간 아이들이 경험하고 보낸 시간은 아이들에게서 금방 잊혀질 수 있겠지만, 그 추억은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앞으로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세상에 하나뿐인 앙상블을 경험한 이 아이들의 삶은 분명 윤택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 후 아이들이 만든 창작악기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 1년간 전시되며, 그들이 악기를 제작하며 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 역시 같이 공개된다. 짧은 공연을 감상하고 돌아오는 길 하늘은 잿빛 구름으로 짙게 드리웠지만 마음만큼은 청량한 봄날처럼 맑고 상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