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을 위해 시민들이 만드는 극장
일요일 오후, 도쿄도 초후시에 있는 센가와 예술극장에 아침부터 길게 사람들의 줄이 이어졌다. 젊은 클래식 연주가의 공연을 보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세워진 지 1년 정도밖에 안 된 작은 소극장 안에서는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느 극장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센가와 극장의 공연에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첫째, 무료공연이었다는 점, 둘째, 클래식 연주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유모차에 탄 갓난아기까지 입장이 가능했던 점, 마지막 셋째는, 관객들을 서포트하는 스태프들 중 반은 관객과 같은 시민들이었다는 점이다.
초후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센가와 극장은, 지원과 배움, 참가라는 세 단어를 모토로 하여 운영되고 있다. 우선, ‘공연예술을 즐기는 시민을 육성하기’ 위해 매달 무료공연을 기획한다. 이는 같은 지역 예술대학과 연합이 되어, 그 대학의 교수나 졸업생들에게 연주공연을 의뢰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통해, 갓난아기한테까지 극장의 문을 활짝 열어, ‘공연예술을 통해 새로운 지역문화 발신기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공연 중 아기가 울음을 터뜨려 소란스러운 일이 발생하지만, 연주자도 관객들도 불만을 제기하기보다는, 그렇게 해서 공연예술의 장을 배워가는 데에 의미를 두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식으로 운영이 될 경우, 극장이 재정적으로 곤란한 상황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스태프를 최소한의 멤버로 축소하고 그 대신 시민들을 스태프 회원으로 모집했다. 그것이 ‘센가와 앙상블 스태프’다. 이는 극장 운영은 물론, ‘센가와 지역사회의 활성화에 기여하기’라는 큰 목표에도 부합되는 아이디어였다.
기본적으로 이와 같이 초후시를 위해, 초후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극장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초후시 이외에도 어느 누구나 참여의 기회가 있다. 특히 스태프의 경우, 공연예술 관련종사자를 적극적으로 찾아 함께 해줄 스태프를 모집하였는데, 이런 노력으로 인해 스태프들이 자연스럽게 극장 일의 경험자와 비경험자가 섞이도록 구성되어 현장에서 바로 실질적인 업무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었다.
경쟁하는 오디션이 아닌 경험을 나누는 워크숍
센가와 극장의 ‘열려있는 문’은 관객이나 극장 스태프만이 아니었다. 시민참여형 극장이라는 것이 알려져서 일까, 이 극장을 사용하는 아티스트들은 종종 출연진이나 조연출, 조명, 음향 담당자까지 일반시민을 상대로 고용하고 있었다. 물론 100% 일반시민으로 구성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보조’ 자격이기는 하지만, 작은 변화는 결국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게 마련이다.
그 예로, 내년 1월 21일~24일 공연예정인 인형극 <은하철도의 밤> 오디션이 그랬다. 오디션이라는 이름 아래, 긴 워크숍이 진행되었던 것이다. 사실 일본연극계에서 워크숍 형식의 오디션은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은하철도의 밤>이 인형극으로 제작된다는 점에서, 프로 배우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심지어 국적과 연령도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희망자를 상대로 하여 오디션이 진행되었던 것이다.
그냥 인형을 좋아하는 사람부터, 작은 극단의 미술담당자, 걸을 수 없는 장애인, 그리고 배우들이 모였다. 이들 중에서 실제로 무대에 서는 사람은 여덟 명뿐이지만, 만약 오디션에서 탈락하더라도 결코 이 긴 오디션이 시간낭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티스트와 극장 측은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인형극에 대한 친절한 설명과 함께, 인형을 움직인다는 것, 또 물건에 대한 요즘 사람들의 인식 등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또 물건을 통해 무언가를 표현하는 기술을 전수해주었다.
<은하철도의 밤>뿐만 아니라, 10월 말에 공연예정인, 내년 3월에 공연예정인 <신 라쇼몽> 등, 이와 같이 일반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공연은 계속해서 기획되고 있다. 이 공연들의 연출가는 모두 이름만 들어도 입이 벌어질만한 유명 아티스트들로, 어쩌면 이러한 참여도는 이들의 명성 덕분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명인 덕분이라고 말하기에는 시민스태프의 연령대가 매우 넓다. “극장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엄연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피타 게스나 예술감독(독일출신)과, 그를 중심으로 모인 20대 대학생부터 60대 할아버지까지의 앙상블 스태프들은, 디지털 문화에 가려져 있는 공연예술의 참모습을 되찾아 퍼뜨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아직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센가와 극장의 사례가 앞으로 많은 극장의 모델이 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
기사가 좋았다면 눌러주세요!
비밀번호 확인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