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국제 청소년 미술캠프(Global Children’s Art Camp 2008)

 
  쌈지길 지하 갤러리부터 옥상에 걸쳐서 건물 구석구석 어린이들의 작품과 설명이 전시되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 작품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보내온 것들도 함께 있었다. 카자흐스탄, 독일, 인도, 아랍에미레이트, 아르메니아, 미국 등의 어린이들이 실크로드를 주제로 그린 그림들은 한 눈에 보아도 색채나 표현 양식이 나라별로 매우 달라 보였다.
의, 식, 주, 교통수단, 악기 등의 실마리를 토대로 어린이들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여러 회화와 조형물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또한, 실크로드를 중심으로 한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실크로드로 교역했었다는 실크가 과연 무엇인지, 향신료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사막의 모래는 어떤 느낌인지, 어린이들은 직접 눈으로 보고 냄새 맡고 손으로 만져볼 수 있었다. 실크로드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그 지식을 확장하여 새로운 것을 창작해 낼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 이번 행사의 취지이다.

한편, 갤러리 그라우에서는 실크로드를 소재로 삼아 미술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기획한 미술교육을 하고 있었다. 실크로드에 대해 각자 해석한 방식으로 그림을 그려 한국의 병풍을 만들기도 했고, 사막에서 잘 팔릴 수 있을 음료수를 제작하는 수업도 있었다. 여러 음료수를 섞어서 새로운 색깔의 음료를 만들고 병에 붙일 상표를 디자인해보는 것이다. 또한, 실크로드의 중심지였던 카자흐스탄의 공예를 배우기도 하고, 아라비아의 문양에 대해 설명을 듣고 직접 자신의 개성을 살려 만화경과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하는 법도 배울 수 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과거에는 실크로드를 통해 실크와 향신료를 교역했다면, 현재 우리는 휴대폰을 수출하고 석유를 수입한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실크로드를 통해 우리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생각해보고 미래에는 무엇을 교역하게 될지, 아이들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고 창의력을 발휘해 다양한 물건들을 만들었다.
다양한 기능의 로봇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도우미 로봇’이었다. 사막에서 꼭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세탁기와 정수기, 세면대와 변기를 사방에 붙여놓은 만능 로봇이다. 정육면체의 상자를 쌓아 만든 낙타도 있었다. 각각의 상자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실크로드를 그려놓았다.

사고의 틀을 넓혀, 실크로드가 계속 뻗어나가서 미국까지 갔다고 상상해보자. 이번 행사에, 실크로드와 사실상 무관한 국가들도 포함시킨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 아칸소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한 달에 걸쳐 작업한 의상들을 보내왔다. 의상에 그려진 그림은, 그들이 생각하는 아시아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그룹으로 나뉘어 아시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뒤 토론을 거쳐 내용을 결정하여 제작한 것이다.
그림들을 살펴보니 음(陰)과 양(陽), 학 등의 전형적인 이미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칸소의 작은 학교에서 이루어진 미술교육의 방식은 우리가 본받을 만하다. 앞으로도 이러한 교류 행사를 통해, 우리의 문화에 대해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파악할 수 있고 잘못된 점은 정정하며, 우리의 것을 더욱 잘 알리려는 노력에 동기를 부여할 것은 분명하다. 또한, 다른 문화의 예술교육의 방법을 참고하여 우리만의 참신한 예술교육 패러다임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 전시된 작품들은 다음 국가인 인도로 보내져 전시하게 될 예정이다. 우리가 이해하는 실크로드의 의미, 그리고 각국에서 이해하는 실크로드의 의미는 분명 다를 것이다. 서로 해석의 차이를 수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연성 원장(레츠아트)은 실크로드의 유래, 그것이 가지는 의미를 잘 알되, 그 내용에만 사고를 가두어 두는 것이 아니라 영감을 얻어 전혀 새로운 것을 창작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스테인드글라스 제작 수업에서, 종교적인 의미에서 사용되었던 아라비아의 문양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아이들은 자신만의 문양을 만들어내고 반복된 순서에 따라 색칠도 한다. 이 과정에서 문양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디자인의 요소, 색채와 시각적 요소에 대해서도 몸소 익힐 수 있게 된다. 이번 캠프의 주제는 실크로드지만, 그것에서 소재에 대한 영감만을 얻어 미술교육의 영역으로 확장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설치된 조형물에 사용된 재료들은 모두 재활용품 또는 폐품이다. 신문지, 다 쓴 할로겐 전구, 미술 물감 뚜껑, 하수구 거름망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재활용품이나 폐품을 사용하는 것은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을 갖게 하는 동시에, 연상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다 쓴 물감 뚜껑을 보면서 이것을 어디에 사용할 수 있을지 떠올리는 것은 각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어떤 로봇에는 물감 뚜껑을 눈으로 활용했는데, 평소에는 뚜껑을 열고 있다가 사막의 모래바람이 불면 뚜껑을 닫을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라고 한다. 거름망을 모자로 사용한 조형물이 있는가 하면, 귀로 활용한 것도 있었다. 어린이들의 개성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었다.

이연성 원장은 “단지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것이 미술을 하는 목적이 되면 안 되며 자신의 생각을 전개시킬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굳어진 사고를 하지 않고 창의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앞장서주기를 바란다는 말도 이어 덧붙였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문화간의 교류와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국제 사회로 넓혀나갈 계획이다. 비슷한 취지를 가진 문화예술교육자들이 모여 서로 다른 문화간 교류와 창의적인 수업 개발을 도모한다면 전 세계의 어린이들이 창의성을 향상시키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