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아르떼캠프」현장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아르떼캠프」현장

 

13일까지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의 자체 영화캠프를 마치고 이튿날 아침 만난 아이들은 전국 보육원 및 지역아동센터의 초등학생들이었다. 이번 아르떼캠프는 1, 2차로 나누어 1박 2일 동안 진행되었는데 부산, 경남지역 뿐만 아니라 울산, 대구를 비롯해 멀리 광주에서도 두 시설이나 참여하였다. 캠프의 일정이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기간과 겹쳐 있었기 때문에 영화제 속에서 아이들에게 영화에 대한, 또는 문화예술에 대한 여러 가지 체험을 해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으로 캠프 기획안을 잡아갔다.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기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아이들 자신이 만든 작품을 극장에서 상영하는 이벤트였다. 아이들이 연예인 되지 않고서 자신의 얼굴이 극장 스크린에 나온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실현 가능하게 해주었고, 좋은 추억으로 남겨 주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결정된 1박 2일의 일정은, 그 어느 때 캠프보다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들로 채워졌다. 작품촬영으로 시작하여, 물놀이, 영화 제작과정, 극장에서의 작품 시사회,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체험 등… 아이들이 최대한 즐겁고 신나게 캠프를 즐기고, 즐기는 가운데 아이들이 담아갈 수 있는 것을 많이 준비했다.

짧은 1박 2일의 일정이지만, 숙소는 아이들이 가장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해운대 센텀 호텔로 정했다. 센텀 호텔은 생긴지 1년 여 밖에 되지 않은 신생 호텔로 국내 최고의 휴양지인 해운대에 걸맞은 최고의 시설을 갖춘 호텔이다. 호텔 측은 캠프에 참여한 아이들을 세심히 고려한 식단을 짜는 등 캠프에 여러 가지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숙소 때문에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다. 일정표를 발송하자, 호텔이 이름만 호텔은 아닌지를 궁금해 하는 염려의 전화도 많이 받았고, 여름 휴가철 성수기라는 벽에 부딪혀야만 했다. 방이 부족하여 아이들 4~5명이 한 방에 묵게 되었다.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마냥 즐겁기만 했다.

 

영화의 제작과정 알기 프로그램은 괴물을 주제로 제작과정이 담겨있는 영상을 통해, 아이들이 알지 못했던 괴물 제작 현장의 모습과 여러 가지 특수효과 등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그래픽 처리가 많은 여러 영화에 대한 공통적인 부분들도 알게 되었고, 이런 영상을 통해 영화의 제작과정에 더 많은 흥미를 느끼고 호기심을 가졌다. 영상을 보는 내내 아이들의 눈은 반짝 반짝 빛이 났다.

또 이튿날 오전에는 6시 30분의 이른 기상시간에도 아이들은 그날 만나게 될 자신들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다. 극장에서 수료식을 시작으로 아이들의 작품 상영이 시작되었다. 수료증과, 작품 CD를 각각 한 장씩 모두 나누어 주었고, 아이들이 만든 작품이 상영되는 동안 인솔교사 및 아이들, 그리고 모둠 강사들까지 모두 즐거워했다.

올해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의 행사 중 한 가지 꼽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FILM & FUN이었다. 3일간 거의 모든 상영이 매진되는 등 많은 호응을 이끌어낸 프로그램이다. 단편영화 한 편을 보고 그 작품에 대한 영화 읽기를 해보는 프로그램으로, 캠프 아이들도 참여했다. 아이들은 단지 영화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영화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고, 체험을 함으로써 새로운 영화의 모습을 보았다며 신기해 했다.

해마다 캠프를 치르면서 언제나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아이들과 작품 편집까지 함께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매번 우리는 캠프 기간 중 하루 밤을 꼬박 샌다. 아이들이 낮에 촬영해 놓은 영상을 강사들이 직접 편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수료식에서 작품 CD를 가져가게 하고픈 마음에 힘든 내색 없이 강사들 모두 밤을 새지만, 아이들이 촬영해 놓은 영상을 아이들 손이 아닌 강사들 손으로 완료한다는 것은 어쩐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여러 곳에서 아이들의 작품에 어른 손길이 묻어있는 작품들을 종종 본다. 그리고 시상이 이루어지게 되면 그런 작품은 걸러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막상 캠프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편집을 할 수 없다. 편집을 가르쳐서 아이들 손에 편집을 맡기기에 시간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편집이 완료된 영상을 CD에 담아야 하고, 아이들 인원 수 별로 CD를 제작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아이들이 캠프를 마치는 마지막 날 밤에 이루어진다. 최대한 아이들이 원하는 내용으로, 또 아이들의 시선으로 눈을 낮춘 채 편집에 임하고 있긴 하지만 그것이 실제 아이들이 원하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4년째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작업을 해 오고 있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과연 전문적인 편집을 가르치고 기술적인 부분까지 가르쳐야 하는가 하는 것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 편집은 항상 밤늦은 상황에 이루어지고, 아이들 모두 빠듯한 일정에 피곤해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영화가 신기하고, 새롭고 즐거운 체험으로 남길 원한다. 전문적인 영화의 지식이나, 영화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 등은 어른이 되어서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여러 가지 여건을 충족시키면서, 아이들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모색 중이다. 윈도우 무비메이커 등 쉬운 편집 프로그램을 통한 간단한 편집을 교육하려는 시도 또한 계속되고 있다. 내년 캠프에서는 또 다른 방법으로 아이들과 작품 제작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2008년 8월 14일~16일 동안 1박 2일 캠프를 2회 진행하였고, 이로써 올해 아르떼캠프를 모두 마쳤다. 늘 어떤 행사든 마치고 나면 아쉽고, 허무하기도 하고,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안타까움을 안고서 다음해를 기약한다. 여러 번 캠프를 치러오면서, 아이들과의 헤어짐은 언제나 쉽지가 않다. 또 다른 곳에서의 만남을 기약하며, 많은 아이들 하나하나 손잡아 주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그렇게 아이들 모두 각자의 시설로 돌아갔다.

1박 2일은 상당히 짧은 시간이다. 아이들이 작품을 만들고, 여름인 만큼 물놀이도 하고, 또 극장에서 영화도 보고, 여러 가지 체험 프로그램을 참가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단 1분도 허비하지 않고 체험하여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캠프를 준비하며 마음에 품는 한 가지 바람이 있다. 그것은 바로 즐겁거나 신비롭거나 혹은 새롭기도 한, 그러면서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법을 배우는 신나는 체험의 공간이 바로 우리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의 ‘아르떼 영화캠프’이길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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