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를 성장하게 돕는 연대 – 인천 스페이스 빔에서 이룬 문화ㆍ예술ㆍ학습 공동체

글_한경애(인천여중 교사)

살다 보면 ‘선택’과 ‘집중’, 이 두 가지를 반복할 때가 많다. 선택에 이르기까지는 삶과 부딪히는 수많은 갈래에서 갈등을 겪게 되고, 집중은 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몰입한 상황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일 것이다. 이렇게 선택과 집중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변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듯 선택과 집중은 변화를 초래하는 에너지가 된다.

고착 상태에서 빠져 나가기
훌륭한 교사의 표상은 어떤 모습일까? 교사라면 누구나가 훌륭한 교사이기를 갈망한다. 수많은 학생들 앞에 설득력 있게 나서야 하고 적어도 학생들 개개인의 삶에 변화를 이끌어 가야 한다. 그렇기에 학생들 개개인에게 어떤 언어로든 말을 걸어보고 그들의 반응에 호응하면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 동일한 시간, 동일한 공간에 있는 학교생활에서 교사와 학생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아야 하지만 교사가 많은 학생들을 감당하기에는 여건이 매우 열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교사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핑계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필자는 스스로에게 일어나는 최근 3년간의 변화를 특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몸에 축적된 수많은 갈등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고나 할까. 학교라는 관료적인 조직 속에 익숙해지다 보면 동료 교사들 간에 자극이 되기보다는 서로의 동질성을 파악하고 닮아가면서 교사라는 직분을 망각하고 단순 직업화 되어가는 경향이 있다. 학생들과 마음의 높이를 함께 하기보다 한정된 틀을 반복하고, 교과서 속의 삶을 가르치고, 개인적인 경험이 지침서가 되어 거시적인 안목보다는 일정한 코드로만 일방적으로 소통하려는 습속으로 알게 모르게 젖어들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고착화된 상황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이 뒤따르거나 어떠한 계기를 필요로 하게 된다.

학교 안에서 학교 밖으로 시선을 넓히기

교사와 작가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현재의 미술교육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개념을 정리하면서, 교사는 사고와 발상에 많은
변화와 성장을 가져왔다고 느꼈다.

필자에게 있어 스페이스 빔과의 만남은 바로 위에서 언급한 교실에서의 교수ㆍ학습활동이나 동료 교사 간의 의사소통에 대한 갈등이 증폭되던 상황에서 이루어졌고, 사회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가능한 새로운 선택의 기회로 다가왔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2003년 스페이스 빔이 마련한 공공미술교육프로그램 <이것도 미술이다>에 교사의 신분으로 참여하면서 시작되었다. 매년 여름방학만 되면 갤러리나 미술관을 찾는 학생들이 ‘감상’은 없고 ‘증거’만 확보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이러한 교육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기획한 행사가 <이것도 미술이다>였다. 지역의 작가와 교사들이 연계하여 학생들 개인을 둘러싼 일상 공간과 환경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과정 중심의 전시였다.
당시 <이것도 미술이다>를 기획한 스페이스 빔은 단순 작품 발표 공간인 갤러리를 넘어서 지역사회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역할을 고민하면서 전시기획, 작가지원, 미술전문지 발간, 아카데미 운영 등 다양한 접근 방안을 작가들과 같이 고민해왔고, 그러던 중에 이러한 공공미술교육의 장을 마련했던 것이다. 교사든 작가든 각기 처한 위치에서 제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던 주체들을 불러 모아 그들이 지닌 역량을 공유하고 상호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었다.
<이것도 미술이다>에 참여하며 교사와 작가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현재의 미술교육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개념을 정리하면서 필자에게는 이전에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사고와 발상의 변화를 가져왔다. 지역사회에서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명제를 두고 다양한 방법론을 모색해가는 작가들과 부대끼며 교사로서의 존재와 위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필자에게는 교사로서의 삶이 학교 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학교 안과 밖을 넘나드는 폭넓은 관계로 발전하였고, 학생들을 바라보는 관점도 점차 확대되었다. 특히 역량 있는 작가들과의 소통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문화예술영역을 연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일으켰다.
한편 <이것도 미술이다>는 함께 진행했던 교사들과 스페이스 빔의 일부 작가들이 합류한 가운데 인천미술교육연구모임 ‘틔울’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는데, 이러한 진전은 교사와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만나 스터디를 진행하며 서로가 지닌 한계와 성과들을 보완하고 공유하며 내부적인 역량을 강화해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것도 미술이다>의 후속 프로그램으로 이듬해 스페이스 빔과 ‘틔울’이 공동으로 기획한 <미술관 습격사건>과 2005에듀아트페스티벌는 바로 이러한 교사와 작가 간의 지속적인 연계가 있었기에 가능한 행사였다. 그리고 필자가 학교축제 미술전시로 기획한 교수-학습프로그램 <시각으로 말한다>(2003)와 <씨~ㄱ>(2004), <사~이>(2005) 또한 바로 이러한 연계체제와 지역 미술공간에서의 교육프로그램 진행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미술관습격사건>전시가 끝나고 학생, 교사, 관객이 함께 활동을 하는 모습.
언어의 고정관념을 깨는 과정으로, ‘선생님’이란 단어의 각 음절을 옮기면서
전혀 다른 이미지나 글자를 만들어내는 활동

문화ㆍ예술ㆍ학습공동체를 향하여
스페이스 빔은 올해 1월 예술가와 비예술가의 구분을 지양하고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연계하여 상호 교류와 소통을 활발히 이루려는 “문화ㆍ예술ㆍ학습공동체-스페이스 빔 커뮤니티”로 전환하였다. 커뮤니티의 전환으로 지역에 있는 작가와 (대)학생, 교사, 문화관계자 등이 함께 꾸려나가게 되었다. 필자 또한 일부의 교사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합류하는 모양새를 취하게 되었다(물론 ‘틔울’은 그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역할을 모색하며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교사 신분으로서의 필자에게 또 다른 기회요소로 다가오고 있다. 즉 스페이스 빔 커뮤니티의 이름으로 마련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활동에 참여하면서 여기서 얻은 경험과 인맥(?)들을 학교 현장에 유기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학교축제 미술전시 기획과 진행은 물론이고, 지역의 한 단체가 맡은 학교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의 일부를 담당하면서 스페이스 빔 커뮤니티 회원인 작가들의 전문적인 역량을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 등에 접목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돌이켜보면 정치, 경제, 문화 등 대부분이 서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필자가 인천이라는 지역에서 스페이스 빔을 만난 것은 너무나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스페이스 빔이 단순 전시 공간이라는 고정된 역할을 넘어서 지역성과 공공성, 자율성을 모토로 다양한 접근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필자 또한 나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고민하는 데서 그 성과가 수많은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제는 당당한 일원으로서 적극적인 참여를 다짐하게 된다.

스페이스 빔www.spacebea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