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동화와 영화 만들기의 흥미진진한 만남

글_고민정(아르떼 덴마크 통신원)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어둡고 긴 북유럽의 겨울. 그러나 오후 4시만 되어도 가게마다 가정마다 창문에 걸어놓은 크리스마스 장식과 불빛이 아름답게 거리를 수놓는다.

 덴마크에는 올해 다양한 문화행사나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특히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안데르센 탄생 200주년을 기념한 각종 행사일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안데르센은 167 편의 동화와 자서전, 소설, 시, 희곡 등을 통해 꿈과 상상, 아련한 감동을 주는 저작을 남긴 동화작가이다. 뿐만 아니라 덴마크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인물이자 세계에 가장 잘 알려진 덴마크 사람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탄생 200주년을 맞아서 그의 일대기를 조명하고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시, 음악회, 댄스, 퍼포먼스 등 전 문화 분야에서 안데르센을 다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안데르센의 출생지인 우덴세(Odense)와 더불어 곳곳에 그의 자취가 흩어져 있는 코펜하겐에서도 안데르센 200주년을 축하하는 이벤트가 풍성했다. 문화 예술 관련 기관들 역시 안데르센의 세계를 소재로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코펜하겐 시내에 자리 잡은 덴마크 영화 학교에서 운영하는 쌍방향 체험공간 필름 엑스(Film X)에서도 안데르센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알차게 기획,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곳을 방문해 보았다.

외테스게데(Gothersgade)에 위치한 덴마크 영화학교 전경)

영화체험공간 필름 엑스
열다섯 명가량의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서 필름 클립을 제작하고 있다. 이 아이들은 코펜하겐 시내 니엘란즈바이 (Nyelandsvej)에 위치한 공립학교의 한 반 학생들이다.
아이들이 몰두하고 있는 사이, 인솔 선생님 두 분이 활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한 편의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서 흥미를 가지고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필름 X를 찾는 이유 중의 하나는 교육활동 지침서가 무척 잘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곳을 방문하기 이전에 선행학습을 교실에서 하고, 방문을 해서 활동을 합니다. 그리고 방문 후에 교실에서 다시 한번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교육활동 지침서가 준비되어서 선생님들의 신뢰가 높아요. 또 이런 자료들을 웹사이트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어서 편리하답니다.”

신뢰도와 접근성 면에서 일선 선생님들과 이용하는 아이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필름 엑스와  이 곳의 프로그램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자. 
필름 엑스는 덴마크 영화 학교의 일부이면서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이용할 수 있는 쌍방향 영화 스튜디오이다. 영화라는 영상매체에 대해서 관람객들이 스스로 탐구해보는 13개 정도의 활동이 있다. 여럿이 방문해서 아주 짧은 장면을 준비하고, 연기, 촬영할 수 있고, 또 애니메이션 필름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필름을 찍고, 편집한 후에 특수 효과음 편집이라든지, 음악을 넣을 수 있도록 영화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경험해 볼수 있다.
그런데 이런 스튜디오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이미 여타 상업적인 공간 (예를 들면 티볼리공원 같은 놀이동산)에서 제공하는 재미있는 구경거리나 활동에 익숙한 이용자들이 흥미를 갖도록 양질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운영의 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필름 엑스 담당자들은 기존 영화 체험 프로그램에 이용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내용을더해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고 있다. 올해 안데르센 탄생 200주년을 맞아 준비한 안데르센 프로그램도 이런 노력 중의 하나다. 안데르센 동화 중 ‘주석병정’ ‘부싯돌’ ‘미운오리새끼’ 를 소재로 영화감독들과 애니메이션 감독들이 스튜디오 배경 영화를 만들었다. 주석병정 액션 스튜디오는 주석 병정이 물에 빠지면 구해내야 하는 등 참여자의 움직임이 많이 필요한 스튜디오로 꾸몄다. 부싯돌 스튜디오는 가상 스튜디오로서 움직임을 절제하고, 앵글을 포착하는 기술을 재미있게 연습할 수 있는데, 부싯돌 동화에 나오는 것처럼 개 세 마리를 지나서 금과 부싯돌을 잡은 후에 마녀가 나타나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미운오리새끼 스튜디오는 모리스 마스콧(Morris Mascot) 차에 설치되어 있는데, 어두운 거리에서 나쁜 오리 일당들에게 쫓기는 자동차를 미운 오리새끼에 비유한 것이다.

필름 엑스 내부

안데르센, 영화교육프로그램과 만나다
필름 엑스를 방문하는 관람객들은 우선 개인 마그네틱 카드에 이름, 나이 등과 희망 작업 수준을 기재한 다음 카드를 스탭들 에게 보여주고 도움을 청하면 된다. 수준은 각 스튜디오 및 활동마다 A, B, C 3단계로 나뉜다. 레벨 A(Level A)는 6-9세 어린이, 레벨 B(Level B)는 10-14세, 레벨 C(Level C)는 15세 이상(어른 포함)이며 수준별 활동이 제시된다. 운데르뷔스닝마티리알르 (Undervisningsmateriale), 라는 우리말로 직역하면 ‘교육자료’에서 연령별, 수준별 각각의 활동에 대해 구체적인 교육 방법을 선생님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이 자료는 안데르센 행사 재단, 덴마크 영화학교, 학교 교육자료 연구소, 대학의 관련 연구자들이 함께 제작한 것이다. 필름 엑스의 이번 프로그램은 영화 만들기의 기술적인 경험과 함께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작가 안데르센의 일대기와 그의 작품들을 탐구하여,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영감을 주어 그들 스스로 또 다른 이야기를 더해 나갈 수 있도록 다학제적인 맥락을 부여하고자 했다. 영화를 만드는 활동은 주로 필름 엑스에서 이루어지지만, 지방 학교에서요청하면 필름 엑스의 담당자들이 지역 학교로 파견되기도 한다. 미국, 호주 등 해외에 있는 학교에서 그룹별 방문 등 간혹 해외학교에서의 방문도 있다고 한다. 이미 2006년 프로그램이 준비되어서 각 코무운(kommune)에 있는 학교로부터 예약을 받고 있다.
신화로 자리 잡은 듯한 100년도 더 된 안데르센 동화는 이렇듯 뉴 미디어 시대에 맞추어 새롭게 어린이들에 의해서 창의적으로 재해석되고 있는 중이다.

**관련 웹사이트
www.dfi.dk
www.hca2005.com
(인터뷰 및 협조주신 분: 덴마크 영화학교 교육 담당자 Anne Bert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