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파트너십 어때요 2 – 평창 감자꽃스튜디오

문_편집부/ 답_이선철(감자꽃스튜디오 대표)

평창의 감자꽃스튜디오는 조금 독특하다. 대부분의 문화예술교육 사업주체들이 처음부터 공공영역에서 성장하고 경험을 꾸려나갔다면, 감자꽃스튜디오는 상업적인 영역에서 얻은 노하우를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공공의 장에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그 방식은 낯설지만, 유연한 태도로 타인을 배려하는 관계맺기로 나타난다. 감자꽃스튜디오의 이선철 대표와 함께 그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평창 감자꽃스튜디오

평창의 감자꽃스튜디오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문화예술교육에 접근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저는 일찍부터 공연기획을 했습니다. 처음 기획을 해본 것이 대학교 1학년 때인 1985년 11월이니 정말 초기부터 시작한 거죠. 1988년부터 김덕수 사물놀이패에서 일을 했고, 중간에 4년 정도 영국에서 예술경영과 행정을 공부했습니다. 돌아와서 김덕수 사물놀이패 일을 계속 하다가 1996년 폴리미디어라는 공연기획 회사를 설립해서 운영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기획자로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네트워킹하는 일들이 제게는 익숙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저의 경우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상대방의 문화와 입장을 이해하려는 게 제 몸에 배어있고 전략적으로 익숙하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치밀한 계산을 해서 정치적인 입장을 취하는 그런 것은 아닙니다. 비즈니스하는 사람들은 항상 주고 받아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제가 공공영역에서 취해야 할 태도나 노하우도 실은 상업적인 회사에서 기획하며 일을 풀어나가는 방법, 가령 상대방의 메커니즘을 이해해서 거기에 맞추는 등의 방법이 적용되던 것들입니다.

제가 많이 듣는 이야기가 마케팅의 개념을 문화예술교육에 적용했다는 것인데요, ‘경영마인드를 가져라’ 혹은 ‘마케팅 마인드를 가져라’ 라고 하면 상업적인 목적만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사전적인 의미는 경영이든 마케팅이든 그 조직이나 사업이 지향하고 있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성원들의 총체적인 노력의 표현입니다. 즉, 공공프로젝트로 수익을 창출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노력이 ‘경영마인드’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고객 만족’혹은 ‘관계 마케팅’의 기법들을 공공정책에서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다 고객이라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때문에 마케터라고 하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고, 마케팅의 원리를 적용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다른 어느 사업에서보다 지자체와의 관계가 좋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정도의 파트너십이 형성되었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제가 평창에 있으면서 문화예술교육 분야의 일을 시작하게 된 건 서울의 기획적인 마인드도 갖고 있으면서 현지의 지역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러면서 저는 ‘공공정책의 또는 공공사업의 전략적 기획과 효과적인 사업수행’이라는 측면의 고민을 자연스레 하게 되었습니다. 명분을 만들고 핵심 가치를 세팅하고, 그것의 이해과정을 세심하게 챙겨 많은 이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그런 일들이 어찌 보면 공공정책이 갖는 독특한 속성이라 볼 수 있는데, 결국에는 제 자신의 생존의 문제기도 합니다.

감자꽃 스튜디오를 평창군에서 관심을 갖고 리노베이션을 해주시면서 그것을 공공의 목적으로 쓰려고 했을 때, 하드웨어에 담을 다양한 소프트웨어적 기획이 필요했어요. 저에게는 지역에 그것을 효과적으로 안착시키는 매개자 역할의 의무가 주어졌고, 그러다보니 지역사회에서 공무원들과 협조를 해야 하는 것은 저의 입지나 생존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렸지요. 주변에서는 공무원이나 지역 사회에 계신 분들과 자연스럽게 사이가 좋은 걸로 이해하지만, 보이지 않게 치열한 노력을 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제가 그간 해왔던 일들을 돌아보며 나름의 강점과 장점을 생각해보니 ‘웃음과 진심’이라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사람이든 프로젝트든 그 무엇을 대하건 간에 말입니다. 웃음은 정책이나 사업, 상대방에 대한 호의를 표현하는 것이고, 진심은 상대방과의 관계에 있어서 나만의 이득을 취하지 않고, 진심으로 대한다는 얘기죠. 거기에다 머리로는 기획과 경영마인드, 마케팅 마인드를 갖고 있는 것, 이것이 제가 네트워크 혹은 파트너십을 잘해왔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던 요인인 것 같습니다.

공공영역에 마케팅 마인드를 접목시키는
한편 웃음과 진심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을 일구려한다.

독자들을 위해 더 구체적인 파트너십 전략을 소개해주신다면?
예전에 회사를 운영할 때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하루를 여는 구호를 외치곤 했습니다. 재미삼아 한 것이기도 했지만 제가 직원들에게 “기획의 시작은?”이라고 물어보면 “관계의 설정입니다.”라고 대답하고, “기획의 본질은?” 하고 물으면 “커뮤니케이션입니다.”라고 외치면서 일과를 시작했지요. 문화예술교육의 기획도 ‘관계의 설정’에서 시작됩니다. ‘지자체와 나의 관계’ ‘학교와 나의 관계’ ‘지자체와 학교와의 관계’ ‘학교 내에서의 교사 사이의 관계’ ‘교육청과 학교와의 관계’ 이런 것들을 살펴보면 실제로 거미줄과 같은 관계가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러한 관계에 대한 사전 준비를 하지 않으면, 호의를 가지고 접근했는데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죠. 대부분이 ‘무엇을 하겠다’고 설파를 하기에 바쁜데, 저는 주위 환경을 면밀히 파악하여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부터 고민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이 시작되면 처음에 각각의 역학관계를 파악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학교문화예술교육을 할 때 담당자들에게 “수업내용은 강사에게 맡기고 기획관리 담당자는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세심하게 관찰하고 기록하라.” 고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료를 토대로 사람들의 각각의 관계가 어떤지 파악이 가능했습니다. 가령, 음악선생님은 록 밴드 활동 학생들을 배려해주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연습장비가 체육관에 있고, 체육선생님은 그런 학생들이 불량스럽다고 생각해서 밴드 연습시간에 체육관을 닫아버린다든지(웃음) 하는 보이지 않는 갈등관계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교장선생님의 권위를 빌어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요.

하지만 그런 관계를 파악하고 어떤 요구를 하기도 만만치 않은 일이잖아요?
공공정책 기획자나 상업정책 기획자나 사업을 펼치기 위한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고, 혼란스러운 관계를 정리하며, 커뮤니케이션의 흐름을 관찰하는 역할입니다. 따라서 오가는 커뮤니케이션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관련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공무원, 교사, 학생의 언어가 다 다르지 않습니까. 또 지역주민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언어가 있을 것이고, 석․박사 이상의 연구원이나 교수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언어가 따로 있는 것입니다. 저는 그러한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제가 평창에 처음 들어가서 이 ‘언어’ 때문에 겪은 일이 있습니다. 폐교에 살기로 하고 마을 이장님을 처음에 뵈었을 때였는데, 이장님이 발로 땅에 원만 그리시면서 몇 마디 하고 가셨어요. 이장님께서는 집에 돌아가셔서 할 말 다하고 오셨다고 그러셨다는데. 저는 하나도 정보를 못 얻었거든요(웃음). 그러니까 옆에 계셨던 부녀회장님이 “젊은 사람이 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 이장님은 이러이러한 이야기를 하신 건데, 잘 알아들어야지.” 하시더군요. 나의 화법이 필요하고 상대방의 화법을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