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림픽미술관 학교연계프로그램 “조각 맛 보기”

황지영|문화관광부 문화예술교육팀 인턴, 중앙대 박물관미술관학과 석사과정 재학중

아르떼 주: 점차 활기를 띠고 있는 박물관, 미술관의 다양한 교육 사례 중 하나로 “조각 맛 보기”를 살펴봅니다. “조각 맛 보기”는 서울올림픽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학교연계프로그램으로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 체육의 요소를 통합하여 미술관의 감상교육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서울올림픽미술관https://www.somamuseum.org//조각 맛 보기 : 전시기간(2004년 11월 28일까지)내 매주 수, 금요일 오전)

자연과 공존하는 미술관 & 조각 그리고 사람

올림픽 공원의 푸른 녹지와 함께 친근하게 다가오는 서울올림픽미술관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미술관이다. 지난 9월 세계적인 조각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올림픽 조각공원 안에 문을 연 이곳은”스포츠, 예술,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며 소통하는 미술관”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개관기념전의 주제로 「정지와 움직임」을 택했다. 도심 속 주거단지에 둘러싸여 있다는 위치 여건을 고려해, 이미 학교연계프로그램, 교사초청전시설명회 등을 개최하고 공교육과 미술관의 연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곳이다.

“조각 맛 보기”는 이번 전시를 기반으로 하여 기획된 학교연계프로그램으로, ‘조각’하면 떠오르는 고정관념 속의 정지되어있는 작품만이 아니고, 움직임과 공간을 연출하는 다양한 현대 조각 작품에 대해 감상하고, 자신의 몸을 이용해 직접적인 움직임으로 함께 표현 활동하는 프로그램이다. 학교 미술교육과정과 상호보완이 되도록 기획되어진 이 프로그램은 교육과정 분석을 통한 주제선정과 함께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 체육 요소가 가미되어 통합적인 학습이 되도록 구성되어졌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자 김은정씨는 서울올림픽미술관의 관람객을 향한 다양한 교육적 접근에 힘을 실어주는 든든한 지원자로, 초/중등학생들에게 미술관 관람체험이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다양한 감상접근 방법들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는 미술관을 방문한 학생들이 보다 손쉽게 전시물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 작품을 감상할 ꡐ나ꡑ와의 연결점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기존에 제시된 많은 감상법들은 이미 작품감상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작품 읽기를 유도하지만, 실제로 미술관 방문조차도 낯설어하는 관람객, 학생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미술관에 있는 작품 앞에 서게 하는 것, 그 전시물을 바라보며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를 심어주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김은정씨는 “저는 이번 교육 프로그램에서 전시된 작품의 특성에서 비롯된 ‘소리로 표현하기, 작가의 상상 이어가기, 내 경험을 떠올리기’등 6가지로 조각 맛 보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특히 본 프로그램에서는 이 중에서도 ‘움직임, 몸으로 표현하기’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움직임’은 서울올림픽미술관의 조각, 스포츠, 인간을 함께 아우르는 요소로서, 작품 앞에서 작품과 같은 포즈를 취하면서 그 근육의 움직임, 작품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경험하고, 나아가 그 작품의 느낌을 독자적으로 해석, 이를 또 다시 몸으로 표현해 보는 과정입니다”라고 전한다. 지난 ICOM 2004 서울대회의 한 워크숍에서도 ‘움직임’을 통한 미술관 교육의 흐름에 대해 흥미롭게 논의된 바가 있다. 사실 움직임, 신체의 활용은 학교 교육과정에서도 드러나듯이 이미 많은 교육적 효과를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프로그램이 눈에 띄는 것은 전시와 미술관의 맥락 속에서 작품의 감상교육에, 또한 워크숍 표현 활동의 결과물로서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각 작품, 음악으로 표현하기

세 모둠으로 나누어 시작된 교육은 먼저 전시장에서 시작됐다. 전시장에 처음 들어서서 어색해하고 두리번거리던 아이들은 작품을 하나 둘 만나면서, 다른 작품에 눈을 돌리던 아이들도 교육 강사와 함께 작품에 몰입해갔다.
2층 제3전시실, ᄀ자 형태로 된 나무의 홈통을 따라 물길을 이루며 물이 흐르는 조각이 있었다. 물이 흘러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통해 생명과 인생을 떠올리게 하는 심문섭의 「제시」앞에서 학생들은 다같이 눈을 감고 조각의 소리를 들었다. 작품을 꼭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격려 속에서, 중간 중간 튀어 오르는 물의 튕겨오름과 흐르는 모습을 학교에서배웠던”덩-덩-덕-쿵-덕” 국악 장단에 맞추어 소리로 표현하여 음악을 만들기도 했다. 손으로 물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는 10여명의 아이들이 한 목소리가 되어 “덩-덩, 덕, 쿵, 덩~덕~쿵, 쿵 쿵, 덩-덕, 덩 덕 쿵”, “히, 히,” 작품과 아이들의 음악, 즐거워하는 소리가 모두 하나가 되어 있었다. 서로 눈을 감고 작품의 소리를 듣는 순간, 음악을 만드는 순간, 서 있는 모든 공간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었다.

어디서 무엇을 먹고 사는 생물체일까?

2층 4전시실 입구, 빛을 내며 움직이는 무엇인가가 보였다. 물고기인 듯 보이면서도 날개를 단 새로운 생물체인 듯 했다. 미지생명체의 모습을 어류와 파충류의 혼성의 모습으로 재현한 최우람의「Ultima Mudfox 성체」였다. “우와” 하는 탄성의 소리가 들리며 신기한 듯 동그란 눈으로 작품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의 눈에는 놀라움과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이 작품은 무엇을 표현한 걸까라는 질문에 두더지, 외계인, 미생물체 등 다양한 대답들이 쏟아졌다. ꡒ그럼, 이 생명체는 어디서 무엇을 먹고 살까?ꡓ하는 질문에 ꡒ건전지ꡓ, ꡒ전기ꡓ등의 대답이 이어졌고 작가의 상상 속에서 탄생한 이 생물체의 출생과 과거, 미래를 동그랗게 모여 앉아 각자의 시나리오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작품마다 약 5-10분 간의 전시장 작품 감상 후 스튜디오에 다시 모여 또 다른 이야기를 꾸며가기 시작했다.

작품 속의 나의 움직임, 퍼포먼스

전시실 감상 교육 후 스튜디오에 돌아온 아이들은 3명의 강사들에 의해 다시 3모둠이 되었다. 우선 워밍업이라도 하듯 몸으로 표현한 작품의 제목과 작가를 맞추는 일명 <움직임 퀴즈>를 시작으로, 정지되어 있는 몇 개의 다른 작품들의 포즈를 흉내내보고 따라해 보는 과정들이 이어졌다.
드디어 퍼포먼스, 이미 관람객의 움직임과 참여를 유도하며 덩그러니 놓여진 농구장, 윤영석의 작품「맹목연습」을 슬라이드로 보면서 아이들은 그 농구장에서 과연 어떤 움직임들이 나타날까? 내가 저 안에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 논의하기 시작했다. 한 모둠씩 나누어 시합에 졌을 때, 농구시합을 소리로 표현한다거나 다양한 상황들을 연출했다. 농구장에서 심판이 싸우는 장면, 골을 넣고 있는 장면 등 세 모둠의 퍼포먼스를 통해 작품을 그대로 재현해보는 차원을 넘어서 상상력을 동원해 주체적으로 이야기를 확장하고 내 일상 속의 인간관계와 연결시키는 과정들을 볼 수 있었다. 한편의 드라마 같은 퍼포먼스를 완성한 아이들의 표정에서는 성취감, 즐거움들이 묻어났다. ꡐ움직임ꡑ이라는 적극적인 소통의 형태로 학생들의 상상력과 미술작품 감상의 이해를 이끌어 나갔다. 미술관에서는 그리기나 만들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아이들의 움직임 속에는 창의적인 그들의 발상과 몸짓이 담겨 있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술관 교육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했다.

프로그램이 종결된 후, 교사에게는 전시도록, 팜플렛과 더불어 간단한 교사가이드가 제공되었다. 아직은 이곳 미술관에서 소화할 수 없는 사후학습을 학교에서 교사가 진행할 수 있도록 그 전개 방향을 제시하고 있었다. 10월 29일 교육에 참여했던 세륜 초등학교 이길자 교사는 초등학생 5학년 미술교과의 <환경과 조각> 단원 수업에 맞추어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한다. 대부분 학교에서는 이 단원에 모래그림이나 운동장 나무 꾸미기 등을 하지만 한계가 있어, 아이들이 직접 조각품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2시간이 조금 넘은 미술교과 7단원<환경과 조각>, 서울올림픽미술관 미술시간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이제 더 이상 현대의 미술관은 고귀한 소장품만을 품고 있는 위엄 있고 권력적인 존재가 아닌 명실상부한 공공교육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 근래 국내에서도 많은 미술관들이 대중과 함께하는 기관으로 변모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며, 미술관의 교육적 역할과 기능의 증진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민하고, 계획되고 있는 교육프로그램들이 과연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는 하는 문제이다. 바로 그 대상자, 관람객, 참여자, 대중을 위한 교육이어야 한다. 미술관은 전시물과 관람객간의 소통의 공간이다. ‘미술관 교육’하면 그리기, 만들기만 생각했던 고정관념을 버리자. 지금 이곳 자연속의 서울올림픽미술관은 이야기와 움직임이 있는 참여의 공간이다.

황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