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비장애 어린이들이 함께 ‘극장으로 가는 길’

김숙희|어린이문화예술학교 대표, 성균관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지난 10월 1일, 어린이문화예술학교에서 개최한 ‘제 2회 작은 축제-극장으로 가는 길’ 행사가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장애요소로 인해 공연 예술을 관람하기 힘든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축제’였습니다. 청각장애인에게는 조명과 움직임으로, 시각 장애인에게는 음향과 진동을 통한 공연체험을 하는 넌버벌 퍼포먼스, 약시 어린이를 대상으로 배우가 어린이 주위를 돌며 공간감과 촉감, 청각을 최대로 살리는 놀이 연극 등이 준비되었습니다. 장애, 비장애 어린이들이 함께 ‘극장으로 가는 길’을 리뷰를 통해 따라가봅니다.

어린이문화예술학교의 작은 축제 ‘극장으로 가는 길’의 기본 정신은 장애와 비장애 어린이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場을 극장이라는 공간을 통해 펼쳐보자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는 극장의 힘을 신봉하는 사람 중의 하나다. 극장은 사람을 모으는 공간이며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뭉쳐 또 다른 힘을 생성시키는 위대한 절대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공간 안에서 장애와 비장애는 그 어떤 의미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함께 느끼고 호흡하는 일만이 존재할 뿐이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장애와 비장애 친구들이 함께할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고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갖게 될 상호 편견의 폭은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사회 분열의 한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보이지 않는 극장의 힘은 이들을 통합하여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인간주의를 향한 길을 제시할 수 있다는 신념이 바로 ‘극장으로 가는 길’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에 처음 시도한 ‘극장으로 가는 길’은 장애의 특성을 너무 포괄적이며 추상적으로 다루어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범하여 옳은 길잡이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 경험으로 두 번째 ‘극장으로 가는 길’은 특정 장애, 즉 시각•청각 장애를 주 대상으로 그들의 눈높이에 맞춘 연구되어진 축제로 구성하였다. 시각•청각 장애를 주 대상으로 한 이유는 첫째, 장애인단체와 그와 관련된 관계자들을 통한 설문조사 결과, 장애의 특성상 이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데에 가장 어려움이 많으며 그에 따라 문화체험의 기회가 가장 적다는 점과 둘째, 시각•청각 장애어린이들은 특수 교육기관에 의해 집단적으로 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에 비장애 어린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는 전혀 그들을 만날 기회가 없는 계층이라는 점, 그리고 셋째, 시각•청각 장애 어린이들에게 잠재되어 있는 탁월한 감각기능을 예술적 감각과 기능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의 전제 하에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창의적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목표로 문화 인프라양성의 기초 환경제공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행의 장애인 대상의 수많은 문화행사들이 과연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연구되어진 행사인지 아니면 행사를 위한 행사는 아닌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제 2회 ‘작은 축제 cozy festival’는 단어 그대로 작지만 포근하고 기분 좋은 분위기 연출을 위하여 주어진 공간의 동선을 기준으로, 입구에 각자의 소망을 적은 희망의 나뭇잎 달기를 시작으로 축제 공간 한가운데에 설치된 상설무대의 연속적인 공연과 정통적인 무대공연 감상을 위한 극장공연, 관객과 배우가 함께 만드는 소극장 놀이공연, 변화를 유도하는 예술치료, 배움을 위주로 한 워크숍, 수시로 드나들며 놀 수 있는 열린 감각놀이터, 나를 표현하는 창작공간과 먹거리 공간 그리고 다양한 부대행사(대형협동화 그리기, 페이스 페인팅, 장애어린이들의 창작 작품전시, 거인 아저씨와 악수하는 사진 찍기 등등)로 구성하였으며 각 공간마다 수화통역과 도우미를 배치하여 장애와 비장애 모든 어린이들이 어려움 없이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였고 특히 시각장애를 고려하여 점자 프로그램 안내책자를 만들어 배포하였다. 장애의 특성을 고려한 프로그램을 분류하자면 다음과 같다.

시각장애를 고려한 프로그램

1. 아이들이 선호하는 음악과 동요, 영화음악 등을 해설과 함께 진행한 음악회
2. 음의 주파수와 진폭의 변화가 심한 악기를 이용하여 진동으로 일정의 리듬을 만들어 감상을 도울 수 있었던 넌버벌 퍼포먼스
3. 대사 이외의 장면과 행동을 일일이 설명으로 묘사함으로써 이해를 도와준 애니메이션 영화 상영
4. 공간감과 촉감, 청각을 최대로 활용하여 배우와 관객이 함께한 놀이연극
5. 우리 전통타악기를 접해보며 간단한 연주법을 익히게 했던 난타놀이
6. 부드러운 질감을 느끼며 창작을 시도하는 찰흙놀이와 풍선아트 워크숍

청각장애를 고려한 프로그램

1.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감각을 일깨울 수 있는 마임공연과 넌버벌 퍼포먼스
2. 다양한 색깔의 단순한 공이 여러 가지 형상을 만들어냄으로써 상상력을 자극한 인형극
3. 조그만 요요의 움직임이 만드는 복잡다단한 형상의 요요공연
4. 삐에로와 함께 놀면서 참여하는 놀이마임
5. 수화통역으로 내용을 이해하며 변화를 인지하는 미술치료 웍샵
6. 시각장애와 마찬가지의 우리 악기소개와 진동으로 느끼는 난타놀이
7. 수화통역으로 감상하는 영화관람

이외에도 누구나 수시로 드나들며 놀 수 있는 감각놀이터에는 신체의 움직임으로 즐거움을 유발할 수 있는 미로터널과 볼풀장을 설치해 놓았고 한쪽 벽으로는 길이에 따라 소리를 다르게 내는 대나무통과 파이프를 매달아 아이들이 직접 쳐보는 행위와 음감으로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였고 바닥에는 수많은 양의 도미노와 카프라 기구를 깔아놓아 집중력을 요하는 놀이를 유도하였다. 축제의 모든 프로그램은 비장애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요소가 충분하였으므로 통합적인 참여가 분명 가능한 것들이었다.

축제에 참가했던 참가자들의 설문조사와 자원봉사자와 함께한 실무진의 자체평가에서 두 번째 ‘극장으로 가는 길’의 길잡이의 역할은 대체적으로 성공적이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축제공간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요구한 내용도 있었지만 이는 우리 단체의 능력 밖의 일이기도 하거니와 다른 한편으로 생각한다면 요즈음 흔히 접할 수 있는 수동적 성격의 ‘찾아가는 문화활동’과는 달리, 장애어린이들이 먼 길을 직접 찾아와 즐기는 능동적 문화체험은 주어진 공간 자체를 즐기는, 특별한 체험의 기회로 받아들여 준다면 또 다른 사고의 전환이 가능한 축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충분한 자원봉사인원은 편의시설 못지않은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음도 확인하였다. 자타가 인정한 성공적인 축제였음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 씁쓸한 여운이 아직도 남는 이유는 많은 홍보와 관심에도 불구하고 비장애 어린이들의 참여가 기대이하로 저조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명은 이기주의적인 편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우리 어른들이 대답해야 할 부분이며 반드시 풀어가야 할 사회적 과제인 것 같다.

김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