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문화재단 시범사업 현장 하나, ‘개념잡기’에서 ‘장르를 뛰어넘기’까지

부천문화재단 시범사업 현장 하나, ‘개념잡기’에서 ‘장르를 뛰어넘기’까지

글_ 박성숙(부천문화재단 청소년수련관운영팀장)

시작, 그리고 수면 위로 떠오른 과제들
부천문화재단은 2001년 설립 이후, 지역 문화예술의 기반 마련을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해오고 있다. 정책실, 문화사업팀, 여성회관운영팀, 청소년수련관운영팀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가운데 청소년수련관운영팀은 2004년부터 시작된 ‘학교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의 총괄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그간 지역의 청소년축제기획단 구성과 운영, 학교축제기획단 교육과 축제컨설팅, 장애청소년 대상 특수학급 사회교육지원, 문화동아리육성 및 지역연합회활동, 대중음악 및 연극놀이 교사직무연수 등의 사업을 추진해왔다. 또한 지역교육청, 교사협의회, 청소년 유관시설 및 복지관,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계활동도 돈독하게 맺어가고 있는 중이다.

재량활동, 특별활동, 방과 후 교실 등을 활용해 8개 장르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학교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을 시작하면서 우리의 고민도 시작되었다. 그동안 청소년수련관운영팀이 진행해왔던 사업에 대한 평가작업과 시범사업 계획수립 과정을 거치면서 몇 가지의 과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었다. 우리가 고민했던 문제들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 첫째, 문화예술교육이란 무엇인가? 여태까지 지역의 여러 기관에서 운영하던 사회교육, 방과 후 교실 등의 문화예술 관련 교육들과 어떤 점이 차별화 되어야 하는가?
  • 둘째, 음악, 미술, 무용 등 장르별로 접근하던 방식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가? 혹은 장르를 뛰어 넘는 문화예술교육은 가능할 것인가?
  • 셋째, 문화예술교육자는 어떤 사람들이 되어야 하는가? 모든 예술가는 문화예술교육자가 될 수 있는가? 특정한 문제의식을 가진 예술가, 예를 들면 엘리트 중심, 기능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을 지양하고 창의력 함양이나 체험활동 중심의 예술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거나, 관련 경험을 가진 예술가만이 문화예술교육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 혹은 모든 교사들도 특정한 교육이나 연수를 받는다면 문화예술교육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위의 세 가지 과제를 도출하면서 이를 위한 연구 작업에 필요한 환경부터 만들어나갔다. 우선 관련 사업을 추진하면서 만났던 사람들 중에 청소년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관점이 뚜렷하고 교육경험도 있는 인물들로 ‘기획강사모임’을 꾸리는 일부터 시작했다. 연극놀이, 미디어, 시각예술, 대중음악, 청소년문화기획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 모임은 각 장르별 강사선정과 강사 교육을 담당했다. 그리고 이 기획강사모임과 장르강사 간담회, 학교 안 프로그램 실행과정을 통해 집중적으로 위의 세 가지 과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개념잡기’를 시작으로 문화예술교육의 목표 달성에 있어 각 장르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검토, 장르를 뛰어 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가능성, 문화예술교육자의 요건과 양성 가능성 등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 과제들은 전문연구자의 확보를 전제로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획강사 혹은 장르강사 등의 전문가들이 부천 시범사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여건상 제약을 강하게 받으면서 어렵게 진행되었다. 게다가 2004년은 학사 일정상 2학기부터 사업이 본격적으로 가동되었기 때문에 약 3개월의 짧은 운영기간도 문제였다.

장르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시범사업의 시작 때부터 고민했던 문화예술교육의 개념을 잡을 수 있었다.

성과와 여전히 남은 숙제
지난해에는 부천 지역 초중고 세 개 학교(부천남초, 중원중, 부명정보고)에서 학교 안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올해 중학교 한 곳(일신중)이 추가되었다. 학교 선정은 80여 명의 교장단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가진 후 신청을 받아서 학교의 교육의지, 수업시수 확보 가능성 등을 고려해 이뤄졌다. 재량활동, 특별활동 및 방과 후 교실 등을 활용해 5개 장르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올해는 클래식음악, 판화, 무용까지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2004년 부천시 학교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의 장르별 교육프로그램]

이러한 각 장르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우리가 고민했던 문화예술교육의 개념 문제는 어느 정도 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술의 창작과 감상에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삶을 설계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점을 모든 수업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창의적인 생각과 통합적 사고의 개발, 감성적 성장, 자아의식의 개발과 시대와 함께 하는 삶의 개발 등도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는 데에 동의했다. 여기서 창의력이란 ‘기존의 요소들로부터 적어도 자기 자신에게 새롭고 유용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능력’으로 정의했는데, 무엇보다도 이러한 창의력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각 장르의 특성을 문화예술교육의 개념에 맞게 실현하고 교육적 강점을 찾아내는 문제, 장르 통합적 교육과정의 개발 및 연구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그리고 학교의 특성, 예를 들면 교사, 학생, 수업시수 및 학교 안 공간과 장비, 교육이념 등과 문화예술교육의 목표는 어떻게 조정되고 결합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도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2학기에서야 사업이 진행되면서 담당교사가 지정되고, 학교와의 지속적인 평가과정 등이 미비했던 점 역시 아쉬운 부분이었다.
부천판타스틱 영화제, 시립합창단 등 부천의 지역자원과 학교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지난해 시범사업의 일환이었다. 수능시험 후 고 3학생들이 참여한 <영화, 그 시작으로의 초대>라는 프로그램을 판타스틱 영화제와 함께 진행했고, 초등학교 학생들이 시립합창단과 함께 한 <학교합창단 음반제작>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역자원과의 연계활동을 통해 부천문화재단 같은 지역문화기반시설이 매개역할을 수행하면서 지역의 예술가들과 청소년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고민을 공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는 운영구조를 갖지 못할 경우 지속적 전망을 가진 청소년 문화예술교육으로 정착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사례이기도 했다. 학교 내 활동에 대한 꾸준한 지원과 개입이 이루어지고 예술인들과의 체계적인 논의구조, 공동기획연구 등이 역사를 가지고 이루어질 때 문화예술교육으로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각 수업에서는 예술의 창작과 감상에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풍요로운 문화적 감수성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화예술교육의 힘을 전파한다
2005년 부천의 시범사업은 지난해에 이어 5개에서 8개로 확대된 교육프로그램을 4개 학교에서 진행하는 것과 연극놀이 교사모임 운영, 지역문화예술인과의 워크숍 운영 등을 골자로 한다. 2004년 제기된 세 가지 과제를 검증하는 작업을 포함하여, 2005년 사업은 아래와 같은 4가지 목표를 상정, 진행 중에 있다.

  • 첫째, 장르중심, 기능숙련 중심의 예술교육 탈피, 창의력/인성 함양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의 가능성에 대한 지속적 검증
  • 둘째, 장르별(문화기획, 시각예술, 미디어, 연극), 학생급별(초중고교) 문화예술교육 목표 달성을 위한 가능성과 접근방향 모색
  • 셋째, 음악, 미술 등 분야별 접근이 아닌 다양한 장르별 체험을 통한 예술적 감수성 함양이 청소년의 인격통합, 통합적 사고력 증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접근방식 모색
  • 넷째, 교사 재교육, 지역예술인 재교육 등을 통한 문화예술교육의 지역사회 내 증식 가능성에 대한 검증

이러한 목표는 학교 안 프로그램의 실행은 물론, 월례 강사간담회, 학교 담당교사와 재단 사무국 및 강사들 간의 간담회, 수업목표와 수업결과에 대한 모니터링과 연구 등을 통해서 계속 검토될 것이다. 특히, 부천의 문화예술교육 연구학교 3개교가 합동으로 10월 중에 시행할 연구학교 보고회는 2년 동안의 부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성과와 가능성을 공유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되도록 할 것이다. 여기에 부천 관내 각 학교 교감, 연구부장 및 예술교과 교사, 지역 예술인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고, 형식적인 자리를 넘어 실재적인 학교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연구와 실행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지역의 학교관계자 및 예술인들을 문화예술교육과정에 참여시키는 계기로 만들고자 한다.
그러나 초.중.고교 3개교 연구학교 지정과 시범학교 1개교 등 4개교의 연구수업이라는 과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강사팀의 현장수업이 과중하다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특히 전문연구진의 확보 어려움, 예산상의 한계 등에 봉착하면서 몇 가지의 연구사업은 2006년으로 넘길 계획이다. 학교 내 교육프로젝트 운영지원과 자문위원, 강사모임 등의 운영을 위한 학교 및 지역 예술단체와의 연계조직 구축을 위한 전담인원의 부족, 전담연구원의 미확보 등 인력부족과 연구비를 비롯한 사업비의 부족으로 큰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2004년의 한계를 극복해 보려고 애쓰고 있다.

기존의 요소들로부터 적어도 자기 자신에게 새롭고 유용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창의력을 신장시키는 것도 문화예술교육으로 기대할 수 있는 교육적 효과이다.

무거운 어깨를 보듬어 함께 나가기
부천의 학교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은 2006년이 마지막 해이다. 부천 시범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의 문화기반시설(부천문화재단 청소년수련관)이 ①전문예술인의 실험적인 학교 내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②학교 내 교사 협력구조 및 공교육 내 문화예술교육 운영의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③지역 예술인의 문화예술교육자로서의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는, 즉 매개 기능을 어떻게 전개하느냐의 과정을 구조화한다는 데 있다.
21세기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각 나라마다 청소년에 대한 교육관도 많은 혼란의 과정을 겪고 있고, 새로운 시도들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우리나라도 주5일 수업제의 점차적인 확대시행, 입시제도와 음악.미술 등 예술교육에 대한 변화 등 학교교육의 변화가 보폭을 빨리하고 있다. 아직은 문화예술교육의 지향점과 교육효과에 대한 평가기준, 지역사회 내에서 지속적인 운영방안 등이 과제로 남아있고, 학교 환경과 사회 환경의 변화 등을 짊어지고 가야 하는 상황이 어깨를 무겁게 한다.
하지만 문화예술이 가지는 고유의 특징인 반전평화, 다문화공생, 주체적이며 심미적이고 정서적인 인간에 대한 공통의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신 많은 분들이 있다. 이분들이 그러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협력자들이라 믿으며, 한 해 한 해 충실히 사업운영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박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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