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골 마을을 수놓은 아름다운 어울림

작은 시골 마을을 수놓은 아름다운 어울림

 

산골 마을의 겨울은 도심보다 저녁이 빨리 찾아온다. 지난 11월22일 어둑어둑해질 무렵 강원도 원주 문막 취병분교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작은 음악회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오카리나 연주 소리가 문 밖으로 퍼지며 잔잔한 감동을 준다.

 

삭막한 콘크리트 마천루를 벗어난 시골 마을 밤하늘엔 별이 한가득 떠 있다. 시골 마을의 영롱한 별빛을 따라 들어선 작은 학교의 담 너머로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오카리나 연주 소리가 문 밖에 서 있는 이의 마음을 행복하게 한다. 강원도 원주 문막 취병분교의 작은 음악회는 그렇게 잔잔한 감동을 주며 시작됐다.

 

시골 마을 작은 음악회로부터의 초대장

 

지난 11월22일 강원도 원주 문막 취병분교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전교생 통틀어 11명의 학생들과 3명의 선생님이 꾸려가는 조용한 시골학교지만, 이 날 만큼은 음악회 준비로 학교 전체가 떠들썩했다. 규모는 작아도 취병분교는 2년 연속 문화 예술 선도학교로 지정될 만큼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시행하는 학교로 명성이 높다.

 

“시골 마을 작은 음악회가 올해로 3회째를 맞았습니다. 이 자리는 우리 학교 뿐 아니라, 취병 마을 모든 사람들이 한데 어울리는 축제였는데, 올해 신종플루의 여파로 부득이하게 행사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어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네요. 부족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이 담긴 연주회이니 예쁜 마음으로 지켜봐주세요.”

음악회를 시작하기 전에 취병분교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김이나 선생은 지난해보다 프로그램이 많이 줄어들어 무척 아쉽지만, 그간 열심히 준비한 아이들의 정성과 노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줄 것을 당부한다. 폐교 위기에 처한 작은 학교였던 취병분교가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문화 예술 선도학교로 적극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김이나 선생님을 비롯한 교사들과 학생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결과였다. 아울러 학부모의 적극적인 참여가 뒷받침한 까닭에 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오늘 음악회는 취병분교 선생님들과 아이들, 그리고 학부모들이 함께 하는 행복한 어울림의 한마당인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들이 모여 행복한 연주 시작

 

산골 마을의 겨울은 도심보다 저녁이 빨리 찾아온다. 어둑해진 해거름에 시작된 이 날 음악회를 여는 첫 번째 연주자는 5학년 박병수 군의 오카리나 연주. 당초 출연하기로 했었던 이웃 마을 고산초교 밴드부가 사정상 불참하는 바람에 즉석에서 이루어진 연주였지만, 취병분교 ‘최고형님’다운 포스를 과시하며 ‘별보며 달 보며’ 연주를 차분하게 마무리 짓는다. “병수 형아, 최고! 역시 우리 형아가 최고로 멋지다.”

 

몇 가구 되지 않는 분교다 보니, 전교생의 형이자 오빠 노릇을 하는 병수는 동생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쑥스럽지만, 그리 싫지만은 않은지 슬쩍 미소를 짓는다. 뒤이어 등장한 곽성재, 곽재민 두 학생도 오늘 음악회를 위해 긴급하게 ‘급파’된 졸업생들. 관객들의 박수 호응과 더불어 흥겨운 ‘아름다운 베르네 산골’ 리코더 연주에 이어 ‘카고메와 이누야샤’ 오카리나 연주가 이어졌다. 곽재민 군은 악보 없이 한번 들으면 그대로 따라 연주해내는 절대음감을 과시해 후배들의 아낌없는 박수를 받기도 했다.

시골 분교라는 한계에 부딪쳐 다양한 교육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취병분교가 문화예술선도학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의 문화단체와 연계한 문화예술특성화 교육을 실시한 결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취병분교 작은 음악회가 지역사회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문화단체들의 도움이 컸다. 무엇보다 ‘광대패 모듬골’의 역할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광대패 모듬골은 이번 음악회에서도 아이들을 위해 풍물을 가르치고 또 특별 출연까지 해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남경식 선생의 태평소 연주 시범에 자리에 앉은 아이들의 술렁임이 감지된다. 풍물을 공부하면서 이미 태평소라는 악기가 천둥소리와 같은 엄청나게 큰 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까닭이다.

 

“처음에는 다소 시끄럽다 느껴져도 귀를 막지 마세요. 곧 익숙해지면서 흥겨운 우리 가락에 빠져들게 된답니다.” 세마치장단에 맞춰 정겨운 우리 가락, 신명나는 연주 소리에 흥에 겨워 어깨춤을 들썩이는 학부모들이 간간이 눈에 띄고, 메들리로 이어진 3곡의 민요연주가 끝나자 누구랄 것도 없이 앵콜을 요청하는 모습들이다. 연이어 등장한 ‘광대패 모듬골’ 정대호 선생의 멋들어진 색소폰 연주가 시작되면서 음악회 분위기는 더욱 뜨겁게 달궈졌다. 부모들에게 익숙한 레퍼토리의 가요들이 이어지면서 “너무 좋습니다, 참 듣기 좋으네요,”를 연발하는 학부모 관객들, 모두가 한 마음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웃음 짓는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흥이 많고 멋을 아는 민족이 바로 우리임을 다시금 증명해보는 순간이었다.

모두가 한데 어우러진 아름다운 피날레

 

예년에 비해 규모가 줄어 아쉽다고는 하지만, 올해 취병분교의 작은 음악회는 말 그대로 작은 만큼 아기자기한 재미와 따뜻한 감동이 있어 행복한 행사였다. 이날 음악회의 대미는 풍물 퍼포먼스 모듬북 공연이 장식했다. 이를 위해 지난 두 달간 토요일마다 열심히 연습해 온 아이들의 얼굴에 잠시 긴장한 기색이 보인다. 11명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모듬북 연주이기에 행여 박자를 놓칠 새라 옆자리 친구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집중하는 표정들이 대견하게 느껴진다.

 

“주 5일제를 활용한 문화예술선도학교라는 취지에 걸맞게 올해는 풍물 퍼포먼스를 주제로 삼았습니다. 노는 토요일이면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는데 시간을 소진했던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학교에 나와 풍물놀이를 배우며 재미있어 하는 것만으로도 큰 교육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에 그간 폐교를 시키고 큰 학교로 통학버스를 움직이게 하자는 학부모님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학교 프로그램이 좋으면 아무리 작은 학교라도 충분히 자생력이 있다는 것을 우리 취병분교가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문화예술학교선도학교에서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고 또 자신감을 가지는 모습을 통해 참다운 교육의 힘을 깨닫게 해 준 취병분교의 현주, 영제, 재훈이, 교원이, 지원이, 식이, 윤석이, 엄지, 선호, 정인이, 병수. 작은 시골 학교에서 열린 음악회가 어느 큰 음악회보다 큰 감동을 주는 이유는 모두가 함께 즐기고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진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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