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가요 랩 보다 흥겹고 따라 하기 쉬워요

 

청명한 가을하늘이 푸르른 9월의 끝자락 무렵 어디선가 판소리가 흘러나온다. 가만히 귀 기울여보면 어린 아이의 음색으로 한두 명이 여러 소리가 섞여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 위치한 청운초등학교는 음악 시간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국악’ 전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판소리를 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교정에 우렁차게 퍼지는 청운초등학교를 찾았다.

 

아이들에게는 아직까지 친근하지 않은 판소리를 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창밖으로 우렁차게 퍼진다. 아이들은 올해 처음으로 배우는 판소리가 꽤나 재미있는 모양이다. 예술강사의 설명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선생님의 얼굴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

 

학교에서 배우는 판소리와 한국무용, 그리고 장구

 

청운초등학교는 올해 처음으로 예술강사를 초빙해 국악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고학년 위주로 우리나라의 정통 예술을 가르쳐서 창의력 있는 전문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그간 소홀했던 국악 교육에 나섰다. 국악교육을 통한 창의성 키우기는 1학기 수업을 모두 마치고 교사들끼리 가진 평가에서 대체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아이들도 수업 시간에 조금도 지루해하는 기색 없이 즐겁게 수업에 임한다. 눈빛이 초롱초살아있는 아이들은 예술강사의 설명을 단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예리하다. 이날 수업은 판소리 시간으로 판소리에 대한 간단한 개념과 장단을 익히고 곧장 판소리 실습에 들어간다.

 

흥보가 중에서 가장 흥겹다는 ‘박타령’을 목에 힘줄을 돋워가며 열창한다. 휘모리장단의 경쾌하고 비트 넘치는 곡조가 아이들의 흥미를 자아내서 집중하게 만든다. 생소하기만한 판소리 리듬을 타는 것은 물론이고, 예술강사가 넣는 추임새까지 어우러지면 제법 그럴싸해 보인다. 어느덧 아이들은 흥에 겨운 듯 어깨가 들썩들썩 움직인다.

 

“판소리는 처음 배워 봐요. 요즘 가요는 영어랑 빠른 랩이 많아서 따라 하기 어려운 반면, 판소리는 어렵지 않아 따라 부르기 쉬워서 재미있어요.” 6학년 3반의 고희정 양의 소감이다.

 

같은 반 최연서 양도 판소리 예찬을 한다.

“색다르고 재미있어요. 처음엔 어색하기도 했지만 따라 해보니까 저절로 흥이 나서 신기해했어요”

 

청운초등학교에는 판소리 말고도 한국무용과 장구 등 매 시간 다양한 전통예술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청운초등학교를 비롯해 3개 학교에서 2년째 국악 수업을 실시하고 있는 예술강사 박인혜 선생님은 “국악 수업이 지루할 것 이라는 고정관념은 아이들에게는 안통한다”며 “수업 시간에 호기심 어린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열심히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국악을 한국음악이다, 서양음악이다 나누기 보다는 다양한 음악 장르 중의 하나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아이들에게서 오히려 배운다”고 말했다.

 

한국의 미래는창의교육에 달렸다

 

이날 수업시간에는 창의교육을 위해 예술강사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대영 원장이 참관해 어떤 방식으로 수업이 이루어지는 지 지켜봤다.청운초등학교 선생님들과 예술강사가 한자리에 모여 가진 간담회에서 이대영 원장은 “현 우리나라 교육은 문화예술 교육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문화예술 교육이 필수 과목으로 실시는 앞으로 우리나라 교육계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며 “모든 아이들이 문화예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악 전문교육과 함께 연극, 영화, 공연 등의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서 문화적 감수성을 키워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필수 과제”라며 “문화예술 교육을 골고루 실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청운초등학교 이희송 학교장은 “아이들이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시설 확충이 급선무다. 좋은 교육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라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예술강사 지원으로 아이들에게 국악 교육을 제대로 하게 될 수 있어서 교사들은 물론이고 아이들과 학부모들도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원장은 “국악을 비롯해 연극, 영화, 사진, 디자인 등 문화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문화예술 교육은 창의력 높은 인재 양성을 위해 필요하다. 학부모들의 인식 변화를 위한 교육도 필수”라고 말했다.

 

시험 위주의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해 사교육을 줄이고 문화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예술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집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이 원장의 설명이다.

 

“창의 교육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엉뚱지수’ 즉 새로운 상상력을 키우는 교육입니다. 일괄적인 교육보다는 엉뚱한 상상력을 계발해 줄 수 있는 교육이 시급해요. 유아와 초등학생 위주로 교육 과장을 바꿔나가면 10년쯤 뒤에는 입시 스트레스로 고통 받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학생들의 문화적 감수성 기른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예술강사 지원사업’은 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정책사업이다.학생들의 문화적 감수성 및 창의력 향상을 위해 전국 초·중·고교(특수학교, 대안학교 포함)에 국악, 연극, 영화, 무용, 만화애니메이션 등 해당 분야의 예술강사를 파견하고 기자재 및 현장 체험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예술강사 지원사업을 통해 전국 초·중·고교 중 40%에 이르는 4,700여 개의 학교에 3천500명의 예술강사가 활동중이며, 교사, 학생, 예술강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 결과 긍정적 평가가 92.5%에 이른다. 내년인 2010년에는 예술강사 지원사업이 기존의 국악, 연극, 영화, 무용, 만화애니메이션은 물론 공예, 사진, 디자인분야까지 3개 분야를 확대해 총 8개 분야에서 문화예술교육 실시할 방침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대영 원장(사진)은 “전문적이고 창의적인 인재 양성을 위해 실시한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갈 방침”이라며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효과적인 문화예술교육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사업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력 신장은 물론, 일선 학교의 문화예술교육 활성화와 사교육비 경감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