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여행 자체가 문화교육
본업이 기자인 주간조선 조성관 편집위원은 기자 생활 21년 동안 10권의 책을 펴낸 저자로 유명하다. 정치기사를 오랫동안 써왔지만 요즘 그가 매진하는 분야는 예술여행이다. 당대의 문호가와 음악가들이 나왔던 도시를 통해 그 곳에 배어있는 문화예술을 알게 해주는 세계의 도시 기행 시리즈 저술을 이어가는 중이다.
21년 동안 취재현장을 누벼온 <주간조선> 조성관 편집위원은 바쁜 와중에 꾸준히 저술활동에 매진하는 현직 기자 중 한사람이다. 오랫동안 정치기사를 써온 이력으로 딱딱한 정치입문서를 여러 권 냈을 거라고 지레 짐작할 수 있겠지만 여행을 통해 문화예술을 함께 생각하게 하는 책을 낸 저자로 오히려 유명하다.
도시를 재발견하게 한 예술기행서 집필
기자 생활을 하면서 무려 10권의 책을 펴낸 조성관 편집위원이 가장 최근에 펴낸 책은 지난 2007년에 낸 <빈이 사랑한 천재들>의 연장선에 있는 <프라하가 사랑한 천재들>이다. <프라하가 사랑한 천재들>은 유대인과 체코인의 경계선에 선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 카프카, <아마데우스>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세계적 영화감독 밀로스 포먼, ‘나의 조국’의 스메타나와 ‘신세계 교향곡’의 드보르자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밀란 쿤데라, 벨벳혁명을 이끈 극작가이자 전 대통령 하벨 등 프라하를 무대로 불꽃같은 예술혼을 불태운 여섯 명의 위대한 천재들의 삶과 예술을 통해 프라하를 재발견하는 낭만적인 예술기행서이다. 저자인 조성관 편집위원이 직접 순례하며 찍은 프라하의 명물들, 천재들이 태어나고 살았던 집과 작업실, 고단한 영혼이 쉬고 있는 묘지들, 그리고 아름답고 동화 같은 프라하 풍광이 사진에 담겨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전직 총리 한분이 <프라하가 사랑한 천재들>을 읽고 전화를 해오셨어요.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드보르작의 생애를 보면서 음악이 나온 배경을 이해하니깐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었던 음악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저는 바로 이것이 진정한 문화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사나 악보 이야기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생전에 위대한 음악을 남겼던 사람의 생애를 들여다보며 어떤 배경에서 그 작품이 나왔는지를 이해한다면 그게 바로 살아있는 음악교육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성관 편집위원은 당분간 세계의 도시 기행 시리즈 저술을 이어갈 계획이다. 사실 현직 기자가 책을 쓰는 것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기자가 글 쓰는 직업이라고 해도 고되게 발품을 팔아서 기사 마감을 하는 바쁜 기자 활동을 하면서 책을 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낭만적인 여행을 통해 그 곳에 배어있는 문화예술을 알게 해주는 기행 시리즈 저술에 매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아마도 여행을 간 사람들이 단순히 눈으로만 보고 오는 것이 아닌 그곳에 밴 역사의 숨결과 향기까지 느끼게 하고 싶은 열정과 강한 의지 덕분일 것이다.
“정치권력은 현실세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습니다. 그러나 그 권력은 일시적이고 단기적이죠. 반면 문화예술의 힘은 은근하며 지속적이며 불멸입니다. 문화예술 교육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치기사는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읽히지 않습니다. 또 정치인의 인터뷰 기사의 경우 시간이 흐른 뒤에 보면 거짓말로 판명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문화예술 기사의 경우 가장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읽히고 반응이 꾸준합니다.”
여행은 다른 문화와의 만남
조 편집위원이 가장 안타깝게 여기는 것은 여행을 간 사람들이 실상은 아무것도 못보고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특히 깃발관광과 쇼핑관광은 어느 곳을 갔다 오던지 대부분 수박 겉핥기기 여행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세계 명품도시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어느 곳이나 집, 골목, 카페, 궁전 등이 잘 정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옛것을 잘 보존하고 관리하는 도시라는 뜻이다. 옛것과 새것이 서로 부담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도시를 바라보고 느껴야 하는데 이런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수백만 원을 써가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여행객이 많은 게 조 편집위원을 무척이나 속상하게 만든다.
“여행의 목적은 보다 나은 인생을 위해서, 인생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 인생의 목표를 세우기 위해서가 되어야 합니다. 명품 도시들에는 위대한 천재들의 체취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요. 그 인물의 생애를 오감으로 느끼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이죠. 예컨대 빈에 가면 1918년 1월, 클림트가 그림을 그리다 쓰러진 마지막 화실을 미리 연락하면 둘러볼 수 있어요. 불과 90년 전 살았던 클림트와 생애와 일체화되는 희열과 감동을 맛볼 수 있는 것이죠. 불멸의 천재가 도시 공간에 남긴 일상의 흔적을 체험하게 되면 나의 인생을 돌아보게 되고, 나의 마지막 장면을 생각하게 됩니다.”
여행은 다른 문화와의 만남이다. 우리와 얼마나 다른지, 왜 다른지, 어떻게 다른지를 확인하는 여정이 바로 여행이다. 잠시 동안 낯설고 이질적인 공간에 와있는 탓에 노스탤지어가 생기게 된다. 무엇보다 다른 문화를 호흡하고 이해하려면 다른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학습이 선행되어야 한다. 아는 만큼 여행이 뜻 깊어지고 즐거워지기 때문이다.
“해외 문화여행은 문화 학습을 자극하고 심화하는 최고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교과서와 책에서만 보던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느낀다고 생각해보면 가슴이 벅차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위대한 작가가 살고 작품을 썼던 공간을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이 문화예술이 이렇다 저렇다라고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것들이 진정한 문화예술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가 본업인 조성관 편집위원이 예술기행서에 천착하는 것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그 곳의 문화를 느끼고, 그곳에 배어있는 역사와 문화예술의 힘을 직접 확인하는 기쁨을 알게 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길 위에서 배우는 문화교육이 바로 조성관 표 여행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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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교육…공감합니다…문화예술은 언제나 가까이서 공존함으로써 예술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려면 생애와 배경속에서 삶의철학을 ….공간적체험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선행되어야함이 시급하다고 봅니다..현장에서의 체험이란..그어떤 감동과 바꿀수없지요..^^존경합니다..
어느 곳이나 집, 골목, 카페, 궁전 등이 잘 정비되어 있다는 명품도시의 특징은 정말 공감가는데요. 대학생때 유럽여행을 갔었을때 정말 이것을 느꼈어요. 특히 로마는 도시 전체가 관광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죠. 조성관 편집위원의 책 한번 읽고 여행을 간다면 정말 알찬 여행이 될 것 같네요.
우리나라에서 문화작품과 지방의 특색을 연결하려는 시도가 이와 같겠죠. 문화에 조애가 깊은 한국인에게 흥미를 끌기에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프라하가 사랑한 천재들과 같은 책이 우리나라편으로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는 여행은, 진짜 여행이 아니라 관광이죠. 사실 유럽 도시 한개만 제대로 보려고 해도 일주일이 넘게 걸리는데 몇박며칠 해서 3개국 돌기 이런식으로해서는 .. .. 그냥 티비로 보는거와 다를바가 없는거 같아요. 물론 돈과 시간이 여유롭다면야 누구나 그렇게는 안할테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