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움문화예술기획연구회 추미경 상임이사를 만나다

 

올해 교육진흥원은 문화예술교육 분야 창의성 지수와 문화역량 지수 개발에 나섰다. 문화예술 연구소 사단법인 다움문화예술기획연구회 추미경 상임이사(성공회대 겸임교수)는 문화역량 지수 연구의 첫 삽을 뜬 ‘산파’ 역할을 맡은 사람. 추 상임이사를 만나 문화역량 지수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문화도 ‘측정’이 되나요?

 

추미경 상임이사를 만나면 꼭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문화도 측정이 되나요?” ‘지수(Index)’라는 것은 정확한 계량, 그리고 결과로서의 수치를 내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문화라는 포괄적인 개념을 1, 2, 3, 4…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지 궁금했다.

 

“저희도 처음 이 연구를 시작하며 스스로 그런 의문을 가졌습니다. 저희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문화역량을 어떻게 지수로 나타낼 수 있는지 궁금해할 것으로 생각해요. 그런데 지수화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랍니다. 특히 문화, 그리고 문화역량은 지수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문화역량 지수는 ‘이 사람이 저 사람보다 더, 혹은 덜 문화적이다.’라는 판단이 아닙니다. 개인의 문화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한눈에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근거이며, 문화예술교육의 초점을 잡을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죠.”

추 상임이사는 “연구 초반 저희가 집중한 것은 ‘문화’, ‘역량’, ‘문화예술교육’ 등 우리가 흔히 사용해 왔던 단어들을 깊이 고민하고 그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주는 작업이었습니다. 우리 스스로조차 ‘문화 역량’이라는 표현을 무의식적으로 ‘기술 역량’, 혹은 ‘예술 역량’과 혼동해서 쓰고 있었어요. 예컨대 문화역량 지수가 높은 사람이란 일주일에 한 번 전시회를 가고, 한 달에 두 번은 음악회를 찾으며 악기 두어 개는 연주할 수 있는 사람, 이런 식으로 상상하기 쉬운데요. 이것은 예술 역량과 기술 역량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평생 뮤지컬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 잘 다루는 악기는커녕 눈앞에서 펼쳐지는 연주를 본 적도 없는 사람의 문화역량 지수가 앞서 말한 사람보다 높이 나올 수도 있는 것입니다. ‘문화’, 그리고 ‘문화역량’의 개념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규정할 때 이와 같은 오해가 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고민과 모색의 결과

 

기나긴 고민의 시간이 이어졌다. 델파이 조사, 전문가 자문회의, 중간보고 등을 통해 ‘문화역량’의 개념을 잡아가는 과정이 있었다. “이를 통해 문화역량의 개념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수 있었습니다. ‘문화역량은 삶의 질을 고양하는 문화적 인식, 기술, 태도로서 개인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활력이 넘치며 감정적으로 잘 조율되며, 지적 활동을 합리적으로 하며, 가치로운 삶을 추구함으로써 문화적으로 성숙한 태도를 드러낼 수 있는 통합적 능력’으로 정의한 것이지요.” 추미경 상임이사가 연구 과정 결과를 소개한다.

 

한편, 문화역량 구성요소와 지표체계에 대한 연구와 확정이 이루어졌다. ‘무엇이’ 문화역량인지 고민하며 ‘어떻게’ 문화역량인지 역시 함께 연구된 것이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문화역량 기초영역에는 에너지(심체력)요소가 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활기찬 기운을 만들어가는 것으로 문화역량의 기초를 형성하는 영역이다. 다음으로, 문화역량 핵심영역이 있는데, 이는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요소는 창의요소로 표현력, 상상력, 유연성 등의 지표로 점검할 수 있다. 다음으로, 수용요소가 있다. 다른 사람이나 문화를 섬세히 이해하고 소통하며 포용하는 능력이다. 핵심영역의 세 번째 요소는 정신요소다. 지적 활동과 사회적 지성을 만들어가는 능력이 바로 정신요소다. 이 모든 요소는 결국 심층적 요소인 편재영역을 향하는데, 문화역량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바는 가치요소다. 가치로움에 대한 헌신과 공동선을 추구하는 능력이 바로 이것이다.

 

 

세계적으로 문화역량 지수화 연구는 이제 막 시작단계에 있다. 이렇다 할 문화역량 지수 연구결과도, 학계에 공유된 정의도 없다. 그렇기에 문화역량 지수 연구의 첫 발자국을 떼는 일이 결코 쉬울 리 없다. 추 상임이사는 “물론 처음 시작은 쉽지 않았지만, 문화역량 지수 연구 원년인 올 한해를 뒤돌아보면 어려워도 지금 시작했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내년에 계속될 심화 연구 또한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발견과 모색의 과정이 되기를 바라고요. 제 생각에는 최소 2~3년 이상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더욱 정확한 설문 문항과 테스트 척도를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데이터가 쌓이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연구에 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봅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추미경 상임이사는 “문화역량 지수 측정은 높은 점수를 받는 것에 가치를 두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하며 “순위를 매기고 높은 점수를 얻는 것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적절한 목표치에 도달해가는 과정을 설계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측정하는 데 의미를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조사 집단의 특성에 맞는 문화역량 지수 측정으로 해당 집단에 적합한 문화예술교육을 펼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으면 합니다.”라고 당부하였다.

 


 

글.사진_ 박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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