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도 쉴 틈 없이 전시장을 다닌다고 하여도 족히 3시간은 걸린다. 욱신거리고 아파오는 종아리에서 신호가 올 때면 픽사의 단편영화와
<조트롭(Zoetrope)>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앞서 소개했던 <룩소주니어>를 비롯하여 <앙드레와 윌리B의 모험>, <레드의 꿈>, <닉낵>, <틴토이>를 연속하여 관람할 수 있도록 상영관이 마련되어 있다. <조트롭>의 부스로 들어가면 망막잔상의 원리를 오브제와 제한된 플래시로 재현한 장난감놀이(?)를 만날 수 있다. 지브리 스투디오에 토토로 조트롭을 본 사람들은 조금 실망할 수 있겠으나, 픽사의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다는 것만으로도 멋있는 작업이다.
캐릭터의 디테일을 스케치하며 연구한 흔적이나 놀랍도록 진지한 해부학적 이해, 그 자체로 독립적 예술임을 입증하는 각종 조각상을 지나면 스토리와 월드&컬러스크립트에서 전시의 최고조에 이른다.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과정에서 비주얼은 결국 스토리텔링을 구현하기 위한 방법일 것이다. 공간과 상황에 대한 상상력, 스토리 전개에서 특징적인 움직임의 묘사방식, 총체적 이미지를 미려하게 표현한 회화작품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아트스케이프에서 10여 분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아트스케이프는 20주년 기념전을 위해서 제작한 특별한 의미가 있기도 하지만, 캔버스에서 모니터로 아티스트가 옮겨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자전적 고백이 담겨있기에 감동적이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를 떠나서, 훌륭한 작품으로 세계를 깜짝 놀래키고 말고를 떠나서(어떤 상을 받고 흥행에 성공하고 말고를 떠나서) 최소한 이번 전시회는 애니메이션 아티스트의 진심이 담겨있어서 알차다. 볼 것이 많다기보다는 충분한 시각적 선물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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