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 이창동 장관

전효관, 신정수|웹진 콘텐츠팀<!– | nanaoya@hanmail.net–>

발빠른 ‘땡땡’은 호기심 반, 기쁜 마음 반을 가지고, 사람들을 만납니다. 사람을 만나 나누는 따뜻한 대화의 시간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지혜로운 시간이지요. 호기심 많은 ‘땡땡’은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러 달려갑니다. (땡땡 편집자 주)




공감능력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을 구상한다



이창동 장관과의 인터뷰는 4월 17일 토요일 오전, 장관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문화관광부에서 진행하는 문화예술교육에 관한 장관의 개인적 의견을 통해 앞으로 진행될 정책의 상을 가늠해보기 위해 마련된 인터뷰였다. 인터뷰는 전효관(문화예술교육 사이트 운영단장)이 진행하였고, 용호성 문화관광부 문화예술교육팀장과 신정수 웹진 “땡땡” 편집장이 자리를 같이 했다.

전효관:요즘 문화부의 새예술정책을 보면 문화예술교육이 중요하게 배치되어 있던데요, 특히문화예술교육이 향유자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화교육이 강조되는 시대적 맥락, 정책적 맥락은 어떤 것인가요?



문화예술교육은 사람의 창조적, 자발적, 내면적 동력을 기르는 것



장관:이제 우리 예술정책이 전반적으로 변화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과제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예술교육이 가장 우선되는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왜냐하면예술이란 사람의 창조적, 자발적, 내면적 동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교육이 이루어지느냐가 중요하지요.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가 교육의 문제라고 하지만, 특히 예술의 문제에서는 교육 문제가 핵심적으로 걸려있습니다. 생명력있는 예술 발전을 위해서 창의력을 죽이는 교육 구조와 싸우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문화관광부에서 시도하는 예술정책의 변화 중에서 문화예술교육이 가장 우선적인 과제일 수밖에 없죠.

시대적으로 보더라도앞으로는 모든 활동이 창의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이겨나가기 힘든 상황이고, 이 점에서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요구되고 있죠. 근대주의 문제와 연결되는 문제일 듯 합니다. 근대는 얼마나 많이 가지느냐 즉, 영토, 자본, 지식을 소유하는 정도에 따라 힘이 결정되어 왔죠. 그래서 더 많이 갖기 위한 경쟁에 다 나선 것이죠. 지식도 토지를 소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유하는 것이 힘, 권력이 되었죠.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이 근대주의의 상징적 명제였고, 더 많은 지식을 소유하기 위한 방향으로 교육과 사회구조가 짜여져 왔습니다. 하지만이제는 지식의 소유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접근하고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시대로 변화해가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를 소유할 수 있고 접근할 수 있지만, 보다 개인의 활용 능력이 중요해진 것이죠. 이제 한국사회도 그런 점에서 변화가 아주 시급하다고 봅니다.



전효관:이야기를 듣다보니문화예술교육은 기존의 문화예술인 양성과는 질이 달라지는 것 같고, 부분적으로 문화에 대한 개념도 확대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장관:창작자 교육도 매우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예술교육이 가진 편견과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예술교육은 지금까지 창작자를 배출하는 데 주력하고 일반인들에게는 생활에 불편이 없을 정도의 교양만 주면된다, 취미생활을 도와주면 된다는 아주 오래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죠. 말하자면 기본교육 개념에 머물고 있는 것이죠.문화예술교육은 교육에 연루된 모든 사람에게 예술에 관한 교양뿐 아니라 창의력을 가질 수 있도록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교육을 창의성을 키우는 기본적인 수단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문화예술교육’은 가장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수단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삶의 맥락을 읽고 해석하는 예술교육이 가장 실질적으로 창의성을 체득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죠.



전효관:‘예술교육이 핵심’이라는 말씀에 동의하면서 묻고 싶은 것은, 사회 내에 이런 방향에 대한 동의는 존재하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하느냐’하는 문제인 것이죠. 예전에 국어교사를 하셨던 경험으로 생각해보실 때 ‘이것은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핵심이 뭐가 있을까요?



문화예술교육의 출발은 느끼게 하는 것, 가슴에서 오는 것



장관:예술교육의 출발은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머리는 가슴을 따라옵니다. 많은 것이 머리에서 오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가슴에서 오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예술교육에 여러 방법론이 있을 수 있고 그 방법론과 교수법은 정교하게 세분화될 수 있겠죠. 그리고 더 나은 방법을 꾸준히 찾아야겠지요. 하지만 그 기본은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육의 심각성은 시 한편을 봐도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시를 방정식처럼 공부했기 때문에 느끼지 못하는 것, 그것은 음악, 미술도 마찬가지예요. 그림을 보더라도 의미로, 철학으로는 이해하지만, 자기의 감정에 대해 스스로 귀 기울이지는 않아요.

그 다음 단계에서 예술은 느끼는 것만이 아니라, 보다 많은 텍스트를 읽고 감상할 때 안목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창의성이란 자신의 독자성을 스스로 깨닫고 찾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감정, 남과 구별되는 또 다른 감성을 찾는 것이죠. 예술교육마저도 정답을 찾는다는 것은 교육의 역설과 폐혜를 보여주는 것이죠. 심지어 여론조사에서도 정답을 찾는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다른 문제에서는 오죽하겠어요.



전효관:요즘청소년들은 문화에 대한 관심과 욕망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욕망과 실제 사이의 간극이 매우 크다고 느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내 삶을 설계하겠다는 욕망과 그 실현 과정에 대한 고려 사이에 있는 거리를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요?



장관:요즘 청소년들이 정말 그런가요? 연예인까지 포함하면 충분히 그렇겠네요. 영상매체를 생각해볼 때, 제 생각으로는 학생들이 영상매체를 하고 싶어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자유로움에 대한 희구가 아닐까 생각해요. 영상매체가 자유롭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런 측면이 분명히 있죠. 하지만 한편으로 영상작업은 중노동에 가까운 것이잖아요. 얼마나 힘이 들고, 치열한 작업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지 생각하기는 쉽지 않죠. 그것은 무엇보다도 실제로 안 해 보았기 때문 아닌가요? 그래서정말 스스로 해보게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기회가 제공되고 또 해보고 경험하면서 그 거리를 좁혀가야해요.



전효관:문화예술교육이 교육이라는 틀 안으로 들어갈 때 청소년들과 소통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교육이라는 틀 내에서 문화교육에 대한 흥미를 어떻게 이끌어 낼 수 있을까요?



가르치는 이가 흥미를 갖고 즐거운 것이 배우는 이의 흥미를 끌어내는 본질



장관:흥미를 느끼게 하는 것 중요하죠. 그러기 위해서는무엇보다도 교사 스스로가 느끼고 흥미를 가져야 해요. 너무 쉬운 이야기 같지만, 저는 본질에 가까운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교사가 틀 내에 머무는 한 문화예술교육의 활성화는 어렵다고 생각해요.교육 패러다임을 바꿔야 해요. 즐기게 하고, 놀게 하고, 의미있는 것을 찾아내게 하고, 이런 각도에서 교육 전 과정을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추가하자면 교육인 이상, 규율(discipline)이 꼭 있어요. 예술도 한편으로는 단순한 놀이는 아니죠. 이 둘이 같이 있는 것이죠. 물론, 어떤 창작자의 경우에는 보다 체계적인 규율에서의 학습이 강조될 수 있고, 향유자의 경우에는 과정이 좀 다를 수 있지만, 그 조화라는 것을 생각해야 해요. 미적가치기준의 추구라는 지점이 있는 것이죠.



전효관:문화예술교육에서 조그만 희망을 보시고 계신데,생각하시는 10년 후쯤의 사람의 모습, 사회의 모습 이런 것을 물어봐도 될까요? 또 학교의 모습도 변화할까요?



장관:10년 뒤에 많은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아요.큰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미술관, 박물관, 또는 공연장 같은 데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이런 모습이 일반적인 모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그 때에도 아이들은 이런 것을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사회와 기성세대가 이런 방향으로 변화하게 되면 사회는 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학교 교실에서 수업을 하지 않는 상상이 가능할까요? 적어도 예술교육만은 밖에서, 현장에서 또는 문화예술관련 시설, 공연장, 미술관, 박물관 등의 현장에서 배움이 이루어지는 것이 일상화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또 바이올린을 잘 연주하면 의과대학 입학에도 도움이 되는, 이런 교육의 모습을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전효관:약간 사적인 질문인데요,청소년들이 만든 영상물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보셨다면 어떤 느낌이셨는지.



장관:영상원 선생할 때 많이 봤었죠. 영상원에 있을 때 가르치는 사람들도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젊은 세대들이 영상 매체를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발상들은 굉장한 배울 점입니다. 저의 경우는감각의 새로움보다는 어떤 발상을 배우는데, 뭐라 딱 집어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중요한 것은 ‘하여간 뭔가가 있어요’.



공감능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가치가 존중되는 공동체를 꿈꾼다



전효관:사람이 바뀌기를 희망하시잖아요. 그 소망과 사회에 대한 비전이 맞물려 있을 듯 한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장관:어려운 이야기인데요.문화예술교육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고, 그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이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이 되기 위해 받아들여야 하는 덕목 중에는 역사의식도 있고, 공공성에 대한 존중도 있겠지요. 역사적으로 오래된 논쟁인데, 예술이 때때로 사회적 관심을 차단하는 경향이 있어왔죠.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찌됐건 다원적 사회로 갈 수밖에 없다면다양한 가치들과 소통하고 쉽게 대화하고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어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공동체, 역사의식이 형성된다고 생각해요.우리의 경우는 역사의식을 관념이나 이데올로기로서 받아들여 온 것이 사실이지만, 다원적 사회에서 불우한 이웃이든, 짤려나가는 숲이나 나무이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과 소통하고 느낄 수 있어야 하죠.



전효관:공감능력이 중요하다는 말씀,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한 가지 확인하고 갈 것이 있는데, 문화예술교육 사이트가 만들어지면 즐겨찾기에 등록하실 건가요? 그리고 자주 들리실 것인가요?



장관:그렇게 하겠습니다. 자주 들어가 보겠습니다.

신정수:며칠 전 오늘과 같이 인터뷰하는 꿈을 꾸었는데, 제가 꿈 속에서 “제가 만나본 최고의 고위공직자이십니다”라고 말씀드렸어요.


장관:(웃음) 어느 날 누군가가 고위공직자가 되기도 하지요. 평범한 사람들이에요.



신정수:꿈에서도 같은 대답을 하셨어요. 오늘은 영화에 관한 질문은 안하기로 했는데, 영화에 관한 질문이라기보다는 문화예술교육의 연장선상에서 한가지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초등학교 때 장관님이 시나리오를 쓰신 <그 섬에 가고 싶다>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실은 장관님의 영화는 대부분 제대로 본 적은 없는데요, 그런 와중에도 소통 불능에서 오는 외로움을 느끼거든요. 좀 더 구체적으로는사회와 개인이, 역사의식과 개인의, 개인과 개인의 코드가 만나기 어려운 데서 오는 쓸쓸함을 읽게 되었어요. ‘외로움이 말하게 한다’이렇게 이야기해도 될까요?



장관:그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예술활동은 자신의 외로움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려고 하는 소망에서 시작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그런 점에서 예술창작을 하는 사람들은 외로움을 갖고 있을 거예요. 소통하고 싶다는 욕망이 예술행위를 통해 나타나는 것이죠. 예술교육도 본질적으로 그런 것이겠죠. 외로움의 틀 속에 갇히면 예술이 나오지 않죠. 인정받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기도 하고 혹은 정치를 하기도 하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예술은 좀 다르게 ‘소통이 안될 것 같은 방식’으로 소통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술은 눈에 드러나는 효과를 주지 않기 때문에 왜 필요하냐는 질문에 직면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예술이라는 것이 없다면 인간관계나 소통관계는 위선과 허구에 빠지기 쉽다고 생각해요. 서로의 논리가 일치하고, 공감하여 투쟁하고 외쳐도 공허해지기 쉽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는 바로 그 점이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민주화나 발전과 같이 모두가 다 받아들이는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를 배반하는 짓을 해왔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존중이 빠져 있었다고 봐요.우리 사회에 대한 질문을 계속해나가기 위해서 본질적인 소통방식과 가치에 대한 존중이 빠져있는 부분을 살려내야 해요. 그래서 문화예술교육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뒷이야기



이 날 사진을 찍기 위해 폴라로이드 카메라, 디지털카메라, 수동카메라 3종의 카메라를 준비했지만, 이창동 장관은 사진 ‘찍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텍스트 중심의 편집이 불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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