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정|웹진 콘텐츠팀
웹진 땡땡이 본격적으로 준비한 두 번째 기획의 주제는 ‘학교는 네트워크한다’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학교와 학교 밖 자원이 연계되는 문화기반시설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의 사례를 살펴보고, 학교가 지역 네트워크의 거점이 되면서 지역사회의 문화적 경험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거듭나는 건축가 유석연씨의 구상을 들어봅니다.
1. 학교와 문화기반시설의 연계 : 국립민속박물관 ‘박물관에서 배우는 사회교과’
2. 스쿨파크_ 마을같은 학교 vs. 학교같은 마을 (유석연, 건축가) |
학교와 문화기반시설의 연계 : 국립민속박물관 ‘박물관에서 배우는 사회교과’
장마비가 내리던 아침, 약속 시간에 늦을까봐 초조하게 시계를 보며 ‘국립민속박물관’으로 향했다. 아르떼의 사무실이 경복궁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립민속박물관으로 향하는 길은 험난했다. 고궁의 담벼락들이 갈 길을 막고, 입장료도 있고. 아침부터 유난을 떨며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은 것은 ‘어린이박물관’에서 진행하는 ‘박물관에서 배우는 사회교과’ 수업을 참관하기 위해서였다. 이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사회교과 7차 교육과정을 기본으로 진행되는 민속 문화 심화교육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의 문화교육 프로그램은 명성이 자자해서 일선 교사들에게는 이미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웹진 땡땡은 학교와 학교 밖 연계 프로그램을 통한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을 보기 위해 박물관으로 찾아갔다.
10시부터 예정된 수업이지만 비가 오는 탓에 아이들의 도착이 조금 늦어진다고 했다. 수업이 진행될 체험학습장에는 이미 박물관의 선생님들이 준비한 수업 자료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그리고 한 편에서는 큰 솥에 양파껍질을 끓이고 있었다. 복도에서 수업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아이들이 도착했나 보다. 순식간에 아이들이 ‘우르르~’ 체험학습장으로 들어왔다.
아이들이 자리에 앉자 수업에 대한 소개가 시작되었다. 그 날의 수업은 우장초등학교 6학년 39명의 아이들이 참여했다. 수업은 크게 3가지로 진행된다. 오전에 슬라이드 사진을 보며 조선시대의 의복에 대한 공부를 하고, 직접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보고, 점심시간 이후에는 염색 실습이 있다.
불이 꺼지자 아이들의 시선은 스크린으로 집중되었다. 어른 남자, 어른 여자, 어린이 의복의 사진이 등장하고 선생님의 설명이 곁들여진다. 선생님의 수업은 일방적인 설명이 아니라 끊임없는 아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이루어졌다. 저고리 사진을 보며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질문을 한다.
“여기 앞을 여미는 두 개의 끈이 보이죠? 이것을 뭐라고 할까?”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들이 소리친다.
“끈이요!”
선생님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고 활발하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질문을 통해 대화를 이끌어낸다.
“첫 돌이 되면 남자아이는 호건을 써요. 자, 사진을 봐요. 머리에 쓰는 건데 호랑이 모양을 하고 있어서 호건이라고 해요. 그리고 다섯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두루마기를 입는데, 이것을 뭐라고 할까?”
“색동 저고리!”
“오색 두루마기!”
여기저기서 답들이 쏟아진다.
“그래, 오색 두라마기라고 하면 쉬울 텐데, 이건 오방장두루마기라고 해요. 뭐라고 한다고?”
“오방장두루마기!”
이제는 옷감에 대해 배울 차례이다. 아이들은 먼저 동영상으로 무형문화재 할머니들이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내고 베틀을 이용해 옷감을 짜는 과정을 본다. 그리고 나서 하얀 누에고치가 아이들의 손에 하나씩 들려진다. 이 안에 번데기가 있다고? 아이들이 놀랄까봐 선생님들과 자원활동가들이 번데기는 미리 빼놓았다고 한다. 선생님이 간단한 주의를 주신다.
“선생님이 실수로 번데기를 못 뺀 것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러면 놀라지 말고 맛있게 먹어요.”
아이들은 번데기가 나올까봐 걱정하며 실을 뽑기 시작한다. 선생님 설명대로 ‘누에고치 엉덩이를 살살 밀면’ 실이 나온다. 아이들은 저마다 열심히 연필, 볼펜에 실을 감으며 신기해한다. 몇몇 개구쟁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번데기 나왔어!”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실을 뽑고 있는데, 선생님이 불쑥 질문을 던진다.
“이 누에고치에서 뽑은 실로 만든 옷감은 식물성일까, 동물성일까?”
의견이 분분하다. 뽕잎을 먹고 자란 누에고치를 보니 식물성 같기도 하고, 이것이 누에나방이 된다니 동물성 같기도 하고. 정답은 동물성! 선생님의 모시, 삼베, 명주 등 전통적인 옷감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 후, 아이들은 ‘활동지’를 통해 배운 것을 다시 들여다본다.
점심 시간 후, 아이들이 제일 기다렸을 시간-양파 껍질을 이용한 염색 실습이 시작되었다. 실습에 들어가기 앞서 옷감 염색법에 대한 설명이 빠질 수 없다. 빨리 염색을 하고 싶은 욕망 때문일까, 선생님의 노련한 설명 때문일까, 아이들은 ‘염매제’라는 말도 척척 알아듣고, 선생님의 질문에도 신나게 대답했다. 이론 부분을 마치고 드디어 아이들은 오늘의 마지막 프로그램인 양파껍질을 이용한 염색 실습에 돌입할 수 있었다. 이것을 끝으로 오전 10시에 시작된 수업은 오후 3시 즈음에 마무리되었다.
‘박물관에서 배우는 사회교과’ 담당 선생님의 수업을 지켜보며 전문가의 역량을 확인했다. 어려운 단어도 아이들이 맥락을 따라가다 보면 이해하게 만드는 설명력과 군더더기 없는 수업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을 인솔해 온 김지연 담임선생님도 학교 밖에서 연계되어 진행하는 체험학습에 대해 ‘아무래도 전문가들이 하니까 교사들이 충족시켜줄 수 없는 부분을 채워준다’며 흡족해 하셨다.
국립민속박물관의 문화교육 프로그램 (http://www.nfm.go.kr/)은 지난 1988년 ‘할머니 손녀 공예교실’을 첫 시작으로 해마다 내용이 확대되고 있다. 7차 교육 과정 이후로는 ‘박물관에서 배우는 사회교과’를 비롯해 솟대, 봉산탈 등을 만들며 우리 문화를 배우는 ‘우리문화한아름’, 풍물을 배워보는 ‘풍물체험교실’ 등의 수업을 개설하여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학급별, 학년별 신청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일주일에 두 번씩 고정적으로 진행되니, 한달에 기본적으로 8개 학급의 수업이 진행되는 셈이다.
국립민속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문화기반시설에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이런 프로그램에 관심있는 교사들에 의한 학급 단위 수업 신청이 늘어나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 교과의 내용을 학교 밖 문화기반시설의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현장감있는 학습 시간을 갖게 된다. 국립민속박물관의 ‘박물관에서 배우는 사회교과’ 수업을 통해 체험이 매개하는 통합적이고 전문적인 문화예술교육의 모델을 발견한다.
학교가 학교 밖 자원을 연계하여 아이들에게 수업을 제공한다면, 아이들은 이론과 실습, 체험이 통합된 문화예술교육을 접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학교 밖으로 나가자는 것은 아니다. 학교 밖 자원, 전문성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학교 안의 수업 내용과 아이들의 학습 단계를 기초로 학교 밖 프로그램을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이 필요하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지켜보아 온 교사는 학교 밖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을 갖고 알맞은 프로그램을 선정해야 한다. 그리고 교사들이 이런 체험학습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학교의 지원도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어린이박물관은?
국립민속박물관의 어린이 박물관은 다양한 조립모형과 영상자료 등의 전시매체를 이용하여 초등학교 사회과에 나오는 민속내용을 어린이들이 눈과 손으로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체험위주의 박물관이다. 1층에는 문화교육이 진행되는 체험학습장이 있고 2층에는 전시실이 있다. 전시실은 크게 의, 식, 주생활, 사회생활, 놀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리벽 안으로 전시물을 들여다보는 박물관과 달리 어린이 박물관은 아이들이 직접 만져보고, 만들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마치 아이들의 놀이터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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