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편집부/ 답 :박혜미(통합적미디어교육실천연구회 회원, 미디액트 미디어교육실)
삶을 위한 미디어교육, 삶을 담는 미디어교육을 위해 의기투합한 교사들과 연구자, 활동가들이 모인 통합적미디어실천연구회. 즐겁고 신나는 수다에서 비롯되는 다양하고 풍성한 문제제기와 정보의 교환을 통해 미디어교육의 새로운 토양을 다져가는 중이다.
‘통합적미디어실천연구회’란 이름은 어떤 의미에서 지어진 것인지요?
저희 이름에서 ‘통합적’이란 우선은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모여 있다는 인적 구성원의 통합을 의미해요. 학교 교사뿐만 아니라 연구자, 활동가들이 결합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통합적이구요.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의미는 현재의 미디어교육이 신문방송 및 언론, 영화교육, 국어교육 등 각각의 영역에서 파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지요. 이러한 미디어교육을 지양하고 아이들의 삶 속에서 미디어교육을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통합적으로 미디어를 사고하고 그러한 고민 속에서 교육을 실천하자는 뜻에서 지은 이름입니다.
연구회의 결성 계기와 과정은?
통합적미디어실천연구회의 구성원들이 알음알음 모이게 된 것은 2003년쯤인데, 처음부터 교사들의 연구 모임으로 결성된 것은 아닙니다. 지금 구성원들이 한꺼번에 모여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거죠. 각자가 미디어교육에 대한 여러 활동(미디어교육 관련 세미나, 토론회, 워크숍, 문화연대 영상문화교육분과, 미디액트, 서강대 미디어교육 전공 대학원)에 참여하고 있었고, 동일한 문제의식을 갖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또 그간의 여러 가지 시도와 좌절(?)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연구회의 결성 계기를 하나로 딱 집어낼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연구회에 참여한 교사들이 기존의 미디어교육의 담론이나 제도화 과정에서 해소하지 못한 갈증과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죠. 무엇보다 학교 현장으로부터의 고민이나 학교 교육의 변화에 대한 관점에서 미디어교육을 사고할 필요성을 모두 느끼고 있었다는 점이 계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임의 운영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주로 어떤 선생님들로 구성되어 있는지요?
현재는 7명으로 모임이 운영되고 있고, 2주에 한번 정도 만나서 세미나와 토론을 하구요. 무엇보다 학교 이야기를 비롯한 잡담을 많이 나누지요(웃음). 초등학교 선생님 두 분, 중학교 선생님 한 분, 고등학교 선생님 두 분과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미디어교육을 연구하는 두 명의 활동가로 구성되어 있어요. 대학원에서 미디어교육을 전공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지금도 계속 공부를 하면서 학교에서 일하시는 선생님도 계시구요. 20대 후반과 30대 선생님들이 모여 있어요. 현장의 경험이 쌓이면서 학생들과 멀어지기 시작하는 때죠. 하지만 미디어교육을 하면서 학생들의 문화를 접하며 감을 잡고 있어요.
선생님들 소개를 더 자세히 해주신다면?
저는 학교 교사는 아니지만 모임에 처음부터 참여했습니다. 2002년 영화진흥위원회의 연구에 참여하면서 미디어교육 관련한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학교 현장에서 미디어교육의 필요성이나 중요성, 또 학교 교육의 변화 및 교육 개혁의 맥락에서 미디어교육의 의미를 이야기할 수 있는 교사 모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해졌지요. 그래서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굉장히 많은 영역에서 다양한 관점을 갖고 미디어교육을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이론적이고 철학적인 논의는 불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논의가 일부 교수나 이론가들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학교현장과의 관계맺음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기에 학교 선생님들과의 만남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학교 선생님들에게서 듣는 학교의 이야기들이 너무나 생생하고 재미있었거든요.
초등학교 교사인 문옥희 선생님은 나중에 합류하셨는데, 주변에 미디어교육을 하는 많은 조직들이 있지만 지식위주의 교육이나 학생들의 영상작품 만들기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더군요. 기존의 미디어교육의 한계를 벗어나 미디어로 문화를 만들고 소통하는 일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것에 바탕을 둔 살아있는 미디어교육을 고민하고자 합류하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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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문화적 코드를 주목하는 미디어교육을 고민하고 실천하려한다. |
모임의 분위기를 설명해주신다면?
모임의 분위기, 대략 산만합니다(웃음). 워낙 학교 일정과 개인적으로 빡빡한 스케줄을 쪼개 만나다보니 2주에 한 번 정도 저녁시간에 만나요. 오랜만에 만나면 학교 이야기, 2주 동안 각자 맡은 숙제 이야기 등 다양하고 방만한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그러면 매번 모임이 시끄럽고 길어질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그만큼 미디어교육에 대해 갖고 있던 각자의 생각이나 관점들이 다양하고 풍성하다는 뜻이죠. 또 그걸 충분히 논의할 자리가 좀처럼 없었던 탓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자유롭고 산만하게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저희 모임의 장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웃음).
그간의 활동들 그리고 성과를 소개해주신다면?
2004년 5월에 나온 <공교육에서의 영상미디어교육 체계화를 위한 교육과정 연구>(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 저희 구성원 일부가 연구진으로 참여했었어요. 자문으로 참가해서 연구보고서를 평가해주신 분들도 있고요. 2004년 여름방학에는 보라매청소년수련관에서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활동가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면서 저희들의 생각이나 미디어교육의 상을 구체화시킬 수 있었지요. 겨울방학에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교사 미디어교육 연수> 프로그램을 보라매청소년수련관과 공동으로 기획, 진행하였습니다. 현재는 청소년들의 미디어문화에서 출발한 워크북을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다행스럽게도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교사자율연구모임에 채택되어 좀더 안정적으로 연구모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미디어 활동가 교육>, <교사 미디어교육 연수>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여름에 있었던 <미디어 활동가 교육>은 방학 동안 총 3주에 걸쳐서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각각 한 주씩 교육을 했어요. 저희 모임에서 처음으로 기획한 공식적인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이라 처음에는 다들 의욕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여름방학이 한 달인데 그 짧은 기간 동안 3주 내내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니 의욕만큼 실천이 잘 따르지 않는 힘든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참여한 아이들 중에는 정말 미디어교육에 관심이 있어서 온 경우도 많았지만, 일부는 부모들이 방학 내내 아이들을 돌보고 있기 어려우니까 캠프라도 보내야지 해서 온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아이들과의 생각의 차이도 느껴보고, 학교 밖에서 하는 미디어교육의 현실도 확인하는, 저희 모임이 오히려 배운 기회가 됐던 것 같습니다. 겨울에 있었던 교사 연수에서는 미디어교육에 대한 이해와 오해로부터 값진 성과들을 많이 얻었지요. 교사 연수에 참여하신 선생님들 대부분이 미디어교육을 미디어에 대한, 특히 영상 제작이나 편집에 대한 기술교육으로 알고 오십니다.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교사 연수에서는 선생님들이 왜 아이들의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미디어교육이 어떤 의미인지, 미디어교육을 통해 아이들과 어떠한 소통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직접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 결과 미디어교육에 대해 오해가 있으셨던 분들이 이번 연수를 통해 미디어교육을 이해하게 되었고, 아이들의 문화와 삶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는 얘기를 하시더군요. 참가하신 거의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이번 연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셨어요.
모임을 통해 선생님들 개인적으로 얻는 소득은 어떤 것들인가요?
아무래도 학교에서든 사회교육 영역에서든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의 교류가 없이 교육을 하다보면 자기만의 공간에 매몰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각자의 활동의 의미를 계속 생각해보고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함께하는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초중고 급별로 교사들이 참여하고 있고, 학교 교사 외에 연구자나 활동가가 같이 모이니까 나눌 수 있는 이야기나 관점도 다양해질 수 있고 그런 점에서 논의와 생각들이 풍부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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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로 문화를 만들고 소통하는 일상을 담아낼 수 있는 살아있는 미디어교육을 지향한다. |
통합적미디어실천연구회가 생각하는 기존 미디어 교육의 문제점은?
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이야기하려면, 아이들이 자신의 삶에서 어떠한 채널을 통해 문화를 받아들이고, 문화를 형성해가는가에 대한 관찰이 선행되어야 해요.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문화예술교육은 아이들이 향유하는 문화와 그 문화의 소통 경로가 되는 채널에 대한 관심보다는 위로부터 주어진 교육과정 틀에 맞춰져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실제 행해지는 교육은 아이들의 삶의 맥락 속에 녹아 있는 내용보다는 고답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죠. 미디어교육 또한 미디어문화의 변화하는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 채 언론과 영화, 시민사회단체와 학회 등의 논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고요.
특히 지금까지 재량활동이나 계발활동 시간에 실시된 우리나라의 미디어교육은 주로 미디어의 폐해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주려는 보호주의적 관점의 미디어교육이 많았어요. 보호주의적 관점의 미디어교육은 기본적으로 대중문화를 ‘저급하게’ 바라보는 인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미디어를 둘러싼 다양한 문화적 현상을 체험하고 이해하기 보다는 미디어와 ‘거리두기’를 강조하여,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둡니다. 물론 이 역시 매우 중요하지요. 하지만 ‘거리두기’ 위주의 미디어교육은 미디어문화의 긍정적인 영향을 간과 혹은 배제하기 쉬워서 미디어문화에 대한 또 다른 편견을 생산하거나, 문화 교육으로서 미디어교육에 대해 내면적 동의를 거부하는 경우(선생님 앞에선 해당 미디어 문화(텍스트)를 비판하지만, 실제로는 그 문화(텍스트)에 몰입하는 경우)를 낳을 수 있습니다.
또 기존의 미디어교육은, 해당 미디어 자체의 이론적 설명에 지나친 비중을 두는 경향이 많았어요. 이는 최근 개발된 영화 교과서에도 잘 드러나는데, 아이들 눈에서 바라보기 보다는 가르치는 사람의 이론적 배경이나 가치에 중심을 두고 미디어를 이해하는 것이라 할 수 있지요. 그러나 미디어를 둘러싼 문화적 의미란, 미디어와 수용자의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관계와 맥락 속에서 생겨나는 것이므로, 청소년 수용자들의 특수한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서 접근하는 것은 미디어에 대한 기계적이고 암기적인 설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죠.
그러면, 통합적미디어실천연구회가 지향하는 미디어교육이란 무엇입니까?
청소년들과 학생들의 관점에서 중요하게 대두되는 문화적 코드(code)에 주목하여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에요. 우리 아이들은 다양한 미디어가 제공하는 대중 문화물 또는 미디어 생산물을 공기처럼 흡수하며 성장하고 있어요. 때문에 아이들의 삶과 연결된 문화예술교육을 논할 때, 대중문화와 이를 매개하는 미디어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필수적이며, 그런 차원에서 미디어교육이 이루어져야 된다고 봐요. 그래야 아이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스스로 이해해보고 성찰해보는 기회를 갖고 바람직한 문화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겠지요. 또한, 미디어를 둘러싼 미디어문화 또는 대중문화 교육은 아이들 삶의 맥락에서 그 출발점을 찾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자발적 참여 및 생산도 쉽게 이끌어 낼 수 있죠. 저희는 이런 관점에서 청소년들에게 미디어와 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문화적 코드에 대해 즐겁게 성찰해보는 교육적 실천의 단서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예민한 문제인데, 미디어교육의 독립교과화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 논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속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미디어교육이 현행의 교육과정 내에서 하나의 교과목으로 축소되거나 편향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미디어교육이 독립교과가 되고 안 되고의 여부를 떠나서, 현재 교육과정 안에서 특정 교과의 하위로 들어갔을 경우 갖는 위험, 본래의 의미가 축소되는 측면은 분명히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반면에 아이들의 삶과 연결되는 접점을 끊임없이 찾아야 하는 교육이라는 점에서 현재 학교 구조 안에서 아무리 좋은 의도로 들어간다 해도 그 의미가 왜곡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이는 학교 교육의 변화라는 맥락에서 함께 고민되고 그 해결책을 논의할 문제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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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기간 중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자발적 참여와 문화에 대해 즐겁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
학교에서 미디어교육을 수행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요?
중등 선생님들께서는 미디어교육 교사가 아니니 맘껏 수업을 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학교에서는 담당 교과목에 대해 맡은 바 소임을 다 한 후에 특활시간이나 재량시간을 활용해서 미디어교육을 실시해야 하죠. 교과목 중에도 재량껏 미디어교육의 요소를 집어넣기는 하지만 체계적인 수업을 할 수는 없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담임교사라는 장점이 있어서 학급에서 재량껏 수업을 할 수 있지만 교과 진도를 다 나간 후에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는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선생님들로서는 새로운 업무를 하나 더 하는 셈이죠. 선생님들의 열정이나 자발성이 밑받침 되지 않으면 쉽게 지치는 일이에요.
소신을 가지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미디어교육을 하더라도 주위분들의 눈치가 만만치 않습니다. 신성한 교실에서 저질의 대중문화를 거리낌 없이 이용한다는 것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 또 제작수업으로 들어가면 기자재가 많이 필요한데 턱없이 부족하고, 아이들이 사용하려고 하면 망가질까봐 잘 빌려주지도 않거든요. 정말 열악한 환경에서 애쓰고 있다고 할 수 있죠.
미디어교육을 하는 교사로서 갖춰야 할 덕목이나 지식이 있다면?
흔히들 미디어교육을 하는 교사라면 기자재를 자유자재로 다루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의 기술은 필요하지만 미디어교육의 목표는 기자재를 다루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에요. 아이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변화무쌍한 아이들과 계속 대화하고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는 교사가 미디어교육을 잘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디지털 시대에 세상도 빠르게 변화하고 아이들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권위주의적 교사상에서 탈피해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아이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할 때에 미디어교육을 시작할 수 있다고 봐요. 또한 어른의 시각에서 본 아이들의 하찮은 문화라도 의미를 두고 스스럼없이 아이들 문화 속으로 빠져볼 생각이 있다면 언제라도 미디어교육을 시작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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