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예술교육 지원센터를 구상하며

글_ 김보성(경기문화재단 기전문화대학장)

1. 지역 문화예술교육 지원센터란 무엇인가
현재 문화예술교육의 법제화를 통한 사회적 확산이 항구적인 제도로 가능하도록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부분적인 손질이 가해지기는 하겠지만 대체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이 학교 및 사회에서 시도될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 법안 제9조에 의하면 ‘국가’는 문화예술교육의 진흥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문화부장관 소속 하에 ‘중앙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이하 중앙센터)를 법인형태로 둔다고 되어있다. (재)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바로 중앙센터가 되는 것인데, 법안에 열거된 중앙센터의 임무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이하 지역센터)의 역할을 가늠할 수 있다.

제9조
③중앙센터는 다음 각 호의 업무를 수행한다.
1. 학교, 문화예술교육시설 및 문화예술교육단체 간의 상호 연계 협력망의 구축/운영
2. 문화예술교육의 진흥을 위한 학술 연구 및 조사
3. 문화예술교육시설 및 문화예술교육단체에 대한 지원 평가
4. 교원의 양성 및 연수 지원
5. 문화예술교육전문강사의 양성 및 연수
6. 문화예술교육에 필요한 시설, 장비의 확충 및 정비
7. 문화예술 원격교육시스템의 구축 및 관리
8. 문화예술교육의 진흥을 위한 국제협력 및 관련 사업
9. 그 밖에 중앙센터의 설립목적 달성에 필요한 사업

또 이 법안에서는 중앙센터와 함께 지역센터를 지방자치단체장이 장관의 승인을 얻어 지정할 수 있고 필요한 재정상의 지원을 하게 되어 있다.

제9조
④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역문화예술교육의 효율적인 실시 및 이에 필요한 참여주체 간의 협의, 조정 그 밖의 협력 증진을 위하여 문화관광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지역문화예술교육진흥센터(이하 “지역센터”라 한다)를 지정할 수 있다.
⑤지역센터는 중앙센터의 업무에 준하여 지역의 여건에 적합한 사업을 시행한다.
⑥중앙센터 및 지역센터는 문화예술교육 관련 인적, 물적 자원의 교류 등 상호간의 협력망 구축을 위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⑦중앙센터 및 지역센터의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10조(경비지원 및 보조)
①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의 범위 안에서 중앙센터 및 지역센터의 사업에 대하여 필요한 재정상의 지원을 할 수 있다.
②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예술교육시설 및 문화예술교육단체의 육성을 위하여 예산의 범위 안에서 필요한 재정상의 지원을 할 수 있다.

2. 지역센터의 역할 – 경기문화재단 기전문화대학의 사례
지역센터에 대한 법안의 내용은 현재 원론적인 언급만 되어있고 광역과 기초 지자체의 지역센터가 구분되어 있지 않다. 경기문화재단 부설 문화예술교육 전문기관인 기전문화대학은 광역지자체인 경기도의 지역센터이다보니 지역센터의 일반적인 사례가 될 수는 없다. 특히 자치제도가 발전함에 따라 현재와 같은 광역지방정부 역할의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광역지자체를 활동 대상으로 하는 기전문화대학의 지역센터로서의 역할은 제한된 유형의 사례임에 틀림없다.
광역지역센터로서 기전문화대학은 경기도 지역 내에서 ‘중앙센터’의 축소된 역할을 자임하며 지난 2년여 동안 활동해 왔다. 구체적으로는 31개 시·군 지역의 협력단체들과 네트워크 체제를 유지하며,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공급자 또는 수집가로, 문예교과 연구개발 연구소로, 강사 발굴 및 양성기관으로, 기초단위 지역센터(또는 지역협력단체) 발굴·확장 및 지속적 관리자로 활동하고 있다. 또 문화예술교육 교과개발 및 교육철학 연구과제 등을 개발·공모하여 민간의 문예교육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아웃소싱의 주체로 기능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없었지만 앞으로는 기초단위 지역센터를 위한 ‘확대된 지역센터’로서의 역할로 중앙센터와 업무교류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이상의 다양한 활동이 주로 ‘축소된 중앙센터’로서 경기지역 31개 시·군지역에 대한 상위조직의 역할에 해당된다면, 그로 인한 교육의 성과는 가급적 구체적인 지역단위(기초 또는 더 작은 단위지역)로 수렴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전문화대학의 강좌유형은 크게 대중교양강좌 성격의 ‘다님길 과정’과 전문가(재교육 포함)를 위한 ‘난달 과정’으로 분류되는데, 전자의 경우는 처음 예비 적용단계가 지나 지역단체의 역량과 업무신뢰가 확보되면 가능한 전적으로 지역단위에 예산 및 교육과정 직접운영, 교육대상 지속관리 등을 일임한다. 반면에 후자의 경우는 가능한 기전문화대학이 직접 교과과정 운영 전반을 직접 관리하면서 대외적 책임을 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가능한 지역 협력주체들과 정기적인 모임 등을 통해 의견 및 정보를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일은 광역센터의 지나친 주도성을 억제하고 지역의 자발성을 유지하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기전문화대학의 문화예술교육 실무자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워크숍

3.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야 할 것
중앙센터와 광역단위 지역센터는 대개 독자적인 사업예산과 일상적인 운영조직을 갖는다. 현행 문화예술교육은 강력한 지원체계에 의해 대부분 무료로 진행되는 경향이 많은데, 양질의 교육프로그램과 강사진이 무료로 문화예술교육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파견되어 교육이 행해지는 것이 지역의 문화예술 자치능력 향상에 언제나 긍정적인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지원으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사업 종료 이후 지역의 교육사업 환경이 그 이전보다 더 악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단위지역에 문예교육 지원체계가 결합될 때에는 매우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접근해야 하고, 지역의 자발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반면에 반드시 수행되어야 할 업무는 특히 문화예술교육 교과의 지속적 연구개발 기능과 관련된 교·강사 양성시스템이다. 교·강사 양성은 중앙센터와 특히 광역단위 지역센터에는 반드시 설치되어야 한다. 단기간에 많은 예산을 일시에 투입해서 하는 사업은 아무리 조심해도 결과의 단기적 성과에 주목하게 마련이다. 문화예술교육 사업 또한 일반적인 교육활동과 마찬가지로 단기간에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는다. 조급한 교육사업의 확장을 자제하고 충분한 연구개발 노력과 실험의 반복 및 수정을 거치며, 양질의 교사군의 확보와 훈련 환경이 성숙된 이후에 사업을 확대 실시를 하는 것이 지속성을 보장 받는 길이다.

기전문화대학의 문화예술교육 실무자를 위한 문화행정 워크숍

4. 지역 문화예술교육 지원센터의 전망
향후 지역센터는 광역단위 보다는 기초지방정부와 그 이하 더 작은 단위별 구성을 끊임없이 지향해야 한다. 특히 단기간 내 양적 확산보다는 시간이 걸려도 지역별로 문예교육 사업에 대한 헌신적인 파트너쉽 형성에 주력해서 소그룹이지만 충실도가 높은 1차 파트너쉽을 먼저 형성하는 것이 좋다. 기전문화대학이 2년여의 기간 동안 매우 충실하게 운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31개 시·군지역 중 불과 15개 미만의 지역에만 협력단체를 구성하게 된 결과는 지역의 좋은 활동파트너를 구축하는 일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물론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전담할 훈련된 지역 전문인력의 부족과 지역 편중 현상도 협력체계 형성 비율이 높지 못한 원인의 하나이다. 아울러 지역별 확대를 꾀하려고 해도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교육전담인력의 절대 인원이 부족하여 내실 있는 확대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었다.
이상의 점을 고려한다면, 문화예술교육지원법 상의 교사 및 강사에 대한 법적 인증제도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문화예술교육 환경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직제가 법으로 보장될 필요가 있다는 점은 당연하다. 다만 교과연구개발 및 산재된 다양한 좋은 사례의 수집과 분석, 연구활동도 아직 미비하고, 따라서 이러한 개발 성과로 나온 교과내용을 제대로 지역에 전수할 교육전담인력의 훈련 및 재교육이 충분하지 않은 현 상항에서 법적 보장의 중요성이 우선 고려되다보면, 직제보장제도의 장점보다는 부작용이 더 우려될 수 있다. 가능하다면 교과개발 및 인력 양성에 대한 충분한 준비와 시험 운영을 통한 문제점이 보완된 이후 직제의 법제화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다른 대부분의 문화사업과 마찬가지로 문화예술교육의 사업 성패도 정책입안과 실행, 교육담당인력과 기획인력 등 양질의 전문인력이 어떻게 확보될 것인가에 달렸다. 이제 막 꽃피우려고 하는 문화예술교육은 이 분야에 종사할 인력의 참여자격에 문턱을 높여 엄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성과보다는 최소 요건만을 마련하여 기본 소양교육만 이수하면 원하는 누구나 강사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어야 한다. 그들의 활동 정도와 지속성은 일선 교육현장의 교육수강자들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더 많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소수의 인력만이 권한을 행사하도록 한 전문인력 양성 법제화가 제대로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원하는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평생교육법의 취지이다.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기본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가르칠 수 있고, 그것에 대한 평가는 교육현장에 맡겨두는 열린 정책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중앙과 광역의 지원센터는 주로 문화예술교육 환경을 구축하는 일(연구개발, 네트워킹 지원, 인력양성 등)에 전념하고 교육실제는 가능한 최소 단위의 구체적 지역현장에서 실현되도록 만들어가는 것이 지방자치시대에 걸맞는 사업 발전 형태일 것이다. 아무쪼록 지역지원센터가 작은 단위로 무수히 확산되어 문화예술교육의 정책과 기획의 요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기전문화대학은 지역의 약 15개 단체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김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