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그 아름다운 구속!

만화, 그 아름다운 구속!

이순옥|천안중학교 교사<!– | nanaoya@hanmail.net–>

만화는 일상적으로 향유하는 소통의 도구이다. 우산에 그려져 있는 캐릭터, 신문의 만평, 6컷 만화들, 전기절약을 홍보하는 공익광고에서도 우리는 만화를 향유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연스레 이야기와 그림이 함께 하는 만화를 읽으며 세상을 만난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소통의 창구역할’을 하는 만화를 학교에서 만나게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여기, 좌충우돌 장벽을 뚫고 만화를 학교로 데리고 온 짱구선생이 있다. <만화, 학교에 오다>의 박경이 선생님이 그
주인공~. <만화, 학교에 오다>는 현직 국어교사인 박경이 선생님이 만화를 학교에 데리고 오기까지의 과정과 아이들이 만화를 통해 자기를 표현하고 소통했던 활동, 추천만화 등을 실은 책이다. 이번 호 웹진 ‘땡땡’에서는 천안중학교에서 아이들과 만화를 통한 놀이, 표현, 소통 프로젝트를 지켜보았던 동료교사 이순옥 선생님의 리뷰를 싣는다. (웹진 땡땡 주)

“선생님, 만화 대충 알고 계셔요? 제가 읽은 만화를 맵으로 연결하려고 하는데 선생님이 모르시면 안되잖아요.” 녀석, 꽤 걱정스런 말투다. 오늘 수업은 그 동안 배운 시, 소설, 수필, 그리고 제각각 읽은 책들, 만화들, 그리고 극장이나 집에서 보았던 영화들을 총집합하여 마인드 맵을 펼치는 수
업이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욕망이 이 지구상에 어떤 불행을 불러들였는지(물론 발전도 가져왔지만) 맵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부하자 하는 ‘욕심’에서 비롯된 수업! 그런데 아이들보다 훨씬 덜 읽은 분야가 만화다. 아이들만큼 홈통을 빨리 건너뛰지 못하는 것도 만화다. 준비되어 있지 않으니 소통이 어려운 건 불을 보듯 뻔한 일. 큰일 났다 싶어 돌아보는 순간 숱한 만화들이 손에 손잡고 학교로 걸어오고 있다. 제법 당당하게. 제법 속 깊은 표정으로. 제법 살아있는 눈빛으로. ‘마야’와 ‘노구찌’, 그리고 ‘겐’과 ‘제제’다.

이렇게 해서 아이들과의 소통이 가능해졌다.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아이들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크나큰 불행이다. 그렇다고 소통을 위해 무작정 그들의 세계로 뛰어들 수는 없는 일! 그럴 때 우리가 어떻게 아이들의 언어 속으로, 생활 속으로, 그리고 그들의 속내 깊은 곳에 감추어 둔 고민 속으로 뛰어들어 함께 할 수 있는가를 짱구 선생은 슬며시, 그러면서도 또렷하게 알려주고 있다. 마음 벽을 뚫고 들어가 눈 마주치는 것만큼 훌륭한 교육이 어디 있으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더 빠르게 변하는 아이들과 인간적인 교감을 가능케 해주는 것이 이 책의 첫걸음이자 첫 번째 매력이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놀이를 빙자한(?) 진짜 공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칸․네 칸 만화 읽기를 통해 자연스레 세상을 배우며 곁들여 토론과 논술을 배운다. 인생살이에서 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들을 표현하고 정리하는 활동을 통해 가치관을 정립하고 더 나은 삶을 고민하게 만든다. 만화 속 인물들의 갈등 상황을 통해 ‘내’ 갈등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지혜롭게 해결하고자 노력하게 한다. 이만하면 정말 알짜배기 공부 아니겠는가! 어느 교과든, 어떤 방법이든 상황에 따라 적용과 응용이 가능한 이 마당은 짱구 선생의 교육에 대한 애정과 경륜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장이다. 같은 교사로서 다시 한 번 정체성을 확인하게 만드는 장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고개 끄덕이게 하는 매력은 짱구 선생이 추천하는 만화 시리즈다. 꾸밈없는 어린 시절과 아픔이 동반된 성장과정, 그리고 우리가 꿈꾸는 세상, 그런 빛나는 꿈을 가꿀 수 있게 하는 삶에 대한 열정과 종교,역사 의식……. 통째로 우주를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삶의 방향이 선명해지는 느낌이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느낌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그러면서도 결코 그 안락함에 빠져 나태해질 수 없게 만드는 따끔함까지 두루 겸비한, 그래서 만화를 이렇게 보는 거구나 득도의 기쁨까지 느끼게 되는 마력의 장이다.

만화가 가야 할 곳이 어디 학교뿐이랴!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이 어디 교사뿐이며, 학부모뿐이랴! 이 여름, 나는 기꺼이 만화에 발목잡히고 싶다.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그 아름다운 구속에 온 마음을 저당 잡히고 싶다. 읽고 또 읽으며 ‘나’를 들여다보고 싶다.

이미지 출처- <만화,학교에 오다>. 우리교육

이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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