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연|기획운영팀
다소 오랜만의 인터뷰라 떨리는 마음으로 찾아간 난나 학교. 그곳에서 서로 상반된 듯한 캐릭터를 가진 조혜영(대안교육팀장), 김덕순(길잡이 교사) 선생님을 만나 뵙고 아르떼 문화예술 교육사례 온라인 공모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된 난나 극단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비록 그 현장을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귀를 활짝 열어 마음으로 담아왔다. 때로는 나긋한, 때로는 압도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던 취재현장을 마음으로 풀어본다.
자신에 대한 믿음 찾기
‘난나 학교, 극단의 목적은 학생들을 전문 예술인으로 키우려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통해 그들의 상처와 응어리를 풀고, 더 나아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면서 그들 자신도 무엇인가를 해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도록 하는 것입니다.’ 라고 프로젝트의 성격을 정리해준 김덕순 선생님은 아이들과 몸을 부딪치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진행해 오신 분이다. 작년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인형극 공연에 등장했던 금이 간 항아리처럼, 다소 자신감 없고 자기 비관적 시각을 가지고 있던 아이들이, 처음이라 낯설긴 해도 무엇인가에 끌려드는 공연을 끝내면서 자연스럽게 자신감을 회복하고 인생에 대한 따뜻한 희망을 품게 되는 것이 선생님의 희망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를 한 차례 겪은 아이들은 선생님의 기대에 부응하듯 공연이 끝난 후 각자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자신감이나 성취감을 얻게 하는 데는 공연이라는 장르가 다른 예술에 비해 효과적인 것 같다고 얘기했다.
낯설지만 한 발짝씩 다가서기
공연예술분야에 생소한 아이들이 어떻게 공연준비에서부터 마무리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해낼 수 있었을까?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궁금증이나 걱정은 아이들에게 내재되어있는 힘을 가늠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노파심에 불과하다. 김덕순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그 힘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아이들은 스스로 계획적으로 열정적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곳으로 도달해간다고 얘기한다. 사실 이 프로젝트의 준비 과정은 4박 5일 동안 간디 학교에서 진행되었던 워크숍과 3개월간의 방과 후 공연 준비 기간이 전부였다. 한 가지의 작품이 아니라 ‘소리와 리듬’이라는 난타와 비슷한 넌버벌(non-verbal) 퍼포먼스 종류의 음악작품과 인형극, 몸짓극의 세 가지 형태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르떼 공모사업에서 선정되었던 대부분의 우수사례들이 그랬지만 난나 극단 역시 공연을 기획하고 제작하고 무대에 올리는 과정 이 모두를 학생들과 교사들이 함께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누면서 진행해 왔다. 바느질을 하는 법부터 배우고, 손가락을 바늘에 찔려가면서 웃고 떠들며 직접 만든 인형은 자신의 캐릭터를 담은 또 하나의 자아였고, 인도의 옛 이야기인 ‘금이 간 항아리’의 내용도 매일의 연습을 통해 여러 번 각색하고 논쟁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나름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을 수가 있었고 그로써 추억을 쌓아나갔다. ‘소리와 리듬’ 작품에 사용되는 악기들 역시 학생과 교사들이 함께 아이디어를 짜고 직접 제작하여 완성한 것이라고 한다.
나누면 배가 된다
이번 작업의 백미는 프로젝트에 참가한 아이들이 그저 배우는데서 그치지 않고 배운 것을 함께 나누는 작업을 해보는 데에 있다. 문화예술 소외지역의 아이들에게 문화예술 향유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다니면서 공연하는, 마치 유랑극단과 같은 프로젝트이다.
탈학교 아이들의 이러한 공연활동은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들이나 공연을 연행하는 사람에게도 교육적 효과와 즐거움이 두 배가 되는 현장이었다고 한다. 보육원, 노인복지관, 대안학교 등을 찾아가며 공연을 했었는데, 부천 독거노인들을 위한 공연 후에는 노인분들과 다과를 나누며 이야기를 하는 시간도 마련되어 공연을 끝낸 아이들이 감상을 정리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또 다른 대안학교인 간디 학교에서는 두 학교의 학생들이 공연을 서로 주고받는 형태로 구성하여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기회를 가졌다고 한다.
삼위일체
좋은 교육은 단지 열의가 있는 교사와 열의가 있는 학생만으로는 완성되기 어렵다. 이번 난나 학교의 사례는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일깨워야겠다는 강한 신념을 가진 선생님들과 또 자발적으로 참여한 학생들의 열의가 융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공연준비에는 전문가들의 도움도 있었는데, 연극 및 총 연출에는 극단 진동의 박종우 씨, 인형극을 도와준 서울 ‘인형과 사람’ 극단 대표 송은주 씨, 소리를 만들어 준 타악 퍼포먼스 그룹 ‘카타’ 등이 함께했다. 이처럼 아이들의 열정을 이끌어내는 길잡이 선생님과 작품 구성에 힘을 실어주는 전문가들, 그리고 아이들이라는 삼위일체가 알찬 문화예술교육 사례를 만들어 낸 것이다.
유랑극단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트럭 한 대를 구입해서 유랑극단처럼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공연의 재미를 뿌리고 싶다는 조혜영 선생님. 하지만 이런 포부를 실행에 옮기기에는 문화적인 여건과 금전적인 현실이 만만치 않다. 우선 트럭 한 대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하고 또 공연에 참가하는 아이들에 대한 기대도 점차 커지게 될 것이니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해낼 수 있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이며 나아가서는 해외 교류 공연도 꿈꾸고 있다고 눈을 빛내면서 얘기했다. 이런 멋진 계획들이 실제로 성사될 수 있다면 난나 학교 아이들에게 자양분이 되는 뿌듯한 경험이 되겠구나하는 부러운 마음을 담고, 난나 학교 현장에서 열정을 쏟고 있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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