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이 모여 선이 되듯 그렇게 나아가보자

점이 모여 선이 되듯 그렇게 나아가보자

김경미|기획운영팀|arte0081@hanmail.net

현재 서울시 대안교육센터와 연결된 대안교육 현장은 모두 열 곳으로 14세-19세까지의 청소년들이 다니고 있다. 각 대안교육 현장의 이념과 특성은 다양하나 공통적으로 공교육 형태의 교육을 받지 않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3차 문화예술교육 공모 우수 사례 중 하나인 ‘학교 중도 탈락 청소년과 함께한 점점 프로젝트’는 서울시 대안교육센터에서 2003년부터 시작하여 2년여 간 이어져 온 수업으로 현재 3차까지 진행되었다. 미술 치료사인 오희정 선생님은 서울 대안교육 현장 내의 탈학교 청소년에게 집단 미술 치료를 통해 자아 존중을 심어주고 대인관계 기술을 향상시켜 주고자 이 수업을 시작하게 되셨다.

수업은 크게 초기, 중기, 종결 단계로 ‘나를 소개하기’, ‘나를 표현하기’ 그리고 ‘생각 나누기’, ‘함께 하는 우리’로 구성되었다. 이 흐름은 이 수업이 가진 본질적인 목적, 나에서 출발하여 우리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단계적인 관계 맺기(나와의 관계와 타인과의 관계)와 소통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미술 치료’라는 말이 던져주는 선입견을 깨고 수업 안에서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이들만큼이나 환한 웃음을 지니신 오희정 선생님은 미술의 치유적 힘을 믿고 열정적으로 실천하고 계시는 분이었다. 그리고 든든한 공동 지킴이로서 ‘스스로넷 미디어 스쿨’에 있는 송승훈 선생님과 임수정 선생님 두 분이 이 긴 여정을 함께 해오셨다. 마지막 종착점을 남겨두고 계시는 오희정 선생님과 두 분의 길잡이 선생님을 스스로넷 미디어 스쿨에서 만나보았다.

함께 만들어가는 미술 치료

점점 프로젝트의 첫번째 점이 의미하는 것은 바로 ‘ .(점)’ 이다. 모든 그림의 시작점인 점. 점이 모여 선이 되고 그 선이 모여 면을 이루는 법칙. 두 번째 점은 향상시킨다, 나아간다는 의미의 한자를 써서 자기 표현의 형상과 그 미술적 시작이라는 의미이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깨닫고 변화하는 만큼 이 ‘점점’의 의미도 더해져 어느새 깊이와 고유의 색깔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수업을 시작할 때는 이렇게 긴 기간을 바라보고 시작하지는 않았다. 공교육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대안학교로 오게 된 아이들의 이유와 개인적인 경험 그리고 나이가 다양해서인지 처음에는 이를 조율하기가 쉽지 않았다. 탈학교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나름대로의 상처로 인해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 맺기나 동화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공통점이 있는 아이들을 함께 묶어서 진행하게 해 주는 등 동기가 극대화 될 수 있도록 과정에서 적절한 폭을 조정하자 프로그램이 훨씬 원활하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수업 초기에는 자기를 표현하고 대인 관계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두었는데,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아이들이 미술 표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스스로 욕심을 내게 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 작업이 가능해지게 된 것이다. 수업의 형태도 학생들의 흔적에 따라 변화하고 학생의 변화에 따라 선생님도 변화했다. 이것은 끊임없이 이루어진 소통의 결과였다.

미술 치료에 대해 그리 익숙하지 않았을 아이들에게 자신 있게 ‘미술치료’이다 라고 이야기하고 진행할 수 있었던 데에는 선생님 세분의 이러한 눈높이 교육의 덕이 크다. 아이들이 심리적인 이야기를 편히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공유하려 하면서 자연스레 치료라는 의미를 녹아낸 것이다. 오히려 치료라는 과정이 있었기에 아이들의 맘이 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선생님들은 이제 이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졌다고 한다. 서로에 대한 피드백과 친구들 작품을 존중하고 이를 표현할 때 미술 치료가 그리 거부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구나 싶은 것이다. 치료란 말이 부담은 됐지만 나쁜 것은 아닌 것 같다라는 아이들의 의견은 미술 치료에 대한 시선을 바꿔주고 싶었다는 선생님의 소망대로 이 수업이 점점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간 미술 치료임을 보여주는 듯 하다.

예술교육은 모든 이에게 비타민이 되어야

수업을 함께 진행하면서 자신 또한 점점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선생님은 항상 더 나은 수업을 위해 수업 전후에 길잡이 선생님들과의 논의를 꼬박꼬박 챙기신다고 한다. 이러한 철저한 진행 방식은 어느 새 미디어 스쿨 내의 새로운 틀이 되어 다른 수업의 진행에도 큰 도움이 됐다. 길잡이 선생님들의 의견과 선생님의 의지가 합쳐져 함께 아이들을 지켜보고 운영해 가면서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점점 프로젝트가 이제 아이들에게 충분히 시작점이 된 것 같다는 요즘, 선생님의 향후 계획은 ‘점점 프로젝트’ 마지막 학기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다. 점점 프로젝트가 탈학교 아이들과 미술치료에 대한 선입견을 개선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신다는 선생님은 앞으로 계속 ‘깨끗하고 예쁜 나랏돈’을 통해 이 미술치료가 조금이라도 필요한 곳에 가 닿게 하고 싶다고 하신다. 미술 치료라는 것은 상담의 개념일수도 있고 활동으로 분출되어 예술로 승화될 수도 있다. 특히 청소년 시기의 이런 경험들은 미술이나 예술에 대한 거부와 부담을 줄여주고 자신감을 고취시킬 수 있는 활동이 될 수 있다. 학교 아이들이기 때문에 미술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대안 교육의 현장에서만이 아니라 공교육 내에서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 이 작은 시작이 광범위하게 퍼져서 많은 아이들이 새로운 경험과 삶의 계기를 만나기 위해서는 공교육과 대안학교 등 다양한 교육 주체들의 협조와 교류가 필요할 것이다.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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