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리가 음악이 된다.’라. 이번 아르떼랩의 주제는 물음표로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듣는 소리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전화벨 소리,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차가 도로 위를 달리는 소리, 가끔 지나는 헬리콥터 소리, 거리의 어떤 가게에서 틀어놓은 유행가 소리, 자판을 두드리고 메모하는 소리. 정말 이 소리들이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걸까요?
9월 26일, 서촌의 소박한 갤러리에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바람소리나 새소리, 가끔 사람들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그 갤러리에서 고지인 선생님과 함께 일상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요.
고지인 선생님이 가장 처음 던진 질문은, ‘소음도 음악이 될 수 있을까?’였습니다. 간혹 소음이 하나의 연출로서 음악에 삽입될 수는 있겠지만, 글쎄요. 소음으로만 이루어진 그것이 과연 ‘음악’일까요? 고지인 선생님은 소음이 활용된 예를 경험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음악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정의를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소음이 한 순간의 기억과 의미가 담겨 메시지로 전해지는 순간, 그것은 하나의 음악으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지요.
이번에는 우리가 직접 음악을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이번 수업의 준비물은 ‘일상적인 사물’이었는데요. 참가자들은 얼음이 들어있는 텀블러, 노란 휴지통, 작은 포크 한 쌍, 똑딱이 헤어핀, 플라스틱 빵 칼 등 준비해 온 다채로운 물건들을 꺼냈습니다. 사실 그 물건들을 보며 걱정이 앞섰어요. 과연 저 작은 핀이 내는 소리가 잘 들릴까, 비슷한 소리의 사물이 많아 소리가 한쪽으로 쏠리지는 않을까. 그러나 기우였어요. 모든 사물들은 자신만의 소리를 냈고, 조화롭게 어울렸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소리를 맞춘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참가자들은 훌륭히 자신의 소리를 지키며 조화롭게 하나의 연주곡을 완주해 냈습니다.
수업의 끝은 하나의 피사체를 보며 그 느낌을 입과 목소리로 내보는 시간이었는데요. 고지인 선생님이 화면에 띄운 그림은 바로 둥근 달이었습니다. 달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 그것을 나의 목소리로 표현해보기로 했습니다.정말 그 자리에 모인 참가자들은 모두 다른 느낌으로 그 ‘달’을 표현했어요. 참가자들의 그 느낌에 고지인 선생님의 손길을 더하자 정말 독특하고 특별한 음원이 완성 되었어요. 그 두 가지를 비교해서 들어보세요.
수업을 마친 참가자들은 이번 수업이 음악을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음악은 화음, 리듬, 멜로디로 아름다운 것을 표현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너무 협소하게만 생각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보다 넓은 시야로 음악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일상에서 무심코 흘려보냈던 소리를 재발견 할 수 있었어요.” 처럼요. 특히 이번 클래스에 참가한 참가자 중에는 교육과 관련된 분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는데요, “리듬과 소리로 이루어진 독특한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연극 강사님의 말씀과 “음악을 직접 만들고 그것에 대한 영감으로 사진촬영을 해보고 싶다”는 강사님의 감상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지금 내 주변에 있는 물건은 모두 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달칵이는 마우스도, 팔락이며 넘어가는 달력도요. 이런 소리들이 사실은 음악의 가장 기초적인 음원이고, 또 하나의 영감이 될 수 있겠지요. 그 소리에 의미가 담기는 순간, 그것은 그저 단순한 소음에서 머물지 않고 누군가의 마음과 기억이 포함된 덩어리가 됩니다. 들을 때마다 그 소리의 순간으로 돌아가는 마법의 덩어리 말입니다.
글_최민영
기사가 좋았다면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
비밀번호 확인
참가자 분들의 독특한 소리 덕분에 아침부터 웃엇어요ㅋㅋ 신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