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기획과 교육기획이 하나로 – 한가람디자인미술관 교육워크숍

전시기획과 교육기획이 하나로 – 한가람디자인미술관 교육워크숍

김상규(한가람디자인미술관 학예연구원)

디자인미술관?

새천년을 앞둔 1999년, 문화관광부의 업무계획 대통령보고에서 ‘문화비전 2000’ 사업 중 하나로 디자인 분야가 선정되었다. 그 일환으로 디자인 전문 미술관 설립이 추진되었고 그 해 11월에 ‘디자인 미술관’이 문을 열게 되었다.

현실적으로 새로운 미술관을 지을 수 없었고 조직을 갖추기도 힘들었기 때문에 예술의 전당에서 공간을 할애하고 위탁 운영하는 형식으로 시작하였고 지금까지 매년 문화관광부의 예산지원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2002년에 정식 미술관으로 등록하면서 현재의 한가람디자인미술관(Hangaram Design Museum)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그동안 기획전시에 주력하던 활동이 학술행사,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으로 조금씩 확장되기 시작했다.

운영 체계나 내용 면에서 아직 박물관의 형식에 걸맞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일상에 초점을 둔 국내 유일의 디자인 문화 기관임을 인식하고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그곳엔 어떤 교육 활동이 있었나?

설립 초기부터 디자인미술관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해외 사례들을 조사했는데 각 미술관들이 교육활동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이를 참조하여 기획전시의 관람을 돕기 위한 안내 책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초중등학생을 의식해서 전시의 내용에 관심을 갖도록 질문과 설명을 담은 초보적인 수준이었다.

2002년 <브루노 무나리(Bruno Munari)>전에서 무나리가 생전에 진행했던 어린이 워크숍 중 일부 프로그램을 전시기간 내내 운영했고, 이후에 주로 어린이 중심의 워크숍을 전시 부대행사로 마련해왔다. <이미지 코리아>전의 ‘민수의 사진교실: 사진 더하기’, <어린이 디자인 체험전-재미있는 디자인>전의 ‘어린이 워크숍’(네이트 시스템과 공동주최), <이 시대의 좋은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전의 워크숍 등이 있었다.

디자인 발견!

하지만 전시 부대행사로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얼마 전부터 정기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하게 되었다. 우선 여름강좌 형식의 정기 프로그램과 상설전시장의 교육전을 병행하기로 했다. 후자에 해당하는 공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디자인 발견>이라는 제목의 시리즈 전시를 기획하여 올해 봄부터 시작했다.

이 전시는 학습효과에 중점을 두어 관람객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2004년 말부터 에듀케이터 채현숙, 작가 강석호, 연세대 이병종 교수와 함께 2005년 프로그램을 준비했고 가장 친숙한 사물을 다루는 것으로 시작하고자 “탁자 주변(Around the Table)”이라는 주제를 정했다.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사물, 그 가운데 먹는 것과 관련되어 식탁 위에 놓이게 되는 사물을 분류하고 이것을 3가지 작은 주제전으로 구성했다. 주제에 해당하는 각 사물의 공시적이고 통시적인 유형 변화를 살펴볼 수 있도록 자료와 실물을 전시하고 각각의 디자인 배경부터 디자인 문화의 시각까지 경험할 수 있게끔 했다.

디자인미술관 공교육연계 프로그램
<디자인발견1: 탁자주변(Around the Table)> 전시 및 워크숍

* 3월 22일-5월 7일
잠시 존재하는 것들-일회용품

* 5월 10일-6월 18일
기계미학-대량생산 용기

* 6월 21일-8월 15일
탁자 위의 기계들-주전자, 커피메이커, 토스터

사실 일상생활 환경에서 늘 만나게 되는 사물은 너무나 익숙한 탓에 무심하게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오늘 우리의 손에 닿는 그것들은 특정한 이유로 등장했고 긴 시간을 거치면서 다듬어진 결과물임을 알 수 있다. 특히, 공업생산물은 판매와 사용을 염두에 두어 다듬어진 사물이므로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봄으로써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주변 환경을 더 풍부하게 바라보고 디자인의 인식 범위를 넓혀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탁자 주변1: 잠시 존재하는 것들-일회용품

잠시 존재하는 일회용품의 존재이유에 대한 질문으로 워크숍을 시작했다.
첫 번째 전시는 ‘사물은 얼마나 오래 사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그릇이나 가구는 물론 복잡한 전자제품이라도 싫증이 나서 버리거나 함부로 다루지만 않으면 5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 물리적인 수명이 다하기 전에 신제품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사실이다. 오래 사용한다는 것은 더 이상 절대적인 미덕이 아닌 상황이 되었다. 이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일회용품이다. 오히려 잠시 존재하는 것이 그것만의 특별한 가치가 되는 것이다.

나무젓가락이나 종이컵처럼 편리함 때문에 함부로 쓰고 버리게 되고 환경 문제의 주범으로 낙인찍히는 일회용품도 탄생의 이유를 갖고 있고, 미적인 문제 뿐 아니라 소비문화, 사회적인 인식, 경제적인 이해관계까지 포괄적인 배경이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복잡한 사물을 다루기 전에 워밍업으로 간단한 사물을 먼저 내세운 것이기도 하다.

워크숍은 한 주에 세 번 진행했는데, 화요일과 수요일은 초등학생, 토요일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했다. 학교 선생님의 신청을 받아 한개 반이나 특별활동반이 참여하며, 2시간 동안 에듀케이터와 보조 진행자가 진행했다.

‘일회용품’ 워크숍 활동지의 내용

탁자 주변 2: 기계미학-대량생산 용기

식기를 사용하여 음식을 담아두고 음식을 먹는 일련의 과정은 매일 반복되는 일이면서, 함께 식사를 하는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문화적 행위이기도 하다. 음식을 담는 그릇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서 미를 표현하는 대상이 되기도 하고 전통적인 장인이나 예술가가 만들어 내던 것과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것에는 다른 미적 특성이 반영되었다.

손으로 만든 것과 기계로 만든 것의
차이를 생각해 보는 워크숍

특히, 산업시대를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재료인 금속과 유리 및 플라스틱 등으로 대량생산된 용기에서는 산업시대의 미, 즉 기계미학이 특징적으로 잘 나타난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탁자주변 2: 기계미학 – 대량생산 용기>전은 서구 산업시대의 대표적인 대량생산 용기를 통해 서구의 기계미학을 경험적으로 정의해 보고자 했다. 산업유리와 스테인리스 스틸 그리고 플라스틱이 각각 다른 미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결 같이 공통적으로 따르는 미적 질서와 규범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워크숍에서는 손으로 만든 것과 기계로 생산된 것의 차이를 생각해보도록 했다. 대량생산 체계가 사물의 형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람들의 생활에는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 하는 것도 다루었다. 확장하자면, 기계 생산에서 생기는 사회적인 문제, 즉 노동의 변화까지 다룰 수도 있겠지만,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일부를 보여주면서 전반적인 환경에 대해 이해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 과정은 초등학생은 제외하고,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만 이루어졌다. 다만, 생산 조건의 변화, 그리고 그것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반응과 수용자의 인식에 따라 형성된 새로운 아름다움을 생각해 보고자 했다.

남은 과제들

탁자 주변의 세 번째 워크숍은 아직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이번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생각하게 된 과제들을 정리해 보려 한다.

이번 전시와 워크숍은 제도 교육의 연장선에서 보완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다. 개인 신청을 받아 진행한 경우, 교육열이 높은 특정지역에서 참여하는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사설 교육기관에 의존하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재현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물론 학교 교사도 열의가 있는 분이 신청하게 되지만, 같은 반 친구들이 함께 그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모처럼 선생님과 함께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여 자신들만을 위해 마련된 자리에서 집중적으로 특정한 주제를 통합적으로 학습해 본다는 것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코 미술관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미술관의 교육적 기능의 확장일 뿐, 본질적으로 교육기관의 역할을 대신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과 수업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미술관은 그것에 필요한 자원을 지원하고 소장품을 관람하는 등 미술관을 활용하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상호보완적인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아직은 학교의 상황이나 미술관 자체의 역량으로 볼 때 교사의 노력이나 미술관 에듀케이터의 개인적인 노력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그분들을 위한 학술행사나 워크숍도 필요할 것이다.

디자인미술관에서는 기획전시와 교육에 관련된 학술행사가 연간 7~8회 열린다. 최근에는 미술관의 디자인 교육 부분을 다루기 위해서 심포지엄 <디자인, 미술관에서 배운다(Design Education: Learning in the Museum)>를 개최한 바 있다. 앞으로도 워크숍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반을 구축하는 활동, 즉 교사와 에듀케이터를 지원할 심포지엄 등을 지속적으로 펴 나갈 계획이다.

홈페이지:www.designgaller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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