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창의력 배양 (Nurturing Creativity in Young People)

한국은 지난 몇 년간 개인 및 국가의 창의성 증진 및 문화적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문화정책적 접근을 통해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하여 왔다. 이제 그 문제점을 보완하고 효과를 배가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이 요청되고 있다. 이에 참고가 될 만한 외국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영국의 미래정책 보고서는 청소년의 창의력 배양이라는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찾으려 하기보다 지금까지 시행되어왔던 다양한 개별 프로그램들이 실질적으로 청소년의 창의력을 배양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학습자의 입장에서 기존 프로그램들을 연계하고 틈새를 보완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06년 7월 영국의 폴 로버츠(Paul Roberts)는 “영국을 세계의 창조 허브(creative hub)로 만들기 위한” 국가의 미래정책으로서 ‘청소년의 창의력 배양’ 방안을 보고서에 담아 제시하였다. 그는 이미 수많은 창의 프로그램들이 존재하지만 일관성없이 파편적으로 실행되고 있는 현실에 착안하고 있다. 교사로서의 오랜 경력을 지닌 그는 이들 프로그램들이 학습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성장단계에 따라 현실적인 문제와 연관되고 또한 연속성을 지닐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학습자의 유아시기부터 창의교육(Early Years)을 새로이 강화할 것과 기존 창의 프로그램에의 참여가 학습자의 직업선택(Pathways to Creative Industries) 과정에 실질적인 인센티브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인 대안을 포함, 여덟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학교재건 및 쇄신을 위한 “미래를 위한 학교 만들기(Building Schools for the Future: BSF)”는 청소년의 창의력 배양이라는 국가 미래정책 속에 주요한 방안으로 재해석되고 있다(BSF 프로그램과 관련한 내용은 폴 로버츠의 보고서와 2007년 12월 발간된 BSF 평가 보고서, 그리고 ’07년 12월에 있었던 그와의 인터뷰를 기초로 하였다).

BSF 프로그램은 영국 내 모든 중등학교를 재건 또는 쇄신한다는 목적 하에 건물 및 ICT에 투자하는 것으로 2004년 공식적으로 시작되었으며 향후 50년 동안 막대한 예산이 투여될 거대한 프로그램이다. 폴 로버츠는 기존 학교환경을 “상자와 복도”로 묘사하면서 BSF 프로그램을 통해 이를 벗어나 이상적인 학교 모습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교육과 학습의 진정한 변화를 촉구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BSF 프로그램이 “단순히 벽돌과 회반죽을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창의적 관계를 통해서 학습을 개발하기 위한 방안”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창의적 관계를 통해서 학습을 개발하기 위한 방안으로서의 BSF 프로그램은 다음 다섯 가지 원리를 반영한다.
첫째, 놀이 및 비공식적 학습을 위한 공간을 고려한다.학교가 효과적인 의사소통능력, 다른 사람들과의 협응능력, 상상 및 문제해결능력, 위험 감수 및 지식 전이능력 등 ‘학습을 위한 학습’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공간으로 설계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모든 곳에서의 학습을 장려해야 한다.화장실, 매점, 옥외 공간, 복도 등은 학생들이 사교 활동을 하고 비공식적 학습이 이루어지는 핵심 장소로서 교실 못지않게 중요한 창의적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창의적 파트너십을 위한 공간을 고려한다.학습자들의 창의력 배양을 위해 학습의 방식에 다양한 전문가들의 파트너십을 통한 학습이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창의적 협동이 가능한 공간이 학교에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넷째, 지역사회의 학교 참여를 확대한다.학교가 외부인에게 보다 친근한 곳이 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부 학교는 화랑, 영화관 등에서 발견할 수 있는 설계 원리를 채택하여 학부모와 기타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학교 참여를 고려하고 있다. 특히 학교공간의 스포츠-예술 공간화의 노력이 이러한 진전에 한몫하고 있다고 한다.
다섯째, 다른 장소에서의 학습을 창조한다.학습이 더 이상 학교 건물 내로 국한될 필요가 없으며 학교를 넘어 지역사회에 물리적 학습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방과후 프로그램을 위해 지역의 특성화 학교나 대학교 등으로 공간을 새로이 창조해 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관계와 책임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검토되며 현지 기업들과의 파트너십도 함께 시도되고 있다고 한다.
 
영국 미래정책 보고서가 청소년의 창의력 배양이라는 궁극적 목표 달성을 위해 기존의 다양한 학교 지원 프로그램들을 연계하는 것을 핵심으로 담고 있는 점은 평범하면서도 매우 신선하다. 현재 한국은 창의성 증진 및 문화적 삶의 질 향상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지향하는 문화예술교육 정책 외에도 문화정책 차원에서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학교를 대상으로 실행되거나 계획되고 있다. 지역별 프로그램들까지 염두에 둔다면 참여자인 학습자의 입장에서 과연 어느 정도 그 구분이 가능할 지 의문인 경우가 많다. 폴 로버츠가 제안하고 있듯이 이러한 개별 프로그램들을 정책의 궁극적 목표에 따른 ‘큰 그림’ 속에서 학습자를 중심으로 연계 지을 수 있다면 그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것을 우리 또한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을 우리의 상황을 비추어 볼 때 영국의 BSF 프로그램과 유사한 ‘행복한 학교 만들기’ 프로그램의 경우 학교 공간문화에 대한 정책의 측면을 넘어서 실제 수혜자인 학습자의 입장에서 또 다른 프로그램들과 연계되어 교육 프로그램으로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그 가능성들이 고려될 수 있으면 좋겠다. 동일한 관점에서 최근 확대되고 있는 다문화교육 프로그램이 기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과 어떻게 학습자 입장에서 차별화되고 또 연계되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고민도 의미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