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조성희(편집부)
전문예술인 파견 강사풀제(이하 강사풀제)란 각 예술분야의 전문인력을 학교에 파견해 문화예술교육을 실시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학교 문화예술교육 활성화에 기여하고 예술 전문 인력의 사회적 활용을 실현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강사풀제는 시행 본 궤도에도 오르기 전에 문화예술교육계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공교육에서의 문화예술교육 강화라는 측면에서는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지만, 문화예술교육 전체 예산 150억 중 105억원을 투여하는 이 사업이 자칫 내실없는 양적 확대로만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 이유로 취재를 하는 일도 난코스였다. 다양한 관계자들을 만나봤지만, 정작 강사풀제의 성과와 문제의 본질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을 연구자들을 만날 수는 없었다.
어느 정책에서나 시행착오와 문제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수면 위로 드러내서 문제의 지점을 짚어보고 머리를 맞대어 방법을 찾아보는 일일 것이다. 시행 초기 단계에 있는 강사풀제의 향후(제대로 된 정착과 점진적인 발전)를 위해서 땡땡 편집부는 강사풀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을 전하기로 했다. 문화관광부와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담당자들, 영화강사풀 교육위원, 무용강사풀 지역위원 그리고 만화 애니메이션 파견강사, 관련교사모임, 지난해 연극, 영화 강사풀제 평가작업에 참여한 시민단체 관계자 등을 통해 이러저런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금 강사풀제는
2000년 국악 강사풀제를 필두로 2002년 연극, 지난해에는 영화, 올해는 무용, 만화 애니메이션 강사풀제가 운영되고 있다. 전국 3,200여개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시행 중인 강사풀제는 각 예술분야별 전문인력의 방문 교육을 통해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질을 높이고, 예술 전공자 및 관련 전문가들에게 교육현장 참여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학교의 여건에 따라 음악교과(국악 강사풀), 선택교과, 재량활동, 특별활동, 특기적성활동 시간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파견 강사가 직접 주 1-2회 학교를 방문해 이론 및 실기, 감상 등의 교육을 진행한다.
각 시 도청에서 주관하는 국악을 제외한 연극, 영화, 무용 그리고 만화 애니메이션 강사풀 사업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에서 총괄적인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강사풀 사업은 분야별 민간 주관단체(연극협회, 한국영화학회, 무용교육학회, 한국애니메이션학회)의 개별적인 운영 시스템에 의해 진행되었다. 하지만 국가적 교육정책 사업을 특별한 근거 없이 특정 단체가 운영 및 기획을 독점한다는 문제가 제기되었고, 더욱이 강사풀 주관단체의 사업운영이 폐쇄적인 경우가 많아 관련 문화예술단체 및 교원단체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강사풀제 운영의 효율성과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로 올해부터는 진흥원에서 각 분야별 전문가로 이루어진 교육위원회를 구성, 강사풀 사업을 통합 추진하고 있다. 아직은 시행 초반이라 결론내리기는 어렵지만, ‘교육위원회’ 위원들의 대부분이 지난해까지의 주관단체에서 추천받아 꾸려졌고, 각 현장을 평가하는 지역위원회 또한 ‘교육위원회’에서 선정하도록 하여 운영주체에 관해서는 여전히 문제의 소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표 1) 2005년 강사풀 사업 운영 체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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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악교육위원회 구성 운영 예정(10월중)
긍정으로부터 시작한다면
영화강사풀 교육위원인 연혜경 교사는 “학생들이 접하는 문화예술에 대한 경험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현재의 다양한 문화경험을 학생들이 깊이 있게 경험하고 해석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강사풀제의 도입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학생들이 다양한 예술을 체계적인 내용으로 경험하는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대중 문화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주체적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장치로 강사풀제가 기능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강사풀제에 대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일단 호의적이다. 학생들은 점수의 부담에서 벗어난 것 때문에 좋아하기도 하지만,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이다. 지난해 연극 분야 강사풀 수업의 만족도 및 수업 평가 결과에서 학생들은 평소 연극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답했고(31.3.%), 수업에 대한 참여도 역시 높은 편(매우 그렇다 30.5%, 그렇다 46.5%)이었다. 학부모들의 경우는 강사풀제를 통해 비싼 수업료를 내지 않고도 양질의 교육을 받는다는 것에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한해 5만 명씩 배출되는 예술관련 대학의 졸업생들에게 취업의 기회를 확대하고 사회적 활용도를 높인다는 측면도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면이다. 다만 시간당 4만원의 강사료가 배고픈 예술 전공생들이 먹고사는 문제에 얼마나 도움을 줄지는 미지수이다. 올해 1,500여명의 강사들이 각급 학교로 파견되어 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고, 해를 거듭하면서 장르의 확대와 함께 일선 학교의 강사풀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강사풀제가 학교 교육을 넘어 지역사회의 문화예술교육에까지 그 영역과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다.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경험을 바탕으로 강사풀 파견 강사들이 학교와 지역 사회를 연계하고, 지역의 다양한 구성원들의 문화교육을 담당하는 실질적인 교육전문가로 거듭나게 한다는 것이다.
문제, 그러나 대안을 향하여
그렇지만 강사풀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취재에 응한 관련자들은 강사 교육의 부실, 파견 강사들의 불안정한 신분, 학교 현장과의 유기적인 소통 미비, 현행 교육과정과의 연계, 강사풀 시행에 대한 사회적 합의 등을 문제로 지적하면서, 해결의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파견 강사의 질 제고
현재의 강사풀제도에서는 지원자를 모집해 일단의 심사를 거쳐 선발된 강사들이, 일정 기간의 연수를 마친 후 현장으로 투입된다. 아직까지는 강사 지원자격이나 선발기준도 모호해 보이고, 연수기간도 연극을 제외하곤 평균 4~5일에 불과하다. 결국 강사의 ‘질’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향후 각 장르별로 100학점 이상의 재교육과정을 계획 중이지만, 교육의 보편적인 활동과 해당 분야의 전문적 역량을 연계하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강사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모두 입을 모으고 있다.
(표 2) 분야별 강사연수 기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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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강사풀제의 안정적인 제도적 정착과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이며, 교육자로서의 전문성을 펼치도록 지원하고 배려한 후에 성실성과 책임을 갖고 활동했는가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엄격한 관리도 중요하다. 강사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파견강사의 권위를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면, 강사가 소속감이나 교육자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되여 교육에 더욱 매진할 수 있으리란 의견이다.
(표 3) 분야별 파견 강사 지원 및 선발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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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육과정과의 연계
현행 학교 교육과정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도 중요하다. 이는 현장에서 활동 중인 파견강사들이 만들어낸 교육 프로그램을 축적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통해 가능하리라 여겨진다. 현장의 구체적인 성과와 시행착오 등의 경험을 자료화하고 기록한다면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과정 및 프로그램 개발에도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올 상반기와 하반기 강사 연수에서 각자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했던 워크숍이나 교재 연구와 교육 방법에 대한 논의 등은 이러한 과정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재 강사풀제의 교육 과정과 프로그램 개발을 담당하는 교육위원들의 경우 대학의 교수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지만 이들이 분야별 전문가들이라고는 해도 초, 중등 교육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현재 활동하는 강사들 중에 프로그램 개발주체가 나오도록 인력을 제대로 지원하고 연구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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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눈높이와 감성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과 교재 개발이 강사풀제의 우선 과제이다. |
–학교 현장의 이해와 지원
강사풀제는 학교가 문화교육의 장으로 전환되기 위한 매개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이다. 하지만 강사풀제가 진행되는 일선 학교에서는 이를 단순히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보거나, 수업 시수를 채워주는 교육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문화예술교육부서가 설치된 학교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반응도 들려오지만, 파견 강사들이 현장에서 겪는 당혹감도 적지 않다.
해당 학교에서 파견 강사들에 대한 처우 문제를 결정하지 못한다거나, 자기가 담당하는 수업 외에 학교의 행정적인 업무에도 관여를 해야 한다거나, 급하게 시간표가 바뀌거나 수업이 취소가 되는 일도 발생한다. 이에 대해 연혜경 교사는 “단계적으로 우선 지원 학교만이라도 교장, 교감 선생님과 담당교사 대상의 연수를 실시해 문화예술교육의 의미와 전망에 대해 확실한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향후 진행될 파견 강사 연수에서는 교장 교감 선생님과 강사풀 담당 교사들이 동참하는 내용을 실제로 기획 중이다. 이러한 토대 속에서 보다 적극적인 해당 학교의 이해와 지원을 통해 파견 강사들을 훌륭한 교육자로 성장시킬 수 있고, 의미 있는 교육성과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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