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봉|장안문화예술촌
(아르떼 주) 이번에 ‘학교는 네트워크한다’ 시리즈에서 들어볼 이야기는 도시와 농촌의 학교가 연계하여 ‘도농교류학습’을 했던 이야기이다. 서울 명덕 초등학교와 전북의 장계초등학교의 학생들이 15일에서 30일 가량의 장기간에 걸쳐 수업은 낮 시간에 학교에서 하고 방과 후에는 장안문화예술촌에서 숙식과 전통문화체험을 하는 도농교류학습을 경험했다. 이 교류프로그램은 도시 아이들에게는 농촌문화와 자연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공동화되어가는 농촌의 아이들은 타지의 친구들과 어울리며 웃음을 되찾는 시간이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의 지역사회의 문화에서 한국의 문화적 뿌리를 찾고, 한국 문화예술의 우수성을 체험 등을 통해 널리 알리고 싶어하는 장안문화예술촌의 기획으로 시작되었다. 장안문화예술촌의 고태봉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도농교류학습 이야기를 통해, 도시와 농촌의 학교가 연계하며 보완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지면을 마련하였다 |
안타까운 일들
시골의 학교는 교육기관 이전에 지역의 문화적 뿌리였음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오가는 학교 길에 포플러나무 늘어선 완행버스 한대는 그대로가 그림이었고 마을 어귀마다 그려진 둥근 초가집의 선형들은 자연과 같이 살아가는 삶의 철학이었다. 지역민이 합심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던 가을 운동회는 흥분과 끓어오르는 정의 문화로 가슴 벅찼고 낭랑한 배움의 소리는 성공과 희망의 뿌리였다. 문 닫힌 그런 학교에 문화예술촌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들어섰다. 급속도로 진행된 산업과 물질문화는 배고픔을 해결하는 데는 성공하였을지 모르나 우리의 정신도, 우리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발전의 여지도 남겨두지 않았고 도시는 복잡한 생존현장의 과밀과 오염으로 시골은 공동화와 삶에 대한 고통의 현장으로 바꾸어 놓았다. 21세기는 정보, 문화, 창의, 세계화의 시대라 한다. 그렇게 말하는 속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정신활동이다. 우리에게 뿌리 깊은 정신의 핵심은 무엇이며 현재와 미래의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창의력은 무엇을 근거로 발휘되어야 하고 문화와 예술은 어디에 뿌리를 두며 정보화는 어떤 사고로 발전해야하고 세계화는 무엇을 통하여 지구촌을 감동시킬 수 있는가? 대한미국(?)이 해결하여 줄 것인가?
우리나라에서 대학까지 받는 교육기간은 16년이다. 그러나 그 기간동안 자신의 인생목표와 자아를 실현하기위한 분명한 사고력을 가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요즘처럼 핵가족이며 맞벌이가 늘어나는 사회구조 속에서 가정에서의 부족함을 어떻게 채울 수 있는가? 라는 몇 가지의 의문을 가지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현장의 이야기를 풀고자 한다.
사례1 ; 도깨비축제
장안문화예술촌은 전북 장수라는 시골에 위치한 폐교활용공간이며 400여 년 전 “근수루”라는 서당이 있던 자리다. 구성원이 9명이고 문자예술 부근에서 구성되고 특성화하고 있는 곳이며 평소 개인의 창작활동을 하는 곳이다. 문을 열기 전 단체와 예술촌이라는 입장에서 무엇인가 사회적 역할을 기획해야 했다. 제일먼저 기획한 것이 지역도깨비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장안산 도깨비축제“였다. 한국의 정신과 문화를 다양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도깨비를 통해서 대변하고자 한 것이다. 우선 흥미와 관심을 끌고자 도깨비의 역사, 전시, 공연, 체험, 음식 등을 기획하였고 각종 광고물에는 그 의미를 실으며 주관을 동네 청년회와 예술촌으로 하였다. 교육적인 목적도 달성하기 위하여 매년지역의 학생들을 초대하여 주인공이 되게 하는 것도 기본이 되었다. 언젠가 도깨비를 헤리포터에 종종 비교하는 것이 습관화 되었다. 소재가 보다 다양하고 인간과 친근하며 삶의 기대와 희망을 이야기하고 한국의 이념과도 연계되는 평화요소가 서려있으며 재미가 있다. 우리 것을 활용하여 문화산업과 한류열풍이라는 새로운 접근방식이 조그만 시골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연유로 예술촌에서 시행되고 있는 모든 교육, 체험행사의 첫머리에는 한국이 가진 정신문화와 21세기를 이야기 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사례2 : 먹빛찾기행사
인간의 소리가 문자가 되고 예술이 되었다. 그러나 컴퓨터가 생겨나고 서예가 답보되는 상황에서 문방사우는 이미 지나간 구시대적 유물이 되었고 관심 갖는 이도 별로 없다. 그나마 조금 유지되는 판로도 중국에 밀려버려 한국의 문방사우는 벼랑 끝에 서 있다. 원시반본(原始反本)의 의미를 새기며 문방사우인들이 뭉쳐서 만든 것이 이 행사다. 문방사우 중에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 것이 숨어 있는데 그것은 각(刻)이다. 각을 탁본하고 낙성관지를 완성하여 서예의 한 부분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이들의 특성중 하나인데 서양의 개념으로 보면 판화쯤 될 것이다. 따라서 공예적요소의 특성과 예술을 넘나들며 이를 교육하고 체험하며 경우에 따라 달라지는 먹색을 확인하는 과정을 살피는 것이 먹빛찾기행사이다. 수 천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방법과 깊이는 자연 그대로다.
사례3 ; 장기간의 도농 교환학습
예술촌에서 개발하여 전통문화를 체험 할 수 있는 종류는 대략 15가지인데 농촌체험까지 합치면 대략 20여 가지가 된다. 이를 활용하여 과밀되는 도시학교와 폐교가 늘어나는 시골학교의 현상을 억제하고, 전통문화, 예술의 체험을 통하여 창의력 향상을 도모하며, 농촌문화체험을 통하여 호연지기를 기르고, 가정의 소중함과 단체생활을 통하여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시골과 도시학생들의 생각을 교류하는 목적으로 처음은 30일간으로 시행되었다. 예술촌에서 교육하고 체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정렬과 함께 쏟아 부었다. 평상시 학교에서 시행하지 못하는 문화, 예술교육을 진행함에 있어 더 이상의 만족이란 있을 수 없었다. 퇴촌식에서의 전시와 학생들 간에 이별의 눈물은 감동이었다. 도시와 시골학교, 사회단체가 합심하여 이루어 낸 걸작인 것이다.
도시와 농촌이 공존해야 하는 것들
가정이 교육의 모태라면 학교는 교육기관의 중심이며 사회는 발현의 마당이다. 요즘엔 학교가 가정과 사회와 더불어 문화적 중심으로 변해 가야한다는 움직임을 읽을 수 있다. 문화, 예술교육의 장점은 창의적 사고를 통한 사회 경쟁력에 대비하고 인성을 함양하는 곳에 비중이 클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왜 사느냐 라는 근본과 본질적인 것에서 구체적인 교육의 목표와 방향이 있어야 하며 사회는 그것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는 역할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도시는 산업과 과학의 발달로 인간에게 편리함과 풍요를 주지만 지나친 욕심은 환경파괴와 인성의 상실로 이어지기 쉽다. 농촌은 자연과 철학이 숨쉬고 있지만 먹고 살기 힘들다는 극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상호 보완해가며 우리의 도시와 농촌이 살아나는 길은 우리의 것을 제대로 연구하고 객관화하여 그것을 현실이라는 곳에 맞추어야 하는데 지금의 현실은 그 부분이 어렵다. 연구하고 참여하는 사람이 부족하기도 하다. 그러나 부족하지만 실천에 옮기는 개인이나 단체가 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학교교육에서도 사회체험과 관련하여 소리, 음악, 문자, 춤, 놀이, 문학, 철학, 등 체계적인 계획과 구성으로 사회단체나 지역문화가 활용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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