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회 세계생명문화포럼 참관기

강지영|경기문화재단 참관요원

생명이란 무엇인가.
누구나 생명을 얘기하지만 우리는 과연 달리는 자동차를 정지시킬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2004년 제2회 ‘세계생명문화포럼’이 ‘한국의 생명담론과 실천운동’이라는 주제 아래 지난 11월 12일(금) ~ 14일(일) 사흘간 경기도 파주시 출판문화단지 내 아시아출판문화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무엇보다 ‘실천’을 중요한 사안으로 두고 생명문화에 관한 담론을 일반시민의 영역에서 고취시키고자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시도로 진행되었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와 자연

생명문화포럼에서는 지구의 생명을 거슬러 올라가 시원에서부터 되짚어보고자 하는 이들의 대화가 시작되었고, 자연의 생명성과 인간의 유비적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자로서의 예술을 재발견하였으며, 일상생활 속에서 구체적인 실천 사안들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생명문화담론이 생겨난 배경에는 문명의 발전이 이루어지는 동안 우리가 간과하여 왔던 근본적인 문제들-과학기술과 인간윤리의 문제, 자연과 생명, 환경오염의 심각성, 기후와 식량문제 등-에 대한 심각한 각성이 먼저 있었다. 생태계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출발하여 동양적 사유에서 펼쳐진 이번 포럼은 생명담론과 그 실천이 소수의 관심 있는 이들만이 아니라 시민의 차원에서 각성되고 일상에서부터 실천되어야한다는 점을 일깨워주었다.

전체적으로 학문적 탐구에서부터 예술적 접근, 실천적 운동에 이르기까지 학자, 예술가, 실천가, 일반시민이 함께 어우러져 이루어진 발제는 이성과 동시에 감성을 자극하는 시간이었다. 다소 학술적인 면에서 비전문적이라 할지라도 농민인 전경식 씨의 땅을 경작하며 자연 속에서 생명력을 느꼈던 체험은 과연 생명이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해 볼 때에 그 답을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생명살림의 먹을거리와 밥상머리 공부’라는 발제에서는 2층의 어린이 그림체험마당에 아이들을 데리고 온 주부가 강연을 듣기 위해 올라오는 등 청중들의 관심과 적극성을 엿볼 수 있었다. 질병과 음식의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하고 유기농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한편, 이번 포럼의 특징은 80년대 ‘민중’이라는 이름으로 전개되었던 문화운동의 21세기적 양상으로도 볼 수 있었다. 생명과 생태에 관한 접근 및 문화행사의 특징이 동양적인 것과 전통의 계승, 민족성, 실천적 운동에 집중되어 있었고 생명에 관한 담론들도 동양적 사유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바로 여기에 이 행사의 독창성이 있지만 동시에 이것은 행사의 한계성 및 생명과 생태적 사유에 편협한 시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이것은 문화행사에서 크게 엿보였다. 오프닝 공연이었던 모심굿, 행사기간 내내 다목적홀에 마련되었던 신당은 생명문화의 예술 형태로 다가오기 보다는 ‘생명’이라고 이름만 바뀐 완화된 ‘민중예술’의 한 형태이자 주술적인 의미가 강하게 전해져서 생명에 관한 담론이 과학기술의 위력 앞에 미약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신화와 주술로 상징되는 원시 세계 혹은 자연으로의 회귀가 생태적인 삶과 동일한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지금 발 딛고 있는 곳에서 생명에 대한 사유를 열어가야 하며 자연적 삶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자연에 대한 각성으로써 실천하는 삶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원초적이고 거칠지만 신선한 자연과 효율성과 시간절약을 가능케 해주는 기계적인 것 사이의 균형을 이루어가야 하는 것이다. 실제 토론의 자리에서는 대안에너지와 유기농의 방법론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들이 오고갔으며 행사장 내에는 전기자동차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또 다른 문화행사로, 어린이 미술체험마당과 한강습지탐방, 연날리기, 전시 등이 있었다. 어린이 미술체험 마당에서는 폐품을 이용한 이상도시 만들기 및 물결그림 채색, 탁본을 하였는데 이러한 공동작업 속에서는, 예술 체험을 통한 어린시절부터의 교육이 어떤 실천적 운동보다 효과적이겠구나 생각되었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물결그림의 경우 김봉준 화백이 이미 스케치를 한 위에 아이들은 채색만 하여 다소 수동적인 느낌을 주었는데 적절히 여백을 두어 ‘자연’ 혹은 ‘함께’ 라는 주제 아래 아이들 스스로 채워 갈 수 있게 하였으면 더 좋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밖으로 나가 적절한 바람의 세기와 흐름을 이용한 연날리기는 자연과 더불어 할 수 있는 놀이로 좋았다.

이번 행사는 모처럼 서울에서 벗어나 높고 넓은 하늘을 느끼며, 지금 여기 살고 있는 우리와 지구에 대한 생각을 심어준 밀도 있는 자리였다. 행사가 끝나고 나오는 길의 해질 무렵 고요 속에서, 땅을 일구는 마음으로 우리 이기심을 갈아엎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문득 하늘로부터 한줄기 바람과도 같은 호흡이 전해져왔다. 변화는 개개인의 각성과 개선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제, 행사시간 동안 제기된 문제들 속에서 생각할 시간과 일상에서부터 지속적인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강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