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과 교사 양성

김찬호|서울시대안교육센터 전문연구위원

아르떼 주 : 아르떼 웹진 1호의 인터뷰에는 문화예술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사 스스로가 느끼고 흥미를 가져야 한다”(이창동 전 문화부장관)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문화예술교육과 대안교육에서의 요구되는 교사의 역할과 자질은 닮은 점이 많습니다. 서울시 대안교육센터 김찬호 전문위원도 “교사 스스로 배움의 즐거움과 호기심에 가득 차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자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대안교육과 교사양성에 관해 김찬호 전문위원의 글을 싣습니다.

한국사회에서 대안교육 운동이 출범한지 어느덧 10년이 되어가고, 그동안 많은 학교들이 출현하였으며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의 시도들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성장과 함께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교사 교육이다. 그 상황은 이러하다. 많은 교사들이 의욕적으로 대안교육에 입문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자신이 소진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육체적으로 너무 힘든데서 오는 고달픔이기도 하고, 아이들의 마음과 생활 세계에 밀착되어 에너지를 쓰는데서 오는 피로감이기도 하다. 대안교육의 공통된 철학은 아이들은 스스로 자라나는 힘을 지녔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의 임무는 그들에게 좋은 친구 내지 길잡이가 되어주면서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것은 어느 정도는 맞다. 대안학교에 온 아이들은 기존학교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주어지는 자유를 만끽하며 정기를 회복한다. 그리고 자신을 대등하게 존중해주는 교사들의 인격을 접하면서 어른과 세상에 대한 신뢰를 쌓기 시작한다. 그러한 에토스 속에서 아이들은 자기 안에 숨어 있던 잠재력을 하나 둘씩 발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 두 해가 지나면서 그러한 환경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아이들은 뭔가 새로운 것을 찾기 시작한다. 기숙형 대안학교의 경우 대중문화와 소비 공간을 일상적으로 접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지루할 수 있다. 그러한 무료함을 이길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배움의 즐거움이다. 바로 여기에서 교사의 능력이 질문되는 것이다. 인간적이고 친근한 벗의 역할을 넘어서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정신세계를 풍부하게 확장해줄 수 있는가?

대안학교는 이제 학습의 질로서 승부해야 하는 단계에 왔다. 교사는 아이들의 지적인 성장을 책임지고 이끌어야 한다. 교사는 아이들의 뒤치다꺼리를 기꺼이 하면서 인품으로 감화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학습의 장인으로서도 권위를 가져야 한다. 아이들을 광활한 지성의 세계로 인도하면서 발견의 기쁨으로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그를 위해서 방대한 지식을 소유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교사 스스로 배움의 즐거움과 호기심에 가득 차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자질이다. 그리고 길잡이 교사의 경우, 아이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읽고 디자인하는 상담 능력과 함께 그들의 관심과 잠재력을 파악하면서 학습을 기획하고 성장의 경로를 구상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가 아이들을 만나는 접점은 다양해야 한다. 지금까지 주로 마음과 마음의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심에 놓여 있었다고 한다면, 앞으로는 지적 차원에서도 생기 있는 상호작용이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몸과 몸의 어우러짐이다. 대안학교 교사들은 관념적인 성향이 강하고 엄숙주의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기를 풀어헤치고 아이들과 존재 그 자체로 만나는 몸의 언어가 빈곤하다.
앞으로 어떤 교사가 필요한가? 교사교육은 어떤 교사상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는가? 아래와 같은 키워드로 정리해보면 어떨까 한다.

마음 상담과 정서적인 교류 아이들에 대한 신뢰와 개방적 인품
머리 학습의 기획과 성장 경로의 구상
흥미로운 수업의 설계 및 운영
풍부한 데이터베이스와 네트워킹
지적인 호기심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존재와 행위로 섞이는 만남 스스로 삶을 즐기는 문화 생산력

앞으로 교사 교육을 구상하면서 초점으로 생각해볼 만한 것 몇 가지를 추려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자아의 형성 과정 성찰

대안학교 교사의 가장 큰 어려움은 그 자신이 기존 교육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한 비판의식을 지니고 있지만, 대안적 가치를 온전히 체득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차원에서 대안교육의 이념을 잘 알고 지향하지만, 그것을 구체적인 수업 장면이나 소통 상황에서 실현하는 노하우는 충분하게 갖추지 못했다. 따라서 우선 기존의 교육을 통해 형성된 자아의 생각과 심성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배운 것을 거꾸로 풀어내면서 객관화하고 해체하는 ‘unlearning’, ‘deprogramming’의 과정인 것이다.

(2) 아이들의 마음과 사회적 트랜드 읽기

대안학교 교사는 공교육 교사와 달리 특정 교과목만을 책임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아이들의 개별적인 상황과 요구 그리고 능력을 파악하면서, 그들이 앞으로 어떻게 인생의 길을 찾아가야 할지를 함께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읽을 수 있는 감수성이 있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숨 가쁘게 변화하는 세계의 조류를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 교사의 전문성은 어디에 있는가?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면서 자신의 역량을 심화하고 확대해가야 한다.

(3) 준거 집단으로서 교사 커뮤니티

형식화된 프로그램만으로 교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꾀하는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그것을 보완하는 방안으로 교사들이 일상적으로 소통하고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커뮤니티를 꾸리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거기에서 교사들은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고 지적인 자극을 주고받을 수 있다. 또한 자기 해석의 언어를 획득하면서 의미를 생성할 수 있으며, 정서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경험이나 노하우에서 앞선 교사가 다른 교사에게 멘토가 되어 주면서 역량을 키워갈 수 있다. 교사가 되려는 이들도 처음부터 바로 어느 학교에 바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커뮤니티에 일정 기간 머물면서 보다 큰 시야에서 학교를 신중하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4) 경험의 확장

교사라는 직업군의 특징은 태어나서 학교 이외의 사회를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한 농밀한 체험이 없이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이 근대 교육의 한계라면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안학교 교사에게는 인생의 경험이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된다. 50대 초반의 어느 교사의 경우 자신의 육아 경험이 지금 아이들을 만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겪은 시행착오를 되돌아보면서 아이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다 넓게 인식하면서 기다려줄 줄 아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다. 직장 생활의 경험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또한 지역 사회에 관심을 갖고 주민으로서의 활동을 해본다든지, 시민운동에 참여하는 것도 교육이라는 한정된 틀에 얽매이기 쉬운 교사의 시야를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훌륭한 교사는 어떻게 키워질 수 있는가? 일정한 기간 동안의 집중적인 프로그램으로 과연 그러한 자질이 형성될 수 있는가? 교사를 키우는 것의 “8할”은 무엇인가? 현재 대안학교에서 보람을 느끼고 나름대로 성과를 내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크게 보아 두 가지다. 하나는 교사가 되기 이전에 이미 형성되어 있었던 자아와 축적된 경험, 그리고 다른 하나는 현장에서 직접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고민하고 체득한 노하우, 그 문제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파고든 공부다. 스스로 교사로서의 내공을 충실하게 다져가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강좌라 할지라도 좋은 교사를 키워낼 수 없는 것이다. 왜 그런가? 교사는 기계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기능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사는, 더구나 대안교육 교사는, 아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함께 삶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따라서 자아에 대한 이해의 깊이와 밀도가 교육의 질을 좌우한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끊임없는 성찰과 깨달음으로 심화되는 것으로서, 연수 프로그램의 효과도 그에 비례하여 나타나는 것이리라.

김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