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해보는 수능 부정사건

전효관|아르떼 기획운영단장, 시민문화네트워크 ‘티팟’ 대표

수능 부정 사건으로 온 사회가 소란스럽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수능 부정 사건은 이 사건이 일어났던 광주 지역을 초상집 분위기로 만들었다고 하고, 지역의 사회 원로라는 사람들이 나서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또 이번 사건에 연루된 학생들을 사회적으로 몰아치면서 가설이 총동원되어 청소년들을 범죄 집단으로 몰고 가고 있다. 언급하고 싶지도 않은 교육부는 수능관리체제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떠들고 있다.

이 사회적 소란을 지켜보면서 나는 대학 입시 제도가 그토록 순수한 것이었는지, 공정한 경쟁 룰을 가진 것이었는지 질문하고 싶어진다. 최근의 사건에서도 확인된 것처럼 고교등급제 적용 논란은 대학들이 룰을 파기하고 조직적인 입학 부정에 가담한 것이었으며, 대학 입학에 영향을 미치는 <자원봉사 확인증>이 현장에서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족집게 과외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한국사회 천민적 부유층들의 행태 역시도 대학 입학에 정당하지 않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 논술 등의 과정에서 출제 유력교수들의 제자들이 상한가를 치고 있다는 것도 대개 다 아는 비밀이다. 또 작년에 확인된 바와 같이 특정한 대학의 특정한 교수의 줄을 타고 사교육 시장에 근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수능 출제위원을 하기도 한다.

대체 한국사회에서 대학 입시 제도나 수능 따위가 원래 순수하거나 공정하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런데 왜 그렇게 사회적으로 분노하는가?. 수능 때문에 자살하는 아이들이 속출해도 무감각하던 사회가 이처럼 수능 부정에 대해 열을 올리는 것은 심층적으로는 그들이 유지하고 싶은 학벌 시스템이 잘 관리되어야 한다는 어긋난 욕망 때문은 아닐까? 또 국가 시스템이 개인들이 소지하고 있는 휴대폰에 의해 무력화되었다는 짜증섞인 허탈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극한으로 치달아가는 경쟁 체제를 유지하고 싶은 기득권 연합 세력이 입시 제도의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에 대한 공포감은 아니었을까?

현재의 수능과 입시제도가 왜 유지되어야 하는가? 현재의 입시체제는 청소년의 신체적, 정서적 왜곡에 가장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 만일 수능 부정에 가담한 학생들이 죄가 있다면 현재의 입시체제 역시도 그들이 지탄받는 만큼 죄가 있다. 이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교육부도 마찬가지다.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새삼스럽게 깨우쳐 주는 것이 있다면 현 입시제도가 아이들의 욕망을 어떻게 왜곡했는지에 대한 통렬한 고발일 수 있다. 현 입시체제가 지속되는 한 새로운 신종 아이디어를 구하려는 아이들의 노력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점수와 입시가 모든 것을 담보로 잡고 있는 현실을 개혁하지 않고 대체 무엇이 바뀔 수 있다고 기대하는지 아연하다.

더 이상 문제를 개인화시키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학생들에게 수능이 어떤 의미인지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청소년 인권의 차원을 넘어 생존권의 문제일수도 있는 현 입시체제를 극복하는 학생들의 주체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현실을 넘어서야 한다. 아이들의 삶과 권리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고하지 않는 이야기들이 더 이상 범람하도록 방치해서는 안될 지경에 이르렀다. 청소년 인권 단체, 학력 폐지를 위해 노력하는 단체, 이 현실을 못견뎌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 모순된 입시체제를 전복할 준비를 해야 한다.

분명하게 말하자면 사회 전체가 공정하지 않고 부정하다. 교육이 정당함에 대한 감각을 형성시키지 않고, 교육을 관리하는 부서가 ‘마피아’라고 불리고, 교육에 개입하는 사교육 시장과 학부모들의 공모가 교육 자체를 이미 부정한 형태로 구조화시키고 있다. 수능 부정을 계기로 기존의 주체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다른 주체들의 목소리가 드러나야 하며, 그래서 새로운 대안을 찾아나갈 시민적 연대틀을 재구성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은 개인의 부정에 열을 올리지 말고 대안을 찾아가는 진지함이 정말 필요하다.

전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