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의 새로운 파트너, 미술관교육 전문기관 – 미술관 교육연구소 인투뮤지엄

김혜인(인투뮤지엄 학예연구팀)

미술관 속으로!

인투뮤지엄(in2museum)은‘미술관 속으로’라는 뜻으로, 미술과 교육을 중심으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자문, 운영, 연구하는 미술관교육연구소이다. 2000년 아트선재센터 교육팀으로 처음 활동을 시작해서 지난 2004년 9월에 독립연구단체가 되었다. 미술관마다의 성격이 명확하지 못한 현 시점에서 특성화되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기관의 성격을 분명히 전달하고, 어린이부터 청소년, 성인, 소외계층들이 조금 더 친근하고 다원화된 방식으로 미술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전문가 양성을 통한 사회문화예술교육의 전국적인 확산. 이것이 미술관교육연구소 인투뮤지엄의 목표이다.

현재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마로니에미술관, 대안공간 풀, 일반회사의 사내재교육 프로그램 등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자체사업으로 학교와 연계하는 청소년 프로그램, 사회문화예술교육, 교사연수프로그램 등이 있다.

어린이를 위한 다채로운 미술맛보기

인투뮤지엄은 어린이, 청소년, 성인 대상의 프로그램과 더불어 학교 및 지역사회와 소외계층 등을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연구하고 있다. 우선 어린이와 청소년교육은 공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인 학교연계프로그램과 이벤트, 그리고 개별참여가 가능한 워크숍 등으로 구성된다. 기본방향은 미술의 내용과 형식에 관계없이 오감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시와 미술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움직이는 미술관> 프로그램은
교실에서 사전학습을 진행한다.

대규모 학교연계프로그램인 <움직이는 미술관>은 학교로 직접 찾아가는 형태로 미술관과 학교의 지역적 한계와 괴리감을 극복함으로써 문화접근성을 강화한 프로그램이다. 전시와 관련된 현대미술의 분야에 대해 미술관 에듀케이터가 직접 학교 교실로 찾아가 설명해주고, 미술관으로 이동하여 전시를 관람하는 방식이다.

<새싹들의 놀이터>는 매년 소외아동들을 위해 여름방학 기간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지방의 문예회관이나 문화의 집 등에서 진행하는 어린이 워크숍 프로그램 등 문화예술을 경험할 기회가 별로 없는 지역의 아이들을 위해 진행된다.

개별 참여가 가능한 <미술관은 놀이터>는 현대미술작가와 다양한 예술분야의 작가들(무용가, 음악가 등)이 함께하는 어린이 워크숍 프로그램이다. 초등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현대미술작가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전달해주고, 다양한 워크숍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무한한 미술적 상상력과 예술 향유 습관을 키울 수 있게 해준다.

청소년에게 비전을

문화예술관련 직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학교연계프로그램의 일환인 Vision & Inspiration은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현대미술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살아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이 프로그램은 예술과 관련된 전문직업과 분야에 대해 알아보고, 전문가와 만나보는 과정을 통해 청소년에게 비전과 꿈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이다. 영상과 텍스트를 이용한 사전교육을 실시하고, CF, 큐레이터, 순수작가, 애니메이션, 패션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학생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지금까지 TTL 광고 등을 제작한 박명천 감독,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를 제작한 김문생 감독, 패션디자이너 박윤정, 순수작가 이불, 최정화 등 그 분야의 최고전문가들과 청소년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왔다.

이 프로그램은 특히 학교 교사와 학생들, 에듀케이터가 사전 기획단계에서 함께 회의를 하면서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학생들이 가장 만나보고, 알아보고 싶어 한 분야들로 구성되었다. 2001년부터 예원학교와의 4년간의 시범운영을 거쳐 2005년 문예진흥기금사업으로 선정되어 현재 지방예술학교 및 일반 중·고등학교로 확대 실시하고 있다.

[Vision & Inspiration]은 다양한 미술관련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과 청소년의 만남으로 이루어진다.

성인을 위한 프로그램

성인 대상 프로그램의 경우는 미술전공자들만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에서 탈피하여 많은 일반인들이 좀더 쉽게 현대미술을 접하고 이해하고, 자신과 가까운 일상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문예진흥원 마로니에미술관에서 진행되는 <도슨트 프로그램>은 일반인들이 미술관 도슨트로 활동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프로그램으로, 전시와 관련한 현대미술 전반에 대한 이해와 전시 작가 및 작품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중심 내용으로 한다.

성인대상 도슨트 프로그램

일반인들이 전문적인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하고, 미술관과 현대미술 속으로 뛰어들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외에도, 대안공간 풀에서 진행되는 Club_Art & Text는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현대미술작가를 1명씩 선정하여, 작가와의 만남, 비평가와의 만남 등을 통해 일반인이 스스로 그 작가에 대해 비평문을 써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술작품의 가치와 의미를 파악해보고,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으며, 적극적인 미술의 향유자로서의 일반인을 키워나가고자 마련되었다.

기관별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라

인투뮤지엄이 연계하는 기관별 프로그램 기획은 명확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한다. 즉, 기관 자체의 성격 및 미션이 교육프로그램 내용과 밀접히 연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미술관의 전시와 연계하여 진행되는 각종 프로그램은 많은 사람들에게 현대미술이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런 만큼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미술관에 대한 인지도와 만족도가 높아지는 결과를 볼 수 있다.

이는 교육프로그램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결과에서도 드러난다. “프로그램 참가 후 가장 달라진 점은?”이란 질문에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과 자신감이 생겼다’는 의견이 38%, ‘미술관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였다’는 답변이 41%로 미술과 미술관에 대한 인식변화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평소에 미술관 전시를 관람할 때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에 대해 57%가 ‘‘전시 및 작품에 대한 설명부족’을 선택했다는 점에서도 미술관에서의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필요성과 역할을 볼 수 있다.

미술관, 또는 학교와 연계하기

하지만 국내 미술관의 여러 실정으로 볼 때, 기관 내에서 다양한 내용과 구성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기는 힘들다. 교육프로그램은 그 대상과 내용, 구성에 따라 전문적인 에듀케이터의 체계적 교육과 관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인투뮤지엄처럼 전문 에듀케이터들의 연구 집단이 지속적인 운영과 관리, 새로운 프로그램 기획 등을 맡고, 미술관 등과 연계하는 방식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접근을 통해 실제로 미술관의 전시 관람객의 수적 증가와 인지도 향상, 지역사회 내에서 미술관의 인식 변화 등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목격하는 중이다.

교육프로그램에 있어서 중요한 연계축인 일선 학교와의 협업도 중요한 부분이다. 이는 제도교육으로서의 미술교육 안에서 미술관 교육이 역할을 하기 위함이다. 학교와의 연계작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의 자세와 이해가 중요한데, 그 정도가 학교연계 프로그램의 성과를 좌우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투뮤지엄의 학교연계프로그램의 경우 단순히 미술관이 학교로 가거나 학교가 미술관에 오는 정도의 소극적 자세가 아닌, 학교에서 채울 수 없는 부분을 미술관이 대안교육의 차원으로 담당하는 형태이다. 이를 위해 학교 교사, 학생, 미술관 에듀케이터들이 기획부터 운영까지 함께 연구하고 제안하는 과정을 통해 현실적용이 가능하며, ‘지금 가장 필요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학생들의 실정에 맞는 내용구성과 함께 교사들의 인식 변화, 그리고 미술관 교육프로그램이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가 동시에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연계작업의 선행 조건

이러한 연계작업 전반에서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미술관 교육프로그램과 에듀케이터에 대한 인식개선이다. 미술관과의 연계작업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전시와 연계해 진행되는 대부분의 교육프로그램을 위한 실무협조가 힘들다는 것이다. 전시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대부분의 미술관은 아직까지도 교육프로그램을 그 하위개념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수익사업의 차원에서 적용하려고 하는 곳이 많다. 즉, 전시기획 단계부터 교육프로그램이 함께 기획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후위로 밀리고, 교육적 차원보다는 수익과 홍보적 차원에서의 고려가 우선되기 때문에 단순히 관객 늘리기의 차원으로 폄하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모든 교육이 그렇듯이 미술관 교육프로그램 또한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단기간에 금전적인 수익은 더욱 어렵다. 언젠가는 사회교육기관이자 공공기관인 미술관의 역할과 관계된,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이익이 창출될 거라는 안목을 갖춘 장기적인 투자와 인식이 절실하다.

또한, 학교와의 연계작업에서 미술관 에듀케이터가 담당하는 분야의 특수성을 교사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전시작품에 대한 설명을 조금만 주면 그 정도는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다든지, 현대미술이라는 것은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할 필요가 없다든지, 학교에서 이미지로 보는 것과 실제 작품을 보는 것이 뭐 그리 큰 차이가 있겠느냐, 하는 생각과 학교 밖으로 나서는 것의 불편함 등 때문에 많은 교사들은 미술관 참여를 꺼린다. 하지만 실제로 프로그램에 참여해 본 교사들의 반응은 확연히 다르다. 교과서에서 볼 수 없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대미술을 아이들이 직접 만져보고, 체험해보고, 함께 호흡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한번 참여를 했던 교사들은 지속적인 참여 의향을 보인다. 체험과 감상, 학습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미술관 교육프로그램의 특징을 이해하고 그 다양성을 수용하는 것, 이것이 모든 미술관 교육프로그램의 첫걸음일 것이다.

미술관 교육, 고민은 계속된다

미술관 교육프로그램은 미술관이 일반인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수용 가능한 형태로 풀어내는 것이다. 또한 문화예술교육의 차원에서는 사회 전반에 걸친 평생교육의 적절한 형태로 주목받고 있는데, 어린이부터 성인, 노인까지 지역주민과 시민들이 미술관을 놀이터처럼 이용하게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미술관을 찾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지역의 장년층 어른들이 작품을 설명해주고,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항상 진행되고 있어 자유롭게, 어느 때나 찾아올 수 있는 미술관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일반인들과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는 에듀케이터들은 조금이라도 더 쉽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교육프로그램 참가자들의 변화는 6년여 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일반 주부였던 참가자들 중 일부는 지금까지 미술관의 전문 도슨트이자 어린이프로그램 교육 강사로 활발히 활동 중이며, 중학생 때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 아이는 고등학생이 된 지금 자신의 장래를 고민하면서 그때 만났던 강연자의 말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전문가를 위한 교육과정과 사회문화예술교육 차원에서의 프로그램을 강화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많은 미술관 및 박물관에서 다원화된 교육과정이 생성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하는 전문가를 양성하여 그 파급효과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시범사업으로 실시하는 연구학교와의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좀더 다양한 학교연계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홈페이지:www.in2museum.com

김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