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주:오늘 좌담은 문화예술교육의 차원에서 축제를 논의해보는 자리입니다. 축제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해 오셨던 이규석 선생님과 안이영노 선생님을 모셨구요,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을 통해서 지역축제 얘기 들려주실 김혜령 선생님, 그리고 창동고등학교의 학교축제와 영화동아리 지도 경험 등을 들려주실 이종원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먼저 김혜령 선생님께 자라섬 얘기를 들어볼까요.
김혜령: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은 올해가 삼 년째에요. 올해는 9월에 하는데, 지금 한창 바쁜 때죠.(웃음) 저희 단체에서는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사실 원래는 저희가 AMP라는, 서울에 있는 공연 기획사였는데요, 가평군청에 계신 문화교육 담당 주사님이, 가평에서 재즈페스티벌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시고 저희에게 요청을 하셨어요. 우연히 저희 대표님이 한겨레문화센터에서 강연하시는 걸 들으시고 재즈에 매료되셔서 요청을 하셨어요. 그래서 저희가 진행을 하게 됐구요, 근데 그게 반응이 좋아서 사단법인까지 만들게 되었죠. 그 안에서 축제도, 문화예술교육도 담당하고 있구요. 가평군에서 먼저 제안했다는 점에서, 아마 한국에서 가장 특이한 케이스일 거예요. 해가 갈수록 욕심이 많아져서, 서로 잘 싸우기도 하구요. (웃음) 다른 데보다 지자체랑 잘 되고 있는 건데, 담당자들이 바뀔 때마다 새로 시작해야 해서 그게 애로사항이죠.
안이영노:재즈페스티벌이라 마니아 분들이 많이 오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민 분들도 많이 오시죠? (웃음) 작년에 경기문화재단에서 지원을 해서 지역축제발전상에 대해서 포럼을 한번 했었어요. 남양주 영화제, 과천 마당극제, 이런 사례들이 발표되었는데, 지자체 선거로 단체장이 바뀌고 하면 사람도 바뀌고 축제 이름도 다 바뀌는 경우들이 생기죠. 그런 면에서 문제들이 되는데, 자라섬의 경우 참 독특한 모델인 것 같아요.
저희 문화정책연구소 소개를 잠깐 해드리면, 정부에서 볼때 민간연구소 중에서 우리나라 문화정책을 제대로 얘기해줄 수 있는 파트너 단체가 없어요, 저희는 민간영역에서 그런 역할을 하는 거구요. 출신 중의 7할 정도가 예전 민예총 쪽에서 나왔기 때문에 조금 색깔이 있었고, 지금은 안 그런 편이구요. 저는 이사로 일하고 있고 4년쯤 되었죠. 저희의 강점은 지역문화예요. 저희는 연구소에 고용을 해서 일하는 형태가 아니고, 125명 정도 회원으로 계신 분들이 프로젝트에 따라서 다양하게 참여하세요. 연구소 운영하는 시스템이 독특한 거죠. 직원을 많이 둬서 연구용역을 하는 게 아니구요.
이규석:원래는 저도 축제 기획을 주로 했었는데, 올해 직업이 바뀌어버렸네요.(웃음)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주로 문화부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재단법인입니다. 문화부에서 하고 있는 예술경영 컨설팅 사업이나 문화부에서 지원 하는 국고지원사업 평가사업, 문화예술교류 국제교류사업, 이런 일들을 주로 하죠.
<!–(이규석 센터장은 1998년부터 시작된 독립예술제를 매년 기획해왔다. 독립예술제는 2002년부터 서울프린지페스티벌로 이름을 바꾸고 확대되었다.)
안이영노:이규석 선생님이 독립실험적인 청년예술단체, 언더그라운드 활동하는 사람들이라든지, 자본으로부터 벗어나서 독립적으로 창작하는 집단들, 이런 집단들을 모아서 홍대 앞에서 계속 만들어 오셨는데요, 사람들이 프린지라든지 비주류예술, 이런 걸 따로 생각 안 해도, 그런 축제를 통해서 학습이 되는 것 같아요. 와서 보고, 교류해서 공동으로 행사를 만들어가는 것들이. 분명히, 학교축제나 청소년 축제가 아니더라도 축제를 하게 되면 학습적인 기능이 큰 것 같아요. 재즈페스티벌이 만들어져서 재즈가 촉진되는 것과 똑같은 거죠.
이종원:축제활동이라는 게 3-4년부터 정부 정책에 의해서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 같아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도 연극과 무용, 국악, 영화, 이런 영역에서 예술강사를 지원하고 있고, 서울문화재단도 3년 전에 청소년 벤처동아리를 육성한다고 해서 출범을 했거든요. 또, 대한청소년연맹에서 작년에 제5회를 맞은 전국 청소년 동아리대회를 개최하고 하는데, 모두 몇 년 사이에 불거진 일들입니다.
청소년들에게 이러한 문화교류의 장을 준다든가 발표할 수 있는 기회나 저변을 확대하는 것은 공감되고 좋은데, 문제는, 일단 대학 입시예요. 학부모들이나 교사들이나 교장이나 시선이 따갑죠. 축제한다고 하면 몇 주간 수업분위기도 안 좋고. 작년 재작년에 저희 학교가 1지구 간사학교로서 제가 노원구 도봉구 특별활동부장 회장을 맡았었는데, 축제를 할 때마다 선생님들 사이에서 매번 토론되는 게, 어떻게 학생들의 일탈행위를 막느냐예요.
학생들로 봐도 그렇죠. 입시라는 게 엄청난 중압감이에요. 그 아이들이 가진 정열을, 끼를 발산할 수 있는, 동아리로 끌어들일 수 있는, 그야말로 정책이 필요하거든요. 아이들에게 특기 적성, 특기 적성, 말은 하는데,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는 거죠. 아이들에게 여건을 조성해주고, 환경을 조성해줘야 됩니다. 그런 환경이 조성되면 그야말로 학부모도 학교도 교사도 선생님도 일체가 될 수 있는 공동체적인 운영이 가능하거든요.
(이종원선생님은 창동고등학교에서 영화제작반과 방송반 등을 지도하고, 학교축제인 해등제 및 영화제 등을 진행해왔다.)
창동고등학교 이종원 선생님
안이영노:교육진흥원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 부천문화재단 청소년수련관이 2001년에 부천지역의 학교들을 모아서 학교축제 잘 만들기라는 걸 하기 시작할 때, 그때 제가 몸담고 있던 곳이 <에이스벤추라>라는 청소년문화교육연구소인데, 거기서 국내 최초로 학교축제 잘 만드는 법이라는 교안을, 교재를 만들었어요. 부천지역 5개 고등학교를 가지고 교사들과 교류하면서 학교축제 만들기를 했는데, 지금 이종원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 같은 고민을 말씀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문화예술 하는 사람들이 학교 축제를 잘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구나, 교사들의 속앓이라든지, 입시문제라든지, 추상적으로 알고 있던 문제들이 처음으로 피부에 와 닿은 거죠. 지금은, 축제가 실제 아이들의 몸에 와 닿는 감성이라든지 예술적 감수성이라든지 문화적 해득력이라든지, 어떤 기능을 할 거라는 점으로 논의가 불거지기 전 단계라고 생각해요.
김혜령:신기하게도, 저희는 센터라는 법인 산하에 가장 큰 사업 두개가 자라섬 재즈페스티벌과 학교문화예술교육인데도 불구하고, 그 두 가지가 특별한 연관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얘기하시는 걸 듣고 있으니까 가평지역에 있는 학교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어떤 축제를 하나, 생각을 해봤는데요, 선생님이 얘기하신 거나, 학교문화예술교육과 관련된 사업을 추진하시는 선생님들이 하시는 것 같은 발전된 모델 같은 게, 가평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어요.
가평에서 재즈페스티벌 한 후로 한 가지 달라진 점은, 학교 선생님들도 조금씩 관심을 가지세요. 축제 때 다른 공연을 보는 거 대신에 재즈와 관련된 어떤 공연을 보려고 문의하시는 분들이 생기고 있죠. 그런데 자발적으로 축제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고민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도 신경 못 썼구요. 하지만 저희가 하는 학교문화예술교육은 다 음악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일단 학생들이 페스티벌에 참여해서 공연을 하거나 하는 사례들은 있지요, 작년에도 그렇고. 이런 걸 넓혀가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저희가 학교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지원하는 학교들이 있고, 그 중에서 가평고등학교 빅밴드가 있는데요,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했거든요. 메인무대, 오프닝 때. 무대에 올라간 친구들만 35명이었구요.
안이영노:저도 가서 가평에 있는 주민들이 아이들 손잡고 오는 것 보고 그랬는데요, 아이들 그런 축제를 보고 자라는데, 5년 지나면 애들 금방 청소년기잖아요. 애들은 금방 달라진다구요. 가평에서 이제 15년 후에 위대한 재즈아티스트 하나 나오면,(웃음) 안 그러리란 법은 없죠. 가평이 재즈와 전혀 상관이 없는 곳인데, 문화예술 단체들이 들어가서 주는 충격이 있고, 의외로 지역 주민들이 굉장히 좋아하세요. 작년에 조사하면서 봤더니 축제를 통한 문화예술교육의 좋은 사례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이종원:학교에서도 역시 소수의 아이들의 발표에 의해 다른 학생들 전체가 문화를 공유하는 건데요, 예술을 공유하고, 같이 공동체가 되고 즐기는 거예요. 우리 친구들이 저런 것도 하고 있구나, 그런 것도 알게 되고, 그만큼 문화적인 시야가 넓어지는 거죠. 그런 방면은 앞으로도 계속 바람직 한데, 사실 학교에서는 여러 가지 고민들이 많기 때문에, 축제에 대해서는 학교마다 한 발짝씩 물러서려고 하는 경향이 있지요.
사실 학교축제가, 선생님들에 의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에요. 지금은 이미, 특히 어느 학교나 보컬이나 댄스동아리나 풍물동아리, 이런 건 다 있어요. 연극, 합창, 이런 것들이요. 그런데 아직까지도 축제가 진행되는 걸 보면, 잘하는 학교 애들을 초청해서 하니까, 결국 반 이상이 다른 학교 애들의 잔치가 돼버리기도 해요. 그러니까 엉망이 되죠. 돈을 들여서 초청을 하고. 결국은 학부모나 학교 측에서는 딴 애들이 많이 와갖고 이상한 복장을 하고 이러는 게 아주 보기 싫은 게 돼버리기도 하죠.
안이영노:요즘은 외부에 있는 다른 학교 동아리나 학생들이 와서 무대에 서는 걸 제한하거나 없애는 경우가 훨씬 많더라구요. 오히려 그것보다 자기들이 하는 행사를 어떻게 주변 학교들에 개방해서 우리 잔치에 들어오게 하는가, 하는 잔치 개념이죠. 자기들끼리 얘기를 해서, 너무 스타들이나 잘하는 애들만 세우지 말자, 이런 논의를 하기도 하구요. 또 축제를 끌고 나가는 게, 기획단이 주가 되는 유형과, 동아리연합회가 중요한 기능을 하는 곳과, 학생회가 그걸 다 해버리는 곳이 차이가 있더라구요. 상대적으로 학생회가 아닌 아이들이 배제되는 경우가 가장 낡은 유형이구요, 반면에 동아리나 기획단에 시간을 주고, 한 땀 한 땀, 명령을 하달하는 게 아니라 애들 생각을 듣기를 원하는 곳들이 있지요.
이종원:그런데 동아리 기획이 어려운 게요, 축제가 진행되면 프로그램에 순서가 있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이 흩어져버리고 더 큰 공연에 가버리고 하는 일들이 생기죠.
안이영노:그걸 짜는 기획단이나 동아리연합회가 가져야 될 역할이, 축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훈련을 받는 거라고 생각해요. 축제 만드는 과정에서 선생님이나 학생회 몇몇이 프로그램을 짜주고 학생회가 인기 없는 밴드와 인기 있는 힙합그룹 사이에서 프로그래밍, 시간과 공간을 배정해주는 걸 고민하는 게 아니라, 서로 협의해가는 결사체적인 과정이요. 선생님들은 끝까지 기다렸다가 맨 마지막에 얘기해도 되는 거거든요. 이런 과정에서 선생님부터 아이들까지 협조와 상의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시민사회의 경험을 한다는 거거든요. 그거는 교사들이 굉장히 힘 드는 작업인데, 여러 학교들 보고 청소년 축제들 보면서, 역시 핵심은 선생님들 역할이더라구요. 선생님들이 어떻게 지도교수가 아니라 멘토나 서포트 해주는 역할을 잘 해주는가, 얼마나 인내심을 갖고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는가에 따라서 굳이 얘기하자면 좋은 축제와 나쁜 축제가 나눠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문화정책연구소 안이영노 이사
이종원:동아리기획단이라고 할 때, 대표들이 모여서 하는 건 좋아요. 저희 같은 경우는 학생회에서 동아리회장들을 모아가지고 어떤 공연을 할 것인가 의논을 하고 기획을 하거든요. 또 저희 영화제작반 같은 경우는 축제 전야제로 밤에 따로 하는 거니까 전체적인 기획과 관계없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학교나 기획단은 다 있죠. 근데 대부분은 다 학생회 주관이 되지 않느냐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또 고민되어야 할 문제로, 학교축제 같은 경우는 예산이 어느 학교나 학생 1인당 4000-5000원 정도거든요. 그러니까 천명, 천이백 명 되는 학교에서 예산 오백으로 운영해요. 그러다보니 각 동아리에 지원되는 금액은 불과 20-30만원에서 많아야 50만원이에요. 나머지는 전체운영에 써야 되니까요. 학생들의 활동비가 너무 적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실제적으로 학생들이 끼가 있어서 뭉친 건데, 그 아이들이 하는 활동을 체계적인 방향으로, 환경을 조성해줄 수 없겠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조은주:이종원 선생님이 계신 창동고등학교에는 예술강사 지원사업으로 강사 선생님이 파견되신 걸로 아는데, 그 부분은 어떤가요. 예술강사 선생님이 오신 후의 변화라든지요.
이종원:영화전문강사 선생님이 오시면서, 일단 체계가 잡히게 됐죠. 막연하게 그냥 캠코더 들고 찍고 편집하고 이러는 게 아니라, 일단 사고부터가 변화되니까요. 생각부터가 변화되고, 동아리가 활성화되면서 성과가 참 좋았죠.
저희 학교의 경우는 영화전문강사를 첫해부터 지원을 받았는데요. 어느 학교든지, 영화 뿐 아니라 연극이든 국악이든, 예산이 된다면 원하는 학교에 모두 한 분씩 만이라도 보내줬으면 좋겠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선생님을 통해서 지원 받는 동아리만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옆의 동아리까지 자극을 주고, 그런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안이영노:제 학창시절과 비교해보면, 지금 선생님처럼 영화동아리 만들어서 고민하시고, 이런 선생님이 계신 학교에서 공부한 학생들은, 나중에 우리 또래가 됐을 때 문화적인 감수성이 굉장히 다를 거란 생각이 들어요. 학교축제가 아무리 한계가 많아도,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그 시간만큼은 선생님이나 기획단이랑 자치조직이랑 협상을 해야 하고, 선생님이 만들어놓은 프로세스에 대해서 인정을 하고 준비하고, 그런 경험을 통해 자란 아이들이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다양한 조직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같은 걸 기른다고 보는 거죠. 축제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축제처럼 카오스 끝에 코스모스를 만들어내는, 이런 사람들은, 이해가 다른 조직 간의 협상을 하고, 시민사회에서 공존하고, 나중에 싸우면서도 난장을 벌이는, 그런 걸 배운다고 느껴져요. 우리 어렸을 때에 비하면 요즘 학교축제를 고민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 참 행복하게 느껴져요. 학교의 문화예술교육에서 하나의 해답으로 만들 수 있단 생각이 들어요.
이규석:원래 저도 축제를 주로 기획하던 일을 하다가 지금 약간 일이 바뀌긴 했지만, 예전 경험을 말씀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원론적인 얘기긴 하지만 축제가 가질 수 있는 문화적 기능이나 교육적 기능이,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경험의 기회를 준다는 게 축제가 가지는 특징인데, 우리 현실에서는 가장 제도화된 일상이, 가정, 학교, 군대, 회사… 이런 게 주로 제도화되고 형식화된 일상인데요. 이 일상이 제도화되고 형식화될수록 더 벗어나려는, 벗어나고 싶은 경험에 대한 욕구가 많고, 자칫 지나친 일탈적인 욕구가 되면 일상을 파괴하는 에너지가 돼버리거든요. 그 일상을 파괴하지 않고, 일상이 가지고 있는 억압적인 것들을 순화시켜주거나 건강하게 변화시켜줄 수 있는 어떤 교육의 의미가 축제 안에 있다고 생각되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가령 학교축제가 가지고 있는 기능들이 여전히 우리 학교문화가 가지고 있는 억압적인 제도적인 면들을 학교사회 구성원들에게 문화적으로나 교육적으로 순화시켜줄 수 있는 좋은 촉매제이거나 통로의 역할이라고 생각을 하구요.
예술경영지원센터 이규석 센터장
조은주:일상을 파괴하는 에너지에 대한 언급이 흥미롭네요. 일종의 거울과 같은 얘긴데요, 얼마 전 월드컵 생각도 나구요. 아까 이종원 선생님이 말씀하신 일탈이라든지, 그런 우려와도 연결되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김혜령 선생님은 학교문화예술교육과 축제를 함께 진행하고 계신데, 선생님 경험을 좀 들어보고 싶은데요.
김혜령:처음에 저희 단체가 학교문화예술교육을 신청했을 때, 가평고등학교에 이미 운영되고 있는 빅밴드가 있었어요. 가평고등학교를 대표하는 특별활동부로, 음악선생님이 맡고 계셨는데요,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런 특별활동부에 대한 학교나 여타 지자체의 지원이 늘 부족하잖아요. 악기도 그렇고, 공간도 그렇고. 그 음악선생님과 학교문화예술교육과 연관을 시켜서 지원을 해드리고 싶다는 게 발단이 되었죠. 그런데 그거 외에는 재즈와 연관된 프로그램을 초중등학교와 연관시킬 만한 거가 생각이 안 나더라구요. (웃음) 처음부터 쉽지 않은 걸 넣는 거보다 재즈는 나중에 하더라도 연관되는 걸 해보자, 그랬죠. 그래서 초등학생들은 아카펠라를 위주로 하고 있고, 중학교는 올해 여러 학교 요청에 따라서 국악을 시작을 했구요, 국악이랑 재즈 말고, 저희 센터에 타악기 박물관이 있어요. 거기는 아무나 신청하면 와서 설명도 듣고 악기도 만들어보고, 다 음악과 연관된 프로그램이에요.
조은주:아이들 반응은 어떤가요. 너무 뻔한 질문이지만. (웃음)
김혜령:아이들이, 물론 반응이 좋죠. 가평은 굉장히 작은 군이잖아요. 다른 학교문화예술교육 사례들에 비해서. 더 작은 군도 있지만, 저희도 좀 작은 농촌지역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서요. 센터가 보통 시청 옆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멀리 떨어져있는 학교나 이런 데서는 찾아오기조차 멀고, 그런 것도 좀 힘든 점이 있구요, 저희가 학교현황 같은 것도 조사를 해보지만, 학생이 많지가 않아요. 고등학교는 3개밖에 없어요. 그래서 타악기박물관이든 무슨 프로그램이든 한번 하고나면 끝나버리는 수가 있어서, 이어지는 뭔가를 만들어야겠구나 해서 연구를 하고 있죠. 지역적인 특성에 대해서 감안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안이영노:가평이 학교도 적고, 거리는 문제지만, 그거를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자라섬 페스티벌도 있지만, 학교 수가 적어서, 금방 변화시킬 수 있거든요. 저는 그거랑 똑같은 게, 문화도시 만드는 정책들도 보면, 인구 백만 넘는 광역 지자체를 변화시키는 것보다 인구 이십 만에서 사십만을 변화시키는 게 훨씬 쉽고, 이런 거랑 똑같은 것 같아요. 그리고, 축제가 학습적인 기능을 하는 게 다른 게 아니라, 축제가 만들어야 할 어떤 아이템이 아니라 문화환경으로 인식이 되는 거거든요. 그게 첫 단계고. 자라섬 같은 데서 지금 하는 걸로 몇 년간 지나면, 음악을 즐기는 타운으로 변화할 거라는, 이러면 정말 될 것 같다는 느낌을 갈 때마다 받아요.
김혜령:그렇게 변하고 있긴 해요. (웃음) 저희는 올해 들어서 사단법인을 만들었는데, 그러면서 또 하나 시작한 게 학교문화예술교육 말고 센터 자체에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군에서 따로 지원을 받아서, 이거는 그야말로 학생들이 아니고 주민들을 위한 것도 만들고 학생들을 위한 것도 들어와 있는데, 처음엔 저희가 과목을 만들면서, 누가 과연 이 시골에서 색소폰을 배울 것인가 고민을 했는데, 현수막 내걸고 2주도 안돼서 마감이 된 거예요. 드럼 같은 경우는 학생들로 다 마감이 되고, 제일 인기 많았던 게 댄스, 그게 인근에 있는 군 장병이 학생들 댄스를 가르칠 수 있다고 해서 이걸 만들자, 근데 누가 신청을 하겠느냐, 근데 제일 먼저 마감이 된 거예요. 그런 걸 보면, 그 시골에서 하고 싶어도 못했던 친구들이 참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희 욕심은, 지금은 자라섬 재즈라는 장르의 한계가 있지만, 다들 여러 가지들 많이 하잖아요, 음악, 미술, 연극, 무용… 이런 거 많이들 하니까 저희도 그렇게 넓혀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죠.
자라섬 재즈센터 프로듀서 김혜령
조은주:사실 저희가 좌담을 준비하면서 축제를 문화예술교육과 연관시켜 생각했던 것이, 문화예술교육의 과정에서 축적된 결과물들이 축제를 계기로 어우러지기도 하지만, 축제 그 자체로 또 문화예술교육의 장이 되기도 하잖아요. 체험, 감수성, 이런 면에서 축제가 중요하다는 점이었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듣고 싶은데요.
이규석:축제에 대한 이야기를 약간 수평적인 축으로 펼쳐보면, 학교사회 구성원이 결국 가족사회 구성원이고, 또 지역사회 구성원이기도 하죠. 학교에서의 축제의 기능이 학예회나 경연대회 성격에 한정되는 게 아니라면, 좀 더 확장된, 가족사회 구성원,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학교축제를 매개로 함께 학교축제를 준비하거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그렇게 확장된 접근을 고민하는 것도 좋은 접근방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전의 학창시절의 경험을 따라가 보면, 학교축제의 원형질에 가까운 모습이 가을운동회 같은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가을운동회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벌어지고 학교구성원들이 주축이 되지만, 그것이 핑계가 돼서, 지역사회구성원들이 어쨌건 다 모이게 되잖아요. 음식을 장만해오거나 같이 운동을 하게 되거나, 그거 자체가 하나의 핑계고, 그걸 핑계로 해서 지역 사람들이 운동회 형식의 축제로 만나게 되는 거라고 생각이 들구요. 근데 오히려 그런 문화들이 점점 더 위축이 되면서, 학교축제가 정말 학교 안의 축제로 제한이 되거나, 그런 결과로 축제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문예적 기능이 일시적으로 그냥 발표가 되는, 이런 장으로 제한되는 게 한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되구요, 오히려 그걸 더 열 수 있는 방향으로의 학교축제의 기획, 이런 게 되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돼요.
조은주:이규석 선생님 말씀이 참 와 닿는데요. 축제가 가지는 본질적인 측면이라고 할까요, 축제를 통해 매개되는 것들, 혹은 점점 더 확장되는 형태로서의 축제, 이런 부분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마무리를 부탁 드려볼까요.
이종원:일선에서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큰 줄기가 필요해요. 한 학교 축제만으로 아이들의 문화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전국적으로 얘기하면 여기 저기 축제가 이루어지고 있죠. 그걸 한데 묶을 수 있는 조직도 필요하구요, 교육진흥원에서도 학교 단위 지원보다도 지역마다 그룹을 만들어서, 동아리 그룹을 만들어서 체계적인 지도를 할 수 있는 이런 지원을 해준다든가, 이런 것도 좀 폭 넓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싶어요.
그리고 대형 축제의 장도 중요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아이들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만들어 주는 장이 더욱 필요합니다. 학교축제를 통해서 공동체의식이라든지, 학교 가정, 지역사회를 연계시키는 중요한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겠죠.
안이영노:축제가 교류를 시작하고 문제를 발견하고, 이런 식의 좀 아주 편안하고 일상적인 장이 되는 걸로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규석 선생님 말씀하신 것처럼, 너무 일상적인 것들이 지배하니까 축제의 일탈된 에너지가 지난 십년간 사회에서 화두가 된 거라면, 점점 축제가 자연스러운 문화환경이고 쉽게 아마추어들이 만들 수 있는 것이고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것이고, 공부를 방해하지 않고 나의 생산을 방해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 축제가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문화환경이고, 축제에 가서 걸어다닐 수 있고, 지역에나 학교에나 그런 축제가 있다는 게 감수성에 아주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거죠. 이제는 작은 축제가 점점 더 번식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호흡을 길게 봐야 될 것 같아요. 오늘 할 얘기는, 자꾸 시간을 두고 자꾸 논의하고 하는 것밖에 없지 않겠는가 하는 겁니다.
조은주:긴 시간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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